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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정원의 재해석 - 12. 전문가 좌담회

덕진공원 일대를 성공적인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본보는 전통정원의 재해석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의 자산을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을 배제하는 대신 환경생태적인 시각에서 문화와 사람을 접목시키자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두르지 말고, 모든 구성원들이 한발씩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사회= 정진우 교육부장 / △토론자= 김정문 전북대 조경학과 교수, 박일두 덕진공원 건지산명소화 / 시민모임 사무처장, 신상섭 우석대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 / 이지성 전주시 기획 조정국장 / △일시= 11월 29일 오후 1시 △장소= 전북일보사 3층 편집국장실-사회=복원과 현대적 재창조 가운데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박일두 사무처장=덕진공원은 오랫동안 전주의 문화공원 랜드마크였고, 생태의 보고이자 전주의 허파였지만 엄밀히 말해서 전통정원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전통정원 조성사업은 현재성을 중심으로 과거 자연요소들을 재복원하는 쪽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거점지역인 덕진연못과 조경단을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공원의 기능이 회복돼야 합니다.△김정문 교수=전통정원 조성사업은 덕진연못을 비롯한 덕진공원 전체공간과 공원주변 마을지역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덕진연못과 조경단에 대해서는 역사성을 부각시켜야 하고, 공원내 다른 지역은 생태적 특성이 우선 고려돼야 합니다. 또 공원주변 마을지역은 문화적 특성이 부각됐으면 합니다. 전통정원 조성사업은 일부 복원을 포함한 현대적 재창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지성 국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부산을 방문해 한옥마을을 언급하면서 창조경제를 이야기했습니다. 복원과 현대적 재창조가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복원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삶의 방식이 녹아들어가 현대적인 재창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굳이 어디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함께 가야 합니다. 전통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기보다는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신상섭 교수 =2000년대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정원 조성사업의 키워드도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 지속가능한 경제공동체, 웰빙문화의 추구가 될 것입니다. 규모로 승부하는 인공미, 화려함, 백화점식 설계기법 등은 자제되는 대신 한국적 조경미학 등을 앞세워 숲지형 등이 적극적으로 복원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ESSD(En vironmental Sound and Susta inable Development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재창조)가 고려돼야 합니다.-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말씀해주신다면.△이지성 국장= 최종용역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총사업비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전통정원 조성사업은 기존의 갖춰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서 약간 다듬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복원을 바탕으로 한 재창조를 추구하는 만큼 사업비가 그리 많이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전주시의 예산을 최소로 투입하고, 국가예산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덕암연화대지마을 등 인근의 3개 마을 및 전북대 등과의 상생협력 방안이 중요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박일두 사무처장= 마을주민들 가운데서도 토지 소유자와 무허가로 토지를 점유중인 사람들의 입장차가 큽니다. 전주시도 이에 대한 고민은 적지않지만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북대도 당장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언론이 상생협력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전북대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을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김정문 교수= 3대 핵심권역인 덕진연못 일원, 조경단 일원, 오송제 일원은 공원주변 마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앞으로 덕진연못 일원과 덕암마을, 조경단과 연화마을, 오송제 일원과 대지마을 등은 마을별 특성과 연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입니다. 마을환경의 변화는 예술인들의 레지던스(Residence)를 통해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이지성 국장= 전주 한옥마을의 성공배경에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 있었습니다. 전통정원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3개 마을과 덕진공원 전체부지의 36%를 관리하고 있는 전북대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전주시는 앞으로 3개 마을의 고유자원이 마을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겠습니다.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주민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신상섭 교수=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민관학은 전통정원 사업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이 사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전주시는 체험교육공연 등 경쟁력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하고, 전북대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합니다. 전북대는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시민들의 문화향유관점에서 캠퍼스 개방과 동선연계를 고민했으면 합니다. 또 전주시 차원에서 컨설팅이나 기술지원 등을 통해 원주민의 삶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한옥마을과 덕진공원의 연계방안이라면.△박일두 사무처장= 슬로시티인 전주시의 중심축을 한옥마을에서 덕진공원으로 확장시켜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 것이 아니라 예전의 물맞이 역사를 복원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합니다.△김정문 교수= 한옥마을과 전통정원 조성사업의 3개의 핵심권역은 전통을 매개로 손을 맞잡을 것입니다. 한옥마을과 전통정원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하루 이상의 관광코스화 개발이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이지성 국장= 전통정원 조성사업은 어떻게 하면 전주에 가급적 관광객들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연히 전통정원은 한옥마을과 연계될 것입니다. 여기에 삼천동 생태체험장까지 더해 트라이앵글전략을 추진중입니다. 한옥마을은 역사전통, 덕진공원 전통정원은 휴양힐링, 삼천 생태 체험장은 생태교육이 중심을 이룰 것입니다.△신상섭 교수= 한옥마을은 전통생활문화체험공간으로, 전통정원은 향토공간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제대로 살린다면 상호보완적인 관광자원으로 착근할 것입니다.-전통정원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이 있다면.△김정문 교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주민들, 전주시, 전북대가 모두 해당됩니다. 인근 마을 개발은 슬로시티 개념에 맞게 연차적으로 10년 이상이 필요합니다. 급작스런 변화는 필요악입니다.△이지성 국장= 한옥마을의 예를 들어봐도 거대자본이 들어와서 한옥마을이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전통정원사업도 거대자본이 들어와서도, 들어오기도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별로 특성화된 사업이 추진되고 생태문화 전통이 어우러지는 변화가 차근차근 이뤄지면 앞으로 15년 이후에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입니다.△박일두 사무처장=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생태개념을 제대로 복원한 뒤 휴머니즘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신상섭 교수= 중장기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통정원 사업은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만큼 전주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쪽으로 방향성이 제시돼야 합니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12.02 23:02

日 가나자와 겐로쿠엔 가보니

일본 정원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조영호 전주시 한스타일관광과 관광마케팅팀장이 겐로쿠엔(兼六園)을 다녀왔다. 조영호 팀장으로부터 일본 정원만의 장점과 특징을 들어본다.우리나라 정원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일본 정원은 나무 하나에서 정원의 흙 한줌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완벽하게 가꾸어진다고 한다. 일본 가나자와(金澤)가 품은 겐로쿠엔(兼六園) 정원은 미토 가이라쿠엔, 오카야마 고라쿠엔과 더불어 일본 3대 정원(日本三名園) 중 하나로, 화려한 전통문화를 꽃피운 에도시대(16031867)의 마에다 가문에 의해 1676년 첫 삽을 뜬 뒤 170여 년에 걸쳐 완공한 대표적 다이묘 정원이다. 겐로쿠엔 즉, 겸육원(兼六園)은 광대함 유수 인력 고색창연함 수천 조망이라는 6가지 경관 조건을 두루 갖춘 명품 정원이라는 뜻이다. 봄의 벚나무,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 등을 통해 사계절 풍취를 즐길 수 있다.나무 하나에서 정원의 흙 한줌까지 오랜 정성을 담은 11만4436.65㎡의 면적의 겐로쿠엔에는 약 8750그루의 나무와 183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회유식 요소를 도입해 종합적으로 가꾸어져 있다. 회유식은 절의 방장이나 어전의 서원에서 바라보는 좌관식 정원이 아니라 넓은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원 안에 큰 연못을 만들고, 구릉을 쌓아 정자와 다실을 지어 전체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든 정원이다.겐로쿠엔은 귀담아 듣고, 눈여겨 보아야할 스토리텔링과 상징물이 경관적 요소와 함께 장소적 차별화로 사계절 내내 아름답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겐로쿠엔은 먼저 입구에서부터 자연의 위치에너지만을 이용해 100년 넘게 작동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으며 아담한 자태의 폭포와 함께 뽐내고 있다는 것, 다실인 유가오 정(夕顔亭)은 정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1774년에 세워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특히 두 개의 다리를 가진 석등인 고토지 등롱은 가나자와시와 겐로쿠엔 정원의 상징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가라사키 소나무는 13대 번주 나리야스에 의해 가라사키에서 옮겨 심은 것이다. 간코 다리는 11개의 붉은 돌이 거위가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놓아져 있고, 가이세키 탑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마에다에게 증여한 것이라며 겐로쿠엔을 방문한 방문객들에게 장소를 둘러싼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있다.정원의 기본적인 사상을 신선사상에 두고 있는 겐로쿠엔은 스이센과쵸보우 즉, 연못과 폭포를 보면서 멀리 노토반도와 하쿠산을 볼 수 있도록 수천과 조망이라는 경관적 공존 공간을 만들어 다른 정원이 흉내 낼 수 없도록 장소성을 차별화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겨울철 폭설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밧줄로 나뭇가지 사이를 원뿔모양으로 연결한 유키쓰리를 겐로쿠엔의 상징으로 관광명소화, 명품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기획
  • 기고
  • 2013.11.25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11. 싱가포르 (하) 보타닉 가든

보타닉 가든(Singapore Botanic Gardens)은 도심 속에서 근사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싱가포르 최고의 식물원이자 공원이다.이 공원은 사람과 식물이 교감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1859년에 개장한 공원은 15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전체 규모만 약 63㏊에 달하는 이 공원은 60여만 종의 식물과 3개의 호수,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일상에 지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힐링 공간이다. 사시사철 향긋한 꽃이 만발해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쉼터이자 산책로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보타닉 가든은 구역 별로 크게 탱글린(Tanglin), 센트럴 코어(Central Core), 부킷 티마(Bukit Timah) 등 세 개의 중심부로 나눠지며, 각각의 중심부에는 호수와 테마 공원이 있다.세 개의 중심부 안에는 힐링 가든, 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정원, 에볼루션 가든, 국립 난초 정원 등 특별한 테마를 가진 정원이 있다.힐링 가든은 전통적으로 약으로 쓰이던 식물로 구성된 정원이다. 웰빙의 느낌을 주는 힐링 가든을 따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제이콥 발라스 어린이 정원에는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과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나무 집과 미끄럼틀, 독특한 놀이기구 등이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게 한다. 또한 식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교육 전시물 등이 있어 아이들의 교육장소로도 유익하다. 여러 식물들의 진화를 보여주는 에볼루션 가든도 매력적인 정원인 동시에 학습의 장으로 인기가 많다.국립 난초 정원에는 3000여 종의 진귀한 난초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난꽃들을 찾아 볼 수 있다.이밖에도 1000여 종의 생강이 모여 있는 진저 가든과 향이 좋은 식물과 벤치로 구성된 향기로운 정원, 쭉쭉 뻗은 열대수목이 우거진 열대다우림, 영화 상영이나 공연이 펼쳐지는 심포니 레이크 등도 각양각색의 특색을 가진 보타닉 가든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또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정원 조형물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나무들도 볼 수 있다.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식물원이자 도심 속 공원인 보타닉 가든.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 들어 긴장감도 풀어지고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잔디와 울창한 수목들, 60만 종의 식물, 연꽃으로 장식된 호수, 고즈넉한 산책로와 앙증맞은 벤치까지 평화로움이 묻어난다. 일상에 지친 현지인들 및 관광객 등에게는 힐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공원이다.

  • 기획
  • 강정원
  • 2013.11.25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10. (상)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남쪽 칼랑강의 일부를 매립한 땅 위에 세워진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지난해 6월 오픈한 이곳은 마리나 베이 간척지 위에 세워진 99만㎡(30만평) 규모의 싱가포르 최대의 공원이다. 이 정원은 '그린 라이프가 곧 삶의 질을 높인다'는 철학이 반영됐다.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크게 실내 온실과 야외 정원으로 구분된다. 야외 정원은 구역마다 각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듬뿍 담아 특색 있는 조경을 선보이는 '헤리티지 가든(Heritage Garden)', 생태계의 신비를 만날 수 있는 '월드 오브 플랜츠(World of Plants)'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시원한 폭포와 함께 열대림의 희귀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와 지중해 지역의 식물과 꽃을 중심으로 오색빛깔 화려한 화원이 펼쳐지는 '플라워 돔(Flower Dome)' 등 모두 7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사람의 힘으로 조성함으로써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가 지구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쳐주면서 환경의 중요성도 일깨워주고 있다. 도심 속에 만들어진 인공공원이 단순히 관광과 휴식의 목적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까지 생각하게 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인 슈퍼트리 12그루가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다. 슈퍼트리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패널을 얹어 실재 식물을 식재한 인공 나무다. 높이는 25~50m에 이르며, 15~16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다. 슈퍼트리는 마다가스카르 섬의 바오밥 나무를 연상시킨다. 나무 가지들은 마치 신경조직이나 혈관의 모습처럼 보인다. 마치 영화 '아바타'처럼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모양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슈퍼트리는 단연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이다. 이 인공 나무들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명 옷으로 갈아입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슈퍼트리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화려한 '나이트쇼'까지 펼쳐진다. 명실상부 공원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의 장으로 거듭난 공간이다. 이 거대한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노란색 구름다리가 설치돼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정원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총 18개의 슈퍼트리가 있다. 슈퍼트리 18그루에는 200여종, 16만여 가지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헤리티지 가든(Heritage Garden)=싱가포르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식물과 상징물로 만들어진 테마 정원이다.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은 물론 식민지 시절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나라의 특색이 그대로 담겨있다. 말레이 가든에는 말레이시아 전통 가옥인 '캄퐁 글램'과 별모양 과일인 '스타 프룻'이 있으며, 인디안 가든에는 힌두 문화권에서 숭배하는 코끼리 상과 바나나 나무, 향신료 나무 등을 볼 수 있다. 차이니즈 가든에는 돌로 조각한 기마상을 비롯해 중국의 시에서 등장하는 나무와 꽃들이 식재돼 있다.△월드 오브 플랜츠(World of Plants)=씨앗은 어떻게 이동하는지, 땅 속에서 어떻게 싹을 틔우는지, 식물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 지 등 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총 6개의 코너로 꾸며져 있으며, 각각의 코너에서는 해당하는 식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체험도 가능하다.△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이름에서 느껴지듯 구름이 걸린 고산을 모티브로 꾸며진 식물원이다. 돔 내부에는 58m 높이의 인공 산을 만들어 각각의 높이에 맞는 다양한 산악식물이 식재돼 있다. 특히 해발 1000~3000m 높이의 동남아시아 고산지대 식물들을 비롯해 칠레와 중동 산악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도 볼 수 있다.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어스체스, 크리스탈 마운틴, 워터폴, 카번, 로스트 월드 등 고지대에서부터 저지대까지의 다양한 지구상의 식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교육적인 전시 시설이다. 절벽에서 물보라를 내뿜으며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거대한 인공폭포(35m)도 있다. 이 곳에서는 기후변화가 지구환경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쳐주는 교육용 영화도 상영한다. △플라워 돔(Flower Dome)= 통유리로 지어진 1만5840㎡(4800평) 규모의 초대형 식물원이다. 높이 38m에서 쏟아지는 자연 채광과 기둥 없이 탁 트인 실내구조로 돼 있다. 이 곳에서는 서늘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독특한 나무와 화초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칸 바오밥 나무를 비롯해 선인장 등 다육식물과 호주, 남아메리카, 캘리포니아, 지중해 등의 정원을 여행하듯 구경할 수 있다. △드래곤플라이 & 킹피셔 레이크(Dragonfly & Kingfisher Lakes)=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게 되는 드넓은 호수다. 이 호수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식재된 수많은 식물들을 돌보기 위한 물을 공급하며, 호수 속에 여러 수중 동식물을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도 마련돼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강정원
  • 2013.11.18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9. 중국정원 벤치마킹(하)-쑤저우 정원 3選

중국의 민간정원인 사가원림은 강남지역이 구심점이다. 중국에서 강남은 창장(長江)이남의 장쑤성(江蘇省) 일부, 저장성(浙江省) 일부, 상하이(上海) 등을 가리킨다. 물산이 풍부하고 전통적인 상업지역인 강남은 거상, 문인, 은퇴관료들이 많이 거주했던 문화예술의 중심이기도 했다. 이 가운데서도 수향(水鄕)인 쑤저우(蘇州)는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는 말처럼 중국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명나라이후 중국정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인 태호(太湖)와 평지를 두른 쑤저우에서는 바위나무 등 조원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경제적문화적 기반이 심후했던 만큼 유명 문인과 정치인들이 앞다퉈 '명원만들기'에 나설 수 있었다.쑤저우의 정원은 '천하의 원림은 강남에 있고, 쑤저우의 정원이 가장 으뜸'이라는 찬사와 함께 중국 남방 고전원림건축예술의 정수로 알려져 있다. 송대부터 이어진 쑤저우 정원은 200여곳. 지금은 10곳 가량이 복원된 상태다. 특히 졸정원과 유원은 중국의 4대 명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졸정원(拙政園), 사자림(獅子林), 유원(留園) 등 쑤저우의 유명 정원 3곳을 지면으로 소개해 본다.● '중국정원 자존심' 졸정원- 정갈한 운치 아마추어 화가 북적 / 부지 최대규모 보존도 가장 완벽중국의 크고 작은 정원에서는 운치와 정경을 화폭에 가득 담으려는 화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중국정원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졸정원에서도 아마추어 화가나 미술학도들이 수두룩했다. 중국의 원림건축이 '옛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의 축소판'이었던 만큼 화가들이나 사진가들이 예술적 감흥을 충전하기 위해 유명정원을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굳이 화가가 아니더라도 졸정원에서 들어서면 관조와 소요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졸정원은 쑤저우 정원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도 가장 완벽하다. 부지면적이 5만1570㎡에 달한다. 명나라 정덕제때인 1509년 어사벼슬을 지낸 왕헌신(王獻臣)이 지었다. 설계에만 3년이 걸렸고, 공사기간도 13년을 넘기는 등 조성기간만 16년의 공력을 들였다.졸정이라는 명칭은 진(晉)나라 시인 반악(潘岳)이 지은 '한거부'(閑居賦)에서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채소밭에 물을 주고 채소를 가꾸는 것도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위정이다)이라는 글귀에서 빌렸다. 권력을 잃고 낙향한 왕헌신이 당시의 세도가를 꼬집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호수가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연못이 원림의 중심을 관통한 뒤 그 둘레를 감싸돈다. 원향당을 비롯해 수기정, 의옥헌, 대상정, 설향운울정, 하풍사면정, 견산루, 향주, 삼십육원앙관, 십팔만다라관, 유청각 등은 대부분 물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는 수면에 비친 건물을 감상하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쪽에 위치한 선정에는 푸른빛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다.● '가산천국' 사자림- 자연스러운 것보다 인공미 강조 / 태호석 산봉우리 구사봉 인상적사자림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인공바위산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태호석을 이어붙여 만든 캄캄한 동굴길을 지나면서 지나친 인공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산(假山)을 오르내리다 보면 기흐름의 완급조절을 체감할 수 있다.사자림은 강남원림 가운데서도 가산이 유독 많다. 가산의 면적은 1152㎡에 이른다. 가산 위의 돌길은 우회하면서 기복이 많고, 석조 봉우리의 형태는 사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역동적이다. 경쾌한 리듬속에서도 다소 지친다 싶으면 정적인 그윽함이 보인다. 사자림은 처음에는 사찰원림으로 건설됐고, 이로 인해 사가원림의 특색과 사찰원림의 체취가 공존하는 곳이다. 부지면적이 8800㎡로, 원나라 혜종때인 1342년 선승 유칙(惟則)이 조성했다. 정원 안에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전설 속의 맹수를 닮은 기암괴석이 발견됐다며 사자림보리정종사(獅子林菩提正宗寺)로 명명하고, 줄여서 사자림이라고 불렀다. 쑤저우의 정원에 가산이 많은 것은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강남지방은 물은 풍부한 반면 평지로 이뤄진 지형이라는 점에서 정원에서 만큼은 산과 물이 중심이 되는 가경(假景)을 만들게 됐다. 한국 정원이 풍수를 고려해 정원을 배치했다면, 강남의 원림은 자연을 인간의 세상으로 끌어오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정원에는 태호석이 쌓여 산봉우리를 이룬 구사봉(九獅峰)이 있고, '총명한 사람은 9마리의 사자를 볼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자체가 예술품' 유원- 직선곡선, 밝음과 어둠 절묘한 조화 / 明 서시태 개인정원19세기말 재건운이 좋았다. 유원에 들어서는 순간, 한 여인이 조각배에 몸을 싣는 모습이 보였다. 그 여인은 비파를 연주하며 중국최고의 아름다운 소리라는 설창예술인 '평탄'을 선보였다. 유원이 배우들을 고용해 선보인 선상이벤트였다. 유원의 고즈넉한 정경과 중국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지며 유원의 품격과 몸값을 높여줬다. 굳이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유원은 직선과 곡선, 밝음과 어둠, 높음과 낮음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정원 자체를 예술품으로 만들어준다.명나라 1525년에 세워진 유원은 서시태(徐時泰)의 개인 정원으로, 19세기말 당시 쑤저우에 있던 모든 정원들의 장점만을 골라서 재건됐다. 비교적 늦게 조성된 정원답게 졸정원의 물과 사자림의 돌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700m에 이르는 복도식 통로가 인상적이다. 중국 역대 문인들의 필적이 정교하게 새겨진 회랑과 화창이 유명하다. 여느 정원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연못을 둔 유원은 서쪽과 북쪽은 가산, 동쪽과 남쪽은 정자누각 등 건물로 이뤄진다. 유원은 한겨울의 정취를 으뜸으로 친다. 눈이 내릴 때 연못에 비친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라는 것.중국 정원은 당대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세월이 변했고, 사람들의 눈높이도 변했다. 전통정원이라는 기치를 내걸은 덕진공원에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지, 고민도 확신도 커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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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 2013.11.11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 8. 중국정원 벤치마킹(상)-이화원

중국에서는 정원을 원림(園林)으로 부른다. 동아시아 문화의 원류가 대부분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차용해보면 정원문화의 발원지도 중국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원림은 낯설다. 인위적인 돌더미, 인공호수, 복잡하게 연결된 회랑 등이 한국정원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두차례에 걸쳐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운 북방의 황가원림(皇家園林), 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에서 융성한 남방의 민간정원인 사가원림(私家園林) 등을 들춰본다.다리가 아팠다. '잠깐 쉬자'는 일행의 애원을 뒤로 한 채 몇시간째 쉬지 않고 걸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중국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한 이화원. 중국 황실의 여름 별궁이자 최대 규모의 황실 정원으로, 총면적이 2.9k㎡에 달한다. '서태후의 여름궁전'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영문명도 'Summer Palace'다. 금나라때인 12세기 초에 처음 조성됐고, 1750년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이곳의 규모를 크게 늘렸다. 1860년 서구 열강의 침공으로 파괴된 뒤 서태후가 실권을 쥐고 있던 1886년에 재건됐다."이화원은 전세계적으로도 건축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이 가장 완전하며 문화적인 가치가 가장 높고 인공경관과 대자연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황가원림"이라는 옹전화 교수의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이화원의 중심축은 60m 높이의 만수산(萬壽山)과 220만㎡(66만평)에 달하는 곤명호(昆明湖)다. 그리고 각종 전각(殿閣)과 사원, 회랑 등 3000여 칸의 전통 건축물이 실핏줄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면적의 3/4을 차지하는 인공호수 곤명호가 가장 눈길을 끈다. 항저우의 서호(西湖)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곤명호는 바다처럼 광활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호수를 파기 위해 동원됐을 민초들의 절규가 남아있는 듯하다. 만수산도 곤명호와 뗄수 없는 관계다. 호수를 조성할 때 파낸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이다. 만수산 정상에 있는 불당 지혜해(智慧海)에 오르면 이화원 전체를 조망하고 있고, 바로 아래에는 21m 높이의 6각형 불전인 불향각(佛香閣)이 버티고 있다. 중국 최대의 경극극장이 있는 덕화원(德和園),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는 배운전(排云殿), 길이가 778m에 273칸으로 나뉜 중국 최장의 복도 장랑(長廊)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원림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랑은 햇볕과 비를 피하기 위한 전천후 산책로다.원림의 경우 대국에 자리잡은 만큼 규모나 내용면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정원의 압도한다. 이곳은 또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한 폐쇄공간이었고, 다수의 민중은 이화원 증축공사에 동원돼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됐다.역사의 부침에도, 이화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규모에 탄성을 지르고, 곤명호는 유유히 윤슬을 일렁이게 한다.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돈다.● 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 "모든 황가원림의 으뜸 이화원 우수한 건축공예 정수 보여줘""이화원은 중국 역사상 모든 황가원림의 기본배치, 문화적인 정취와 우수한 건축공예를 승계한 중국 고전 원림의 정수입니다"쑤저우과학기술대 옹전화 교수(雍振華56)는 "이화원은 청나라 건륭제가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만든 정원"이라면서 "만수산이 박쥐의 모양을, 곤명호가 복숭아형인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옹전화 교수는 "중국인들은 과거에 박쥐는 행복을 의미하고, 복숭아는 장수를 의미한다고 여겼다"면서 "이를 통해 행복과 장수에 대한 중국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원림은 주로 자연적인 산수를 바탕으로 인공적인 궁전, 주랑, 건물, 누각 등을 배치해 인공적인 수단으로 자연을 담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시기의 인문사상, 특히 시(詩)사(詞)회화(繪畵)의 사상적인 경계가 담겨 있습니다. 또 꽃과 나무 등을 재료로 해 인류가 주체가 되는 정신문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과 민간원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강남의 민간원림이 황가원림의 조영기법들을 많이 모방하면서 유사점이 더 많다"면서도 "황가원림과 민간원림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은 크게 3가지"라고 말했다."첫 번째는 봉사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황가원림은 봉건제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고, 민간원림은 사가가 소유했던 만큼 원림의 주인이 달랐고, 각자의 요구도 같을 수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규모와 외적환경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황가원림은 규모가 크고 면적이 광활하며 대체로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산림, 호수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민간원림은 규모가 작고 대부분이 도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기후조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방은 기후가 춥고 건조하지만, 강남은 기후가 온화하고 다습합니다. 이를 통해 강남 원림은 화려하고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습니다"옹전화 교수는 "황가원림은 제왕의 휴식과 향락을 위한 공간"이라면서 "통치계급의 시각으로 국가의 산하는 모두 황가의 소유에 속한 만큼 황가원림의 규모가 굉장하고, 건축도 색채가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v:* {behavior:url(#default#vml);}o:* {behavior:url(#default#vml);}w:* {behavior:url(#default#vml);}.shape {behavior:url(#default#vml);}※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11.04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⑦ 벤치마킹 - 보길도 윤선도 원림

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항길에 고산 윤선도(1587~1671년)의 이상향이 있다. '자연과 세상을 깨끗하게 씻는다'는 세연정(洗然亭)을 중심으로 들어선 원림(園林)을 말한다.조선시대 시조문학의 황금기를 주도한 윤선도는 조선 인조 15년(1637년)에 제주로 향하다 우연히 들른 보길도에 정착했다. 당시 고산의 나이가 51세였다. 고산은 자신의 정착지를 부용동(芙蓉洞)이라 칭하고,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이 가운데 격자봉 기슭에 살림집인 낙서재를, 낙서재 건너편 산중턱에는 동천석실이라는 휴식공간을 지었다. 이와는 별도로 부용동의 초입에 세연정을 지었다. 고산은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대부호였던 해남 윤씨의 대종(大宗)으로, 재산이 넉넉했다고 알려진다. 재력을 바탕으로 고산은 특히 세연정과 원림을 조성하는데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33㎢ 크기의 보길도에서 부용동이 중심이라면, 원림은 낙원의 심층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산은 원림을 조성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듯 개울물을 막아 세연지를 조성했다. 하류 쪽에 만들어진 높이 약 1m길이 약 11m의 수중보인 판석보가 인공섬을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판석보는 건조할 때는 돌다리가 되고 우기에는 폭포가 돼 수면이 일정량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세연지의 물이 판석보를 거치면 장방형으로 만들어진 인공연못인 회수담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세연지와 회수담의 사이에 팔작지붕을 얹은 정면 세 칸측면 세 칸의 정자가 세연정이다. 주변에는 춤추는 무대인 동대와 서대까지 만들었다.섬의 깊숙한 곳에 못을 파고 돌을 옮겨 신선이 살 것 같은 도원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길도 주민은 물론 인근 노화도의 주민들이 동원됐고, 공사기간만 5년에 달했다고 한다.고산은 원림으로 친지들을 불러 자주 연회를 열었다. 풍악이 울려 퍼지면 동대와 서대에선 곱게 차려입은 기생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고산은 또 세연지에 배를 띄웠고, 낚시대를 드리웠다. 판석보를 지나 150m 가량 오르면 옥소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악기를 켜면 소리가 세연정을 감쌌다고 한다.원림에 발을 들여놓으면 '조선최고의 별서조원(別墅造園)'이라는 평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연지의 집채만한 바위들이 방문객을 맞고, 무희들이 춤췄던 동대와 서대의 주변에서는 동백나무가 하늘거린다.세연정의 난간에 기대면 주변의 풍광이 시야에 빼곡하게 들어오고 눈과 귀를 간지럽힌다. 문화재청 자문위원으로 보길도 윤선도 원림의 복원에 관여한 우석대 신상섭 교수는 "골육조형(骨肉造形암석과 산맥을 조화롭게 하는 것)과 음양오행에 따라 구조물을 배치하는 등 고산 특유의 절개와 철학적 안목이 돋보인다"면서 "산간에 은둔해 자기구제를 통한 초속적인 자유를 얻고자 했던 고산은 원림을 통해 언젠가 오실 임을 맞이하기 위한 전략적 경관계획과 은자로서의 조경술을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다만 일제가 원림의 기운을 막기 위해 지었다는 보길초등이 정원의 전면을 가린 탓에 답답함이 두드러진다. 차분하고 청량해야할 원림에 초등생들의 소음도 그대로 유입된다.고산은 부용동에 들어온 이후에도 관직복귀, 유배, 낙향을 거듭하다 85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눈을 감았다.그는 부용동에서 7차례에 걸쳐 13년간 머물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대부분의 건축물이 소실됐다. 부용동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혹사당한 조비들이 불만을 품고 불을 질렀다는 구전이 전해내려온다. 그러다가 지난 1993년 세연정이 복원됐고, 이후 동천석실와 낙서재 등도 옛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주변의 복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원림은 고산의 왕국이자, 불우한 천재의 낙지(樂地)다. 그리고 갖가지 부침을 겪은 원림은 '시름도, 욕망도 내려놓으라'고 담담하게 속삭이는 듯하다. ● 한국 전통정원 종류- 화려한 궁궐정원, 세속 떠난 선비의 별서정원전통정원은 크게 궁궐정원과 민간정원으로 분류한다. 또 조성주체동기성격에 따라 궁궐정원, 별서정원, 향원(鄕園), 산수정원 등으로도 나눈다.△궁궐정원=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들수 있다. 일반인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왕족만을 위한 정원인 만큼 크고 화려하다. 그러면서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대신 지나친 기교와 인위를 삼가한다.'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천원지방天圓地方)'는 음양오행사상을 조영의 원리로 삼으며, 왕의 사색과 명상을 돕는 치유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경주의 안압지와 포석정도 신라시대 대표적인 별궁의 정원이다.△별서정원= 벼슬에서 물러난 선비가 낙향해서 지은 원림을 말한다.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세속에서 비껴나길 원했던 사림들이 안빈낙도와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기 위해 조성했다. 주로 전원이나 산속 깊은 곳에 집이나 정자를 짓고 돌 하나에도 인문학적 가치를 담는데 주력했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을 비롯해 전남 담양의 소쇄원, 경북 영양의 서석지 등이 대표적이다.△향원= 벼슬이나 낙향 등과 상관없이 특정 가문이나 개인이 고향마을에 조성한 정원이다. 남원 광한루원, 대구 달성의 하엽정, 경북 성주의 한수헌 정원 등을 꼽을 수 있다.△산수정원= 한국정원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산수간에 위치한 정원이다. 산수정원에는 잠시 머무는 장소인 정자가 서있다. 사방이 트여 있는 정자에서는 주변의 자연경관을 막힘 없이 감상할 수 있다. 경북 영덕의 침수정과 경북 예천의 초간정 등이 자연을 벗삼은 산수정원으로 불린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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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 2013.10.28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⑥ 벤치마킹-용인 희원

가슴 벅찬 문학작품을 만날 때면 일부러 속도를 늦추곤 한다. 시나 소설의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뒷장 넘기기가 망설여지는 때를 말한다.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희원(熙園)이 그런 곳이다. 희원의 속살을 들춰보는 게 너무 흐뭇한 나머지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할 수도 있다.△색다른 완상공간희원은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미술관을 품에 두른 정원이다. 지난 1997년 문화유산의 해와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개원했다. 전국의 유명한 전통정원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하지만 이곳은 '미래지향적인 한국정원의 출발점'이라거나 '전통정원의 백과사전'이라는 평가가 인색하지 않을 만큼 오롯하고 한갓지다. 고즈넉한 정경과 시적인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완상공간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규모의 사설미술관이 자랑하는 국보급 문화재를 만나는 재미와는 차원이 다른 감흥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다름아닌 희원이다.희원에 대해 찬사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전통의 완벽한 재해석'이 배어있다.전체적인 구조는 창덕궁 비원에서 차용했고, 입구의 보화문은 덕수궁 유현문을 본떴다. 진입로쪽의 매림(梅林)은 담양 소쇄원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꽃담의 길상무늬는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을, 후원은 창덕궁 낙선재의 화계가 모태다. 그러면서도 희원은 단순히 한국 전통정원을 베끼지 않고 전통의 미덕과 모티브를 재해석했다. 실제로 희원의 중심인 주정(主亭)에 서서 감호(鑑湖)쪽을 바라보면 담이 보이지 않는 대신 호수와 산의 풍경이 펼쳐진다. 담을 일부러 낮게 배치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통정원이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구분한다'는 미덕을 중시했다면, 희원은 자연으로 확장하는데 천착한 셈이다.△희원은 거대한 작품미술관에 가는 길에는 초록터널이 이어지고, 감탄사가 지겨울 즈음에 미술관 표지판이 보인다. 그리고 유럽식 정원인 부르델정원, 보화문, 매림, 소원(小園)과 관음정, 주정 등을 차례로 만난다.매림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벅수 60쌍이 똬리를 틀고 있다. 벅수는 질병과 귀신을 쫓고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맡는 신상(神像)이다. 매림은 원래는 대나무숲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집안의 서쪽에 대숲을 만드는 전통에 따라 죽림(竹林)을 조성했지만, 날씨가 추워 대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자 매화로 수종을 바꿨다고 한다.소원에서는 경복궁의 애련정을 본뜬 관음정이 보이고, 연못 속에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들이 수북하다. 주정에는 법연지(法蓮池)로 불리는 네모난 연못이 있다. 마침 흐드러지게 된 연꽃이 희원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법련지의 양켠은 신응수 대목장이 지었다는 호암정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버티고 있다. 희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공작새와 은방울꽃하늘매발톱 등 한국 야생화 170종은 색다른 오브제다.희원은 6만6000㎡(약 2만평)에 달한다. 그 공간에 돌하나까지 인문학적 생명을 불어넣으며 거대한 작품을 구체화했다.계절의 변화에 맞춰 희원도 하루가 다르게 가을로 옮아가고 있다. 이번 가을, 홍엽으로 치장한 희원을 만나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 김민수 전주시 기획예산과장 "덕진공원 자연 회복 생태 휴식 공간으로""전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덕진공원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덕진공원의 모습을 보면서 무상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않습니다. 과거 물맞이 때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도시속 평범한 공원으로 과거의 추억만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게 현재의 모습입니다"전주시 김민수 기획예산과장은 "덕진공원을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나아가 한옥마을에 비견하는 생태휴식 공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의 기본방향은 세 가지"라면서 "전통이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보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전통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우리 시대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첫번째 기본방향은 '3무(無)'입니다. 개발논리 속에서 철근아스팔트콘크리트로 뒤덮였던 덕진공원을 점차 물흙자연이 살아 숨쉬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자는 원칙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끊어졌던 물길과 보행로를 다시 잇고, 덕진공원 100만평을 다시 하나의 생태공간으로 회복시키자는 것입니다"'두번째는 참여와 상생'이라는 김민수 과장은 "덕진공원은 시민들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해온 생활공원인 만큼 전통정원으로의 복원 역시 시민들의 참여속에서 시민들의 삶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더불어 지역민들이 전통정원의 조성과 함께 상생할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김 과장은 "전통의 창조적 재생이 마지막"이라면서 "전통의 모습으로 복원할 부분은 복원하되 무조건 기존 구조물을 도려내고 새로이 구조물들을 앉히는 방식 보다는 기존 구조물을 보완하거나 우리 문화 우리 방식을 덧입힘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다양한 대안들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 덕진공원을 앞으로 어떻게 조성해 나아가야 할지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현재 각 분야의 지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용역을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100만평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공간에 어떠한 이야기들이 들어갈지에 대해서 전주시는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할 예정입니다"그는 "전주시는 덕진공원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사람들의 지식아이디어스토리들을 모아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의 초석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면서 "100만가지 이야기들이 만들어낼 100만평의 기적을 전주 시민과 전북도민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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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 2013.10.21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⑤ 벤치마킹-영양 서석지

경북 영양은 영남은 물론 한국에서도 오지로 꼽힌다. 영양과 더불어 인근의 봉화, 청송을 묶어 'BYC'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이들 3개 군(郡)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은둔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에 자리잡은 서석지도 그런 은둔의 미학을 닮은 전통정원이다.처음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라면 '과연 이곳이 조선의 3대 민간정원이 맞을까'하는 의구심을 앞세우곤 한다.하지만 서석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정갈하고 기품있는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둔과 여유의 진경을 간직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서석지는 전국의 이름난 전통정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1530㎡의 공간이 전부다. 하지만 작은 돌 하나에도 성리학과 인본주의의 이상을 담아내며 '바로 이곳이 진정한 유가의 정원'임을 숨기지 않는다. 서석지는 1613년(광해군 5년) 성균관 진사를 지낸 석문 정영방(1577~1650년)이 조성한 별서정원(別墅庭園)이다.석문 선생은 광해군의 실정과 당파싸움에 회의를 느껴 벼슬길에 나서지 않고 은둔하면서 학문 정진하기 위해 연못(池塘)을 만들었다. 그의 나이 36세때다. 석문은 퇴계 이황-서애 유성룡-우복 정경세로 이어지는 퇴계학파 삼전(三傳)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서석지는 경정(敬亭)을 비롯해 사우단(四友壇), 한가지 뜻을 받드는 서재라는 뜻의 주일재(主一齋), 연당(蓮塘) 등으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 여느 전통정원과 달리 서석지는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국의 이름있는 민간정원이 주변 자연과의 동화에 많은 고민을 품고 있다면, 서석지는 자연과 정원을 뚜렷하게 구분한다. 연못의 동북쪽에 있는 주인의 거처인 주일재의 경우 연못이 아닌 사우단을 바라보게 배치했고, 강학공간인 경정은 연못 전체를 내려다 본다. 대문 옆으로는 큰 은행나무를 심어 많은 인재들이 나올 것을 기원했다. 정명론(正名論)에 의한 인본주의에 천착했던 석문 선생의 학문적 포부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셈이다.대문을 열면 왼편 서단에 경정이 자리하고 있다. 경정은 넓은 6칸 대청과 방 2개로 되어 있는 큰 정자이다. 대청마루에 걸린 편액이 이곳의 세월과 연륜을 대변한다. 경(敬)은 단순한 공경의 뜻이 아니라 퇴계학파에서 가장 중시하는 사상개념이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해 주변 것들에 흔들리지 않는 경지가 경이다. 서석지의 핵심은 단연 가로 13.4m, 세로 11.2m 크기의 연당이다. 평지에 연못을 파서 물을 끌어들이고 돌을 배치해 연을 심었다. 못을 파면서 땅속에서 많은 바위들이 나왔고, 석문 선생은 이 바위들에게 맹자와 중용 등에서 따온 이름들을 붙이며 생명을 불어넣었다. 수륜석, 어상석, 관란석, 화예석, 상운석, 봉운석, 난가암, 통진교, 분수석, 와룡암, 탁영석, 기평석, 선유석, 쇄설강희절암 등이다.서석(瑞石)이란 이름도 '이 연못을 팔때 땅 속에서 상서로운 모양의 돌이 나왔다'고 붙여진 이름이다.신발을 벗고 경정마루에 올라본다. 난간에 기대니 한점의 바람이 스쳐간다. 사방은 적막하고 연못은 잠잠했다.석문 선생의 인생관과 욕망이 은밀하게 읽혀진다. '서석지는 완상만 하는 정원이 아닌, 읽고 사색하는 정원'이라는 설명에 이의를 달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서석지는 급한 마음에 둘러보기는 어려운 곳이다. 마음의 눈으로 한참을 들여다 보면, 정신문화와 풍류문화의 진면목이 서서히 보인다.서석지를 통해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되새길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통정원에는 스토리와 철학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준다. 서석지는 그런 곳이다.● 신라의 옛 정원, 경주 동궁월지- 가장자리 굴곡 넣어 좁은 연못 크게 본 지혜월성의 북동쪽에 인접한 신라의 옛 정원인 동궁(왕세자가 거처하는 궁궐)과 월지는 신라문화의 정수이자, 신라왕궁의 별궁터이다신라 문무왕 때 조성된 이곳은 다른 부속건물들과 함께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사용됐고,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신라 경순왕이 견훤의 침입을 받은 931년, 왕건을 초청해 위급한 상황을 호소하며 잔치를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삼국사기에는 '674년(문무왕 14년)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기르고 진금이수(珍禽異獸)를 양육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곳은 동서 200m남북 180m의 구형(鉤形)으로, 크고 작은 3개의 섬이 배치됐다.지난 1974년부터 준설공사와 고고학적 조사가 이어지면서 주목할 만한 유구와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특히 신라가 망한 뒤 폐허가 되자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드는 못'이라는 이름의 안압지(雁鴨池)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는 더이상 안압지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월지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장자리에 굴곡을 넣으며 어느 곳에서도 전체를 한번에 볼 수 없게 한 것. 좁은 연못을 크게 보이도록 한 신라인의 지혜가 읽혀진다. 동궁과 월지는 화려한 야간 조명시설을 앞세워 야간명소로 더 잘 알려져 있다.경주의 랜드마크인 이곳은 언제나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경주시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이곳에서 여유로움과 고즈넉한 정경을 만나기는 힘들다. 성공한 관광지와 제대로 된 전통정원의 한계와 차이를 절감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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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 2013.10.14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④ 벤치마킹 - 창덕궁 후원

100여년 전만 해도 창덕궁과 창경궁은 외부와 단절된 신성한 공간이었다. 왕족이 아니면 숨소리 조차 넘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창덕궁과 창경궁은 왕과 왕족을 위한,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하고 유일한 문화유산들을 에두르고 있다. 여기에 세월의 숙명같은 더께까지 내려앉았다. 이렇게 궁궐은 영기어린 민족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궁궐정원의 진수로 불리는 창덕궁 후원과 창경궁 정원을 지면으로 만나본다.숨이 막힌다. 과연 이곳이 속세인지 잠시 망설여진다. 창덕궁 구중심처에 자리잡은 후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한폭의 산수화에 빠져들게 된다.후원은 조선 궁궐 정원의 고갱이다. 한 나라의 대표 문화는 지배층의 문화이고, 그 시대 그 민족의 최고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는 다름아닌 궁궐문화라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리고 후원은 조선시대 지배층이 품고 있던 건축적 이상이 구현된 공간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못한다.창덕궁은 조선의 이궁(離宮)이다. 태조가 창건한 경복궁이 정궁이었다면, 창덕궁은 태종에 의해 별궁의 개념으로 지어졌다. 또 창덕궁은 자로 잰듯한 비례와 질서를 앞세운 경복궁과 달리 건물들이 좌우대칭 일직선상에 배치되지 않으면서 '산세의 흐름을 거스리지 않는 비정형적 조형미'를 추구한다. 경복궁이 사무적이고 권위적인 느낌이 큰 반면 창덕궁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배여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선의 국왕들은 경복궁 보다는 창덕궁에서 머물렀다. 임진왜란 당시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이 모두 불탔을 때에도 가장 먼저 재건된 궁궐이 창덕궁이었다.창덕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후원도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창덕궁의 미덕을 깨트리지 않는다.부용지와 주합루, 애련지와 연경당, 존덕지와 반도지, 옥류천 등이 들어선 후원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국 최고의 정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후원은 숨겨진 정원이라 해서 비원(秘苑)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정원이라 해서 금원(禁苑)으로도 불렸다. 이렇듯 후원은 나랏일로 분주한 조선 군주들의 전용 휴식처이자, 왕을 위한 정원이었다.후원으로 향하는 경계를 넘어서면 부용지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부용정, 동쪽에는 영화당, 북쪽에 위치한 주합루를 만난다.부용지는 사각형 연못인 부용정과 그 가운데에 원형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의 원리가 읽혀진다.'천지 우주와 통하는 집'을 의미하는 주합루는 1층의 왕실도서관인 규장각과 2층의 열람실 겸 전망 좋은 마루로 구성된 복층구조이다.주합루의 직선상에는 등용문이자, 임금과 신하를 상징하는 어수문이 있다. 영화당 앞마당에서 과거시험을 통과한 인재들은 등용문인 어수문을 거쳐 주합류와 규장각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고 한다.발길을 돌려 춘당대를 거쳐 효명세자가 독서를 즐겼다는 의두합을 지나면 상대적으로 소박한 애련지에 이른다. 애련지를 둘러본 뒤 연경당, 관람지, 관람정, 존덕지, 존덕정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면 옥류천이 나온다. 인조 때 조성된 옥류천은 후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다. 임금과 신하들이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시문을 짓는 유상곡수연이 행해졌다고 한다.후원에서는 '자연과 어떻게 어우러질 것인가'를 천착한 한국 전통정원의 기본원리를 체득할 수 있다. 상서로우면서도 사색과 위압감이 느껴지는 공간, 다름아닌 창덕궁 후원이다.● '힐링 공간' 창경궁 정원- 권위 감춘 채 여유위안 가득창덕궁 후원이 왕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창경궁의 후원은 크고작은 정치적 행사를 위한 개방적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창경궁의 원래 이름은 수강궁으로, 세종이 즉위하면서 상왕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었다. 성종 14년(1483년)에는 대왕대비인 세조의 비 정희왕후 윤씨, 성종의 생모 소혜왕후 한씨, 예종의 계비 안순왕후 한씨 등을 모시기 위해 증축한 뒤 이름을 창경궁으로 바꿨다. 숙종이 장희빈을 처형하고,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인 궁중비극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또 일제강점기에 놀이공간인 창경원으로 격하됐던 역사의 상흔을 간직한 탓에 아직도 '창경원=유희공간'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이같은 역사적 배경을 뒤로 하고도 창경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 건물이 적은 탓에 권위적인 느낌이 덜한 대신 여유와 위안을 전해준다. 창경궁의 나무그늘을 걷고 있다보면 '아, 좋다'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창경궁의 후원은 현재 춘당지가 있는 북쪽이다. 현재는 창경궁에서 옛 전통정원을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통명전 지원, 낙선재 후원, 춘당지 등이 꼽힌다.낙선재의 경우 세자세자빈후궁들이 거처했다는 역사적 배경을 앞세워 주변 경관요소들이 뛰어나다. 영춘전 맞은편 언덕 아래에 위치한 통명전은 왕비의 침전으로, 장희빈과 인현황후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다. 통명전을 지나서 수림이 우거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꽤 넓은 면적을 가진 큰 연못과 작은 연못으로 이루어진 춘당지를 만나게 된다.유장한 역사의 생채기가 서려있는 창경궁 정원, 이제는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전해주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기획
  • 정진우
  • 2013.10.07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③ 벤치마킹-순천정원박람회

2013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투입된 예산은 약 2500억원에 달한다. 주박람회장 조성에 1064억원, 국제습지센터 건립에 443억원, 수목원 조성에도 211억원을 들였다. 예산의 상당부분을 순천시가 마련했고, 국비도 469억원이 투입됐다. 순천시의 한해 예산이 80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천시가 순천국제정원박람회에 쏟는 애정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지난 4월 20일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을 주제로 내걸고 발을 뗀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최근까지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루고 있다.'생태박람회'를 오브제 삼아 전국에서 손꼽히는 생태관광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순천시의 의지는,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에게도 적지않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다음달 20일까지 184일의 대장정이 이어지고 있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시 풍덕동오천동 일대 111만2000㎡의 부지에 습지센터, 수목원, 세계정원, 습지 등을 품에 안은 채 인파를 맞고 있다. 주박람회장의 경우 세계정원, 테마정원, 참여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적 정원디자이너인 찰스 쟁스가 설계한 순천호수정원과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황지해씨의 '갯지렁이 다니는 길' 등이 이채롭다.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정원 11곳, 테마정원 11곳 등 23개국 83개의 각양각색 정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열심히 다리품을 판다면 동양과 서양의 정원, 각국의 전통정원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무엇보다 박람회장내 서문쪽에 자리잡은 한국정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궁궐의 정원, 군자의 정원, 소망의 정원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한국정원의 경우 경복궁 교태전의 아미산 화계,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부용정,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 영양 서석지의 경정 등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또 한국정원 인근의 수목원전망지에서는 한국정원과 박람회장을 조망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들을 순천만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다소의 실망으로 바뀐다는 점에 상당수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수백년의 시간이 빚어낸 한국 대표 전통정원들이 휴식과 위안을 선사하는 반면 급조된 한국정원 조영물에서는 감흥을 찾을 수 없다. 곳곳에서 시멘트로 덧칠한 국적불명의 조영물도 눈에 띄었다.세계정원에서도 실망감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다만 실내정원에서는 창의력과 친환경소재를 앞세운 다채로운 조경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자연이 일구고 사람이 가꾼 생명의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생명의 공간에 얼마나 생명력과 활기를 불어넣었는가는 미지수로 남을 듯 싶다.박람회장을 둘러볼 수록 '만들었다'는 주최측의 자부심에 공감하기 보다는, '왜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신상섭 우석대 조경도시디자인학과 교수 "전주 한브랜드사업 마지막 과제 북부권 도시재생과도 일맥상통" △가장 한국적인 도시 낙토(樂土) 전주조선 영조때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전주부는 감사가 머무는 곳이다. 동편에 위봉산성이 있고, 조금 북쪽에 기린봉이 자리한다. 여기에서 한 맥이 나와 부의 서북편에서 건지산이 되었는데건지산의 한 맥이 서쪽으로 가다가 덕지(德池덕진연못)가 되었고만마동 물을 거슬러 받아 지리가 아름다우니 참으로 살 만한 곳이다."역사적으로 볼 때 건지산을 배후로 하는 덕진연못은 북서 계절풍에 취약한 전주부 북서 기맥의 허함을 보완하려는 풍수적 경관짜임이 작용되었다. 이에 더하여 소나무를 심어 솔내(松川)와 숲정이를 구축한 선조들의 지혜는 옛 전주의 미기후 조절을 위한 환경 개선이며 낙토경영 전략이었고, 역사경관 해석의 주요 근거가 된다.즉, 건지산과 덕진연못 일대의 유'무형 경관 자산은 전통시대 사회, 문화적 역량이 결집된 현실세계의 낙원(樂園)이었고, 인간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며, 문화적 자긍심을 촉발하는 환경소통(environmental communication)의 장(場)이었다.△전주 북부권 전통경관 되살리기오늘날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 권역은 개발압력 증대에 따른 난개발(도로 확포장대규모 공공시설 및 건물군), 고층 건물군에 의한 스카이라인 파괴, 노후 건물의 슬럼화 현상, 인식부족에서 파생된 낭만과 풍경미 상실 등으로 도시환경의 '건전성과 지속성'이라는 절대가치가 도전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팔경의 하나인 덕진연못 명소경관과 건지산 동산 숲을 중심으로 조경단, 전북대학교 캠퍼스, 동물원과 체련공원, 어린이회관과 소리문화의 전당, 승마장, 오송제 등 다양한 도시휴양 및 교육문화체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선조들의 문화적 풍퓨성과 자연 친화성을 바탕으로 가꾸어진 역사경관, 그리고 현대적 도시 어메니티(쾌적성amenity) 시설의 상호 보완적 네트워킹 전략으로 전통정원 조성이라고 하는 명제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갖는다. 즉, 광역적 개념의 전통을 주제로 한 테마정원 조성은 전주의 북부권 도시재생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는 당위성을 갖는다 하겠다.△'한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 전주시는 그동안 '한브랜드'사업을 관광마케팅 전략으로 지속성 있게 수행하여 한옥마을과 같은 대표적 명소경관을 견인하였다. 이 전략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테마가 전통정원 가꾸기 사업과 같은 역사경관 되살리기 영역이 아닐까 한다. 올 벽두부터 전주시는 문화관광 도시재생 전략과 연계하여 덕진공원 일대의 자연 특성을 살리고 역사성을 연계하여, 환경 친화적인 전통정원 벨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덕진공원 일대를 전통정원 조성의 최적부지라는 판단아래 전통체험 및 테마가 연계된 품격있는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도시의 격(格)과 매력의 향상이라는 부가가치를 살리고 전주의 정체성 향상은 물론 한국적인 문화경관 찾기, 그리고 도시의 건전성과 지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람직한 전략이라 하겠다. 오늘날, 힐링과 친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인식 속에서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적 지속성을 중시하는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시대사조 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도시개발이라는 우월적 사고의 틀을 깨고 도시녹화, 도시정원, 도시공원 등 녹색환경복지 정책이 도시전략의 중심에 서있으며, 녹색성장과 그린 마케팅 같은 건전한 사회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대 역사경관 권역의 교란된 토지이용에 대한 설득력있는 조명과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와 생태 교감의 산물이자 교과서로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전통문화정원 벨트화 사업이 녹색성장 개념 속에서 조속히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09.30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② 한국식 정원이란

전통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터살피기(相地), 자리잡기(立地), 설계(規劃), 시공(營造) 등의 과정을 거쳤다. 이 가운데 터살피기와 자리잡기의 경우 '지세는 높낮이를 따르고, 문을 들어서면 아취를 느끼게 하며, 지형에 따라 경물을 배치한다'는 지세자유고저 섭문성취 득경수형(地勢自由高低 涉門成趣 得景隨形)의 의미를 앞세웠다.설계시공단계에서는 '인지제의, 정청당위주 선호취경'(仁地制宜, 定聽堂爲主 先乎取景지형에 따라 알맞게 조성하되, 청당 위치선정을 중히 여기며 경물의 취사선택을 앞세운다)을 중시했다.△전통정원은 자연공간굳이'배산임수'(背山臨水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나 '장풍득수'(藏風得水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와 같은 풍수적 사고를 거론하지 않아도, 한국정원은 친환경 자연공간이다. 자연재료와 조영물을 적절하게 배치해 한국의 미를 극대화하고, 몸과 마음을 스스로 열리게 만드는 공간이 한국정원인 셈이다. 또 한국정원은 심층적 생태주의와 차경기법을 앞세운,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깃들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원을 '원림(園林)'으로 불렀고, 일본에서는 '정원(庭園)'이라고 썼다. 학계에서는 정원을 일본식 용어로 보는 이가 많다. 국내에서는 가원(家園), 임원(林園), 임천(林泉), 원(園), 원(苑), 정원(庭院), 화원(花園) 등의 다양한 명칭을 사용했고, 이제는 정원으로 굳어졌다.어떤 이는 원림을 자연의 조건을 훼손하지 않고 식물과 조형물의 배치를 돋보이게 하는 친환경 조경문화로, 정원은 인위적인 부분이 가미된 인공적인 조경문화로 구분하기도 한다.무엇보다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일종의 예술이다. 정원예술을 통해 사람들은 심신을 달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덕진연못에 전주 정체성 담아야그런 한국식 정원을 덕진공원에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 일단은 '옳은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전북지역의 경우 남원 광한루가 대표적인 한국식 정원으로 불리고 있으며, 덕진연못이 전통정원으로 탈바꿈한다면 사정이 달라지게 된다.이런 저런 이유로 덕진공원 전통정원화 사업은 한국식 정원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덕진연못의 역사적 의미는 많은 문헌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역사성과 상징성을 갖춘 공간에 전통정원이 채워진다면 전주의 시격이 한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실제로 조선시대 대표적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덕진지(德眞池)는 부(府)의 북쪽 10리에 있다. 부의 지세는 서북방이 비어 있어 전주의 기맥이 이쪽으로 새어 버린다. 그러므로 서쪽의 가련산에서 동쪽의 건지산까지 큰 둑을 쌓아 기운을 멈추게 하고 이름을 덕진이라 하였으니, 둘레가 9073자이다"라고 적고 있다. 또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는 용왕제와 성황제가 덕진연못에서 거행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의 창업과 관련된 건지산과 조경단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그러면서도 덕진공원 전통정원화사업은 덕진공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덕진연못외에도 건지산 힐링숲, 조경단 역사경관 묘역, 동물원, 체련공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을 에두르며'한국적 도시공원모델 제시'라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전북대 김정문 교수는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주의 정체성에 맞는 전통정원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야 하고, 덕진연못조경단건지산동물원 등이 활용지속성과 환경생태성이라는 밑그림아래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면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넓게 멀리 보고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면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한중일의 전통정원- 韓 '자연 순응' 中 '규모 압도' 日 '축소 지향'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전통정원은 '차경'(借景경치를 빌리다)을 중시하는 동양정원이라는 울타리에 속해있다. 그러면서도 세 나라의 전통정원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이에 대해 우석대 신상섭 교수는 "한국의 정원이 '1대 1'이라면, 중국의 정원은 '1대 10', 일본은 '1대 1/10'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정원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면, 중국의 정원은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앞세웠고,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자연을 축소하는데 천착했다는 것.또 한국에서는 궁궐별서정원이, 일본에서는 사찰정원, 중국은 부유한 관리들과 문인들이 지은 민간정원이 발달한 것도 특이하다.숲이 유난히 많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가진 한국의 경우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화된 자연풍경식 조경을 중시했다. 연못누각화단 등은 직선으로 처리하는 등 자연미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도형적인 대비효과를 가미했다. 한국인 특유의 무위자연과 겸양,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순천주의(順天主義)정신을 엿볼 수 있다.이에 반해 중국의 정원은 자연의 이상향과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고,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 동굴바위 등을 인공적으로 만들고, 누각도 높고 화려하다.한편 일본은 땅가름(地割)과 돌놓기(石組)로 대표되는 독특한 정원양식을 발전시켰다. 재난재해가 많다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일본의 정원은 폐쇄적이고 축소지향적이다. 불교사찰신사를 중심으로 정원문화가 발달한 만큼 간결하고 사색적이며 작위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기획
  • 정진우
  • 2013.09.23 23:02

전통정원의 재해석 ① 프롤로그

전주시가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원에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정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주시는 현재 전북대 산학협력단에 덕진공원 전통정원 조성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이에 본보는 덕진공원 일원을 어떻게 전통정원으로 탈바꿈시킬 것인지, 앞으로 이곳이 전주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등을 가늠해본다.'전통시대상을 반영하여 관상유락휴식심신수양 등을 위해 수목석(水木石) 등의 자연재료 및 조영물을 활용하여 한국의 미상징성기능을 위해 친환경적으로 가꾼 특정 토지''생활환경에 활력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한 미적 공간으로서 민족 고유의 관습생활환경 등으로 오랜기간 동안 계승발전해온 문화공간 양식''미관위락 또는 생태실용 목적으로 생활환경 주위에 수목을 심고 특별히 조경처리한 토지'전통정원의 정의를 일컫는 말들이다.한국사람이라면 전통정원이 낯설지 않다. 연못과 숲 등이 어우러진 공간은 어릴 때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현대인들은 자연과 생태, 위안과 참살이에 잔뜩 허기를 느낀다. 시계태엽처럼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각박한 일상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최근들어 전주를 넘어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전주한옥마을이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한옥마을을 걷다보면 마음의 상처를 잊고 향수와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또다른 '한옥마을'의 가능성한옥마을은 전주의 자랑이지만, 역설적으로 전주관광의 임계점이기도 하다. 한옥마을 외에는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을 찾기가 힘들다는 고민이 적지않다. 한옥마을과 어깨를 견주거나 능가할 수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전주발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런 저런 이유로 전주시가 주목한 공간이 덕진공원이다. 덕진연못은 국내에서도 드물게 읍성형 전통정원(읍성부성궁성 앞 뜰에 위치하는 동산원지)이다. 또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덕진연못은 고려시대 밀교의례(사월초파일 용왕굿)이 거행됐다는 자부심을 앞세워 역사성상징성을 넉넉하게 간직하고 있다. 한옥마을이 도시인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하는 것처럼, 덕진연못이 제대로 전통정원으로 탈바꿈한다면 각박한 현실을 보듬어주는 쉼터로 자리잡을 수 있다.△여의도 절반크기 어떻게전주시는 덕진공원과 건지산 일원 357만2667㎡ 부지에 전통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덕진공원을 중심으로 전통정원을 꾸민다는 구상에서 벗어나, 이 일대를 친환경생태체험벨트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전주시의 청사진이다.여의도 크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해당 부지에는 덕진연못외에도 조경단, 오송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체련공원, 어린이회관, 덕진예술회관, 전북도립국악원, 혼불문학공원, 전주동물원 등을 품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넓은 부지에 전통정원이라는 오브제를 일관성 있게 펼쳐보일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풀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국적 정원은 한마디로 차경(借景경치를 빌린다)이다. 덕진공원 전통정원 사업도 앞으로 많은 것을 빌려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의 성공요인인 추억과 정경을, 도시인들의 향수를, 전주이씨의 발상지라는 역사적인 배경을 차용해야 한다.결국 덕진공원 전통정원이 갖춰야 할 덕목은 '힐링'으로 요약된다. 위안과 휴식을 주고, 마음의 생채기에 새살을 돋게 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제서야 첫삽을 뜬 덕진공원 전통정원, 아직은 갈길이 멀고 지난해 보인다.

  • 기획
  • 정진우
  • 2013.09.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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