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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용 극단 둥당애 대표 겸 배우 "탄탄한 작품들 저축, 평생 연극하고 파"

국립국악고를 졸업해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연극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요즘 유명해진 배우 황석정 씨가 국악과 선배이자 연극반 선배. 군 제대 후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시절, 황석정의 소개로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등을 올려 당대의 연출가로 인정받는 이윤택 씨를 만나 연극의 길을 걷게 됐다. 군산의 극단 둥당애의 대표이자 연극배우, 연출가로 활동 중인 김광용(46)씨의 얘기다.제 연극 인생에서 이윤택 선생님이 이끄는 연희단 거리패 생활을 잊을 수 없어요. 6년 동안 선생님과 밀양연극촌에서 동고동락 했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때의 생활이 제 연극 인생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개인적 욕구를 누르고 오로지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었죠.연희단거리패의 대표 작품인 굿과 연극 시리즈-씻금오구초혼, 어머니 등 굵직한 작품들을 함께 했다. 속옷도 걸치지 않은 깡마른 몸으로 무대를 누비는 파격적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때 느낀 에너지는 아직까지도 연극 인생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밀양연극촌에서 군산 사람인 배우이자 아내 강나루씨를 따라 군산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10년, 마음 맞는 지역 배우들과 소규모 극단 둥당애를 창단한지도 올해 8년째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길지 않을 수 있지만 군산에서 누구보다 활발히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연극을 만드는 단체다.지역의 역사를 레퍼토리화 하는 것이 연극의 한 도리라고 생각한 그는 군산에 오자마자 주민들과 함께 군산의 역사를 주제로 3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주민배우들과 매년 3월 1일에 하는 군산 35만세 운동 거리극과 군산 히로쓰 가옥에서 펼치는 상설공연 군산아리랑, 과거 판자촌이었던 월명동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풀어낸 월명동 역사의 옷을 입다.35만세 운동의 경우 서울에서 31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의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활동이에요. 월명동에서는 동학혁명에서 실패한 남원군들이 야학 선생으로 들어오고 미선공(米選工)들이 일본인 공장주들에게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일으킨 파업도 많이 발생하는 등 항쟁이 셌어요. 모두 군산에서 중요하게 부각돼야 할 정신이죠. 군산이 문화 시설만 짓고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듣는데 우리 지역 콘텐츠를 살찌워 지역 문화 활동의 자양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또한 극단 둥당애의 작품은 변신 놀이극인 왕자와 거지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사물놀이를 찾아 떠난 해치의 모험 등 전통 어린이극이 많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지난해 서울 국립국악원에 초청돼 큰 호응을 얻어 올해 재초청됐다.곳곳에 문예회관이 생기면서 기획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어린이극을 만들어 순회공연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이야 말로 미래의 연극인이나 꾸준한 관객이 될 새싹이잖아요. 그들의 관점에 맞으면서도 질적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또 일부 연극인들은 어린이극을 무시하기도 하는데 다 같은 연극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둥당애의 작품은 주제가 확고할 뿐만 아니라 국악기와 어우러지는 것도 특징. 그의 전공을 잘 활용한 셈이다. 작품에 극단의 고유한 색깔과 추구하는 목표가 잘 드러나야 한다는 그는 섬세한 국악기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려줘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면서 우리 전통의 자산들이 모여 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질적인 아주 중요한 연극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실력을 인정받아 국립남도국악원에서 국악 어린이극 뽕 함마니의 연출을 맡게 됐다. 도내 극작가 최기우씨가 쓴 작품으로, 오는 5월 5일 초연을 한다.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공연 저축을 잘해서 나이 들어도 공연으로 먹고 사는 것. 언제든 바로 꺼낼 수 있는 대표 작품들을 잘 구축해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다.저희 극단은 올해도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사업신청을 하면 대체로 그 해 안에 작품을 올려야 하는데, 급하게 만들어 올리느니 차라리 오랫동안 꾸준히 만들고 다듬는 게 장기적인 발전방안인 것 같아요. 20년 된 레퍼토리를 돌리는 팀도 많은데 극단이 자기 살림으로 운영하려면 꾸준히 레퍼토리 개발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20년, 30년 극단을 이끌며 영화 라스트라다의 안소니 퀸처럼 차력하는 할아버지, 피리 불며 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 영화·연극
  • 김보현
  • 2017.03.02 23:02

조세훈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국악 교육·도제관계 연구 무형유산 전승 토대 만들 것"

조세훈(46) 실장은 현재 국악에 관한 교육과 연구를 맡고 있지만 20~30대까지 농악판에서 삶을 보냈다. 20대에 들어간 남원시립농악단에서 단무장을 약 10년간 했고, 2002년 전국농악명인 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을 탔다. 전북 무형문화재 7-4호 남원농악 이수자이기도 하다.남들처럼 공부해 전북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판에 박힌 삶을 살기 싫었어요. 신입생 때 우연히 대학 농악동아리 공연을 봤는데 강렬한 두근거림이 생기더라고요. 신나게 현장을 누벼보니 더 발전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이론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전북대 대학원 한국음악과에 입학해 국악을 좀 더 넒은 차원에서 보게 됐고, 문화라는 개념도 눈에 들어왔다. 공부에 욕심이 생겨 동 대학원 문화인류학 박사과정도 밟게 됐다. 보통은 명인의 음악 세계, 악곡의 선율 분석 등 국악 자체에 대한 이론이 많지만 국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문화 틀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가 등 사회인류학적으로 연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안고 살아야 하니 버겁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이 삶의 화두이자 강점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북민예총 사무처장, 진북문화의집 관장 등을 거쳐 지난 2015년 초 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로 들어왔다.국립국악원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전북도립국악원과 같이 독립적인 학예연구부서가 있는 곳은 드물다. 지난 30년간 <전북의 전통예인 구술사> <교재총서> 시리즈 발간 등 여러 기록보존정리 성과를 냈다. 하지만 현재는 연구 기능이 초창기에 비해 약화됐고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현재 교육학예실 팀원 모두 실무와 이론을 겸한 것이 특징이에요. 평생을 공부했던 교수보다 이론을 잘 정립하기는 힘들지만 무형유산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것들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조 실장이 국악원에 소속된 지 만 2년. 그동안은 구술사교재 발간, 민속현장 탐방, 예술자료 취합 등 국악원이 30년 간 이어온 사업들에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심화하는 한편, 국악의 교육 및 전승 과정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박사논문도 판소리의 도제관계에 대해 쓸 정도로 국악이 어떻게 이어져 현재 발현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결국 인간관계 속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기량도 전승되거든요. 국악 교육과 도제 관계가 갖는 특징을 연구하고 앞으로의 전통 전승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이를 위해 현재 국악원 전공 교수들의 교육 방식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 사업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현재 분야별로 일정 수준의 패턴이 잡히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료가 쌓이면 국악의 전체적인 전승 맥락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그는 문화의 중심축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최종 목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는 문화 거간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나라의 전통 전승 방식이 비슷하지만 달라요. 단순히 교류 공연 정도가 아니라 세미나 형식의 공연이나 공동 연구 등 저들은 왜 저런 예술을 하고, 어떻게 전해졌을까를 비교분석하고 이해하는 것, 이를 통해 무형 유산의 거대한 줄기를 만들고,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02.15 23:02

임진아 전북문화관광재단 팀장 "능동적인 문화예술 활동 이끌고 파"

도민들이 찾아가서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소모적인 예술행위에요. 문화예술교육은 향유에 그치지 않고 도민들이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담벼락이 전시장이 되고 이웃이 모여 소품 바느질을 하거나 우리 동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 문화예술의 일상화가 궁극적인 목표에요.지난 2011년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설립과 동시에 센터 팀장으로 근무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을 함께 해온 임진아(45)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전국적으로도 모범사례가 될 정도로 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을 아우르는데 힘써왔다.대학에서 공예(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약 10년 간 교동아트미술관 초대 큐레이터 등 전시기획자로 활동했다. 그는 예술기획은 예술인들의 관점에서 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예술교육은 예술인과 대상자로서의 주민들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라면서 비슷한 기획일이지만 예술교육은 대상자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따라서 인력양성이 문화예술 교육의 핵심이다. 지역에 예술인 기반은 풍부해요. 다만 예술인과 도민 사이를 이어줄 문화예술 교육자는 턱없이 부족했죠. 결국 인력의 성장이 지역 예술 교육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센터 재직시절부터 중앙 전문가들을 초빙해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과정-성장아카데미를 진행했고 배출된 기획자들은 도내 시군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또한 도내에 교육이 도입된 2011년은 문화예술교육을 이해하는 폭이 너무 좁았고, 단순히 그림을 배우고 악기를 배우는 식의 장르강좌가 예술교육이라고 인식되던 상황. 현재는 삶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재단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는 지역 문화예술계가 성장하고 나아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원체계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지자체나 재단에서 사업을 세우고 지원 단체를 모집하기 보다는 예술인들이 그들의 가치와 활동성, 상상력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이슈를 던지고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현재 사업 방식들은 수동적이에요. 문화예술인과 교육자들이 직접 하고 싶은 활동과 필요한 부분들을 발굴해서 제안하면 신선함을 공급하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는 지원이 될 것 같아요. 지난해 청년문화의 숲과 엉뚱깽뚱 아이디어 공모가 이러한 시도였고 앞으로도 새로운 지원방식과 운영체계를 모색할 계획입니다.또한 도내 청년예술인들이 예산 지원 없이 재능을 모아 2015년 만든 축제 스테이 풀리시(stay foolish)를 사례로 들며 자생력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과연 건강한 문화판을 만들어가는 것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도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각자의 역량을 모은 예술가와 예술계의 연대를 통해 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02.01 23:02

김남선 소리전당 공연기획자 "특색 있는 공연 개발로 외지 관객 확보"

한정적인 지역 공연시장에서 자체 브랜드 공연을 구축하고 고정 관객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2012년부터 시작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아트스테이지 소리는 6년 간 55회 공연을 열고 약 3만 여명이 관람했다. 이 기간과 숫자는 수도권 등 타 지역 공연장에서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기록. 독특한 음악성과 예술성을 가진 음악인을 조명한다는 콘셉트나 무대, 조명 등 자체 기획력도 호평을 받는다.이러한 기록 뒤에는 김남선(40) 소리전당 공연기획자가 있다. 기획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 전반을 조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예술가들의 무대 자체가 빛났으면 한다고 말하는 그. 개인적인 이야기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기획한 공연, 지역 공연시장 등에 관한 의견은 한 가득이다.약 15년 간 공연기획 활동을 해온 그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창립 멤버, 재즈보컬 나윤선의 공연 기획연출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소리전당에 자리를 잡았다. 헬로우인디, 아트스테이지 소리, 프로젝트 스몰몬스터 등 자체 제작 공연의 기획연출 등을 맡고 있다.서울에서 인기를 끈 공연을 전주로 가져 오는 것은 예산 등에서 한계가 있어요.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그 분야를 선점하자는 목표로 자체 브랜드 공연을 만들었죠.소란 옥상달빛 브로콜리 너마저 좋아서 하는 밴드 등 현재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인디 그룹들 대부분이 아트스테이지 소리를 거쳐 갔다. 소위 뜰 것 같은 인디밴드를 먼저 발굴해 대중에게 선보인 셈이다. 출연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티켓을 할인해 판매하는 블라인드 티켓이 매번 매진될 정도로 이제는 고정 관객층이 상당하다.출연자를 제외한 무대, 음향, 조명 등 모든 시스템이 전당 자체 제작으로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전당의 인적 자원들이 역량을 모아낸 결과물인 것. 동시에 외부 비용이 줄면서 티켓 값도 저렴해졌다. 질 좋은 공연에 저렴한 입장료는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 관객을 유입시켰다.전북, 전주의 공연 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 지역 관객을 끌어들여 시장을 확장해야 합니다. 그들을 끌어올 만큼 매력적인 공연은 기본이고, 전주까지 오고 가는 교통비를 고려해 티켓 값이 비싸면 안돼요. 입장료를 낮추려면 자체 제작이 최선인데, 다행히 무대, 음향, 조명 감독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협조해주셨어요. 이러한 도움과 시스템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겁니다.아트스테이지 소리를 통해 쌓은 노하우로 2015년부터 지역 음악인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바로 역량 있는 지역 출신 신진 예술인을 선정해 기획 공연을 펼치는 프로젝트 스몰 몬스터. 음악 장르, 예술인 성향 등을 파악해 이들의 강점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무대 구성을 한다.그는 전당이 가장 잘 하는 일은 공연을 만드는 일이라면서 창작 지원보다는 전당이 구축한 제작 시스템과 고객층을 활용해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을 만들고, 지역 공연 제작 인력들과 협업하는 것이 도내 거점 공연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밴드 위주로 했는데 국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지역이라는 한계점은 스스로 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했던 창작소리극 공모사업 등도 인상적이었어요. 도내에도 많은 예술의전당과 문예회관, 민간 공연장이 있는데 이렇듯 지역 공연장들이 특색 있는 자체 브랜드 공연을 갖고 있어야 운영을 유지, 발전 할 수 있다고 봐요. 콘텐츠를 잘 만들어서 전국적인 공연 유통 시장에도 진출하면 지역 안팎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봅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01.26 23:02

정민영 국립민속국악원 단원 "국악, 현 시대 담아내 보여줄 것"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지에서 만난 정민영(42)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은 평소에 봤던 한복차림이 아닌 말쑥한 양복을 빼입은 채였다. 소리꾼이라고 해서 매번 한복 입는 건 식상하잖아요. 그 말에 속으로 뜨끔했다. 소리를 마음에 품고 무용, 사물놀이, 연극 활동까지 한 그의 행보 역시 전형적인 소리꾼의 길이라기엔 신선하다.2013년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입단했지만 그 전까지 주변 국악인들은 걱정이 많았다.중3 무렵, 소리꾼을 꿈꿨지만 우연히 무용과 사물놀이를 배우게 되면서 20대 초반에는 풍물패 동남풍에서 활동을 했어요. 24살 때 다시 소리를 배우기 위해 정미옥 선생을 찾아갔고, 전북대 한국음악학과에도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판소리 길에 들어서게 됐죠.서른을 앞두고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창극 다시 만난 토끼와 자라(연출 오진욱작 최기우)를 통해 연극판에도 발을 디뎠다. 당시 연극 작업도 했던 최기우 극작가오진욱 연출가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그는 소리, 사물놀이, 연극, 방송 등 다양한 활동했어도 소리꾼이란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주변 국악인들은 많은 걱정을 했다면서 멀리 돌아왔지만 그동안의 활동이 소리와 연기, 리듬이 어우러진 창극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국립민속국악원에서 창극 나운규, 아리랑 등 굵직한 공연을 하고 있지만 도내 다양한 공연과 문화재단 사업 등에서도 그를 볼 수 있다.사업과 공연의 취지가 의미가 있다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려고 해요. 일반인들이 국악을 가깝게 느낄 수 있고 국악의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국악원 입단 전에는 젊은 소리꾼들이 모인 미친광대를 결성해 제도권 안에서 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국악 공연을 펼쳤다. 전주한옥마을 관광객들과 마당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전주한옥상설공연은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완주전주 마을주민들과 함께 공연했던 완주 주민 참여 창극과 전주판소리마을 만들기 사업도 무대는 작지만 소중한 활동이었다.지금은 판소리가 옛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판소리 다섯 바탕도 당시에는 시대상을 반영한 대중 음악이었어요. 앞으로 국악도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 시대를 반영해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따라서 젊은 소리꾼들의 실험적인 시도를 응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해 국립무형유산원이나 전주문화재단, 우진문화공간 등에서 신인 창극 연출가들을 발굴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시도가 좋다면서 전문 창극 연출가가 없고 창극의 양식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꾸준히 성장해 괄목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나 응원을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01.18 23:02

이문수 도립미술관 학예실장 "효율성 위주 아닌 다양한 예술 꽃피우길"

예술인들의 활동과 담론이 모여 만들어지는 문화예술판에서 사람은 소중한 자원이다. 특히 각 분야에서 탄탄히 자리 잡은 40대 예술가는 판을 받치고 있는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동시에 원로와 청년 예술인 사이를 이어줄 중간자 입장에 놓여있어 역할과 책임이 크다.이에 본보는 자신만의 영역 구축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문화판을 변화시키는 40대 문화예술인들을 조명한다. 매주 한 차례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의 역할, 지역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본다.다수의 미술인, 문화기획자들에게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 미술인을 물으니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바로 이문수(49)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이다. 지난 2015년부터 도내 유일의 공립 미술기관 소속 공무원(?)이 됐지만, 이에 앞서 20년 넘게 미술판에서 다양한 창작기획 활동을 해왔다.그는 중학교 1학년 시절, 선배들이 이젤 위에 캔버스를 놓고 그림 그리는 모습에 반해 붓을 잡았다. 전북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10여 년 동안 경주마처럼 앞뒤 재지 않고 내달리며 그림을 그렸다.청년미술가로서 남의 부러움을 살 만한 성과들을 내기도했지만 어느 순간 회의감이 찾아오고 붓이 말라버리더군요. 10여 년간 대학에서 강의만 하는 대신 역사, 철학, 사회, 문화 등 관심 있는 부분의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문학적인 기반을 다졌습니다.그간 쌓은 인문학적 소양들은 작업에 대한 영감을 주는 동시에 기획자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2007년, 마흔을 넘기면서 다시 붓을 잡았고 그 후 전북대학교 예술진흥관 수석큐레이터, 교동아트미술관 레지던시 사업 총괄 등 전시기획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그는 전시기획은 한 지역의 역사, 문화, 사람 등 인문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현대미술을 표현하는 시도들이 매력적이다면서 돌이켜 보면 활동을 했든, 홀로 고민하고 기반을 다지던 시간이든, 모든 굽이굽이 버릴 것이 없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특히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교동아트미술관 레지던시 사업을 맡으면서 해외 교류와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그는 젊은 미술가들과 함께 체류하면서 소비자본에 무력한 미술판을 고민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갔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확실히 관점과 작업세계가 다양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개관해 지역 및 해외 작가가 함께 머물며 활동하는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역시 같은 맥락이다.인터뷰는 그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10대 시절부터 치열했던 2030대를 거쳐 현재로 돌아왔다. 중견 예술인이 해야 할 역할을 묻는 질문에 좀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공적으로 분노하며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 그러면서 젊은 친구들의 시도에는 평가보다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이 중견 예술인의 역할 아닐까요. 또한청년, 중견, 원로를 불문하고 결국 다같은 예술인이기에 열심히, 진중하게 작업 해야죠.그는 전북 문화예술계가 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효율성의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꽃 피울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7.01.11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