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6-20 19:54 (토)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금요칼럼

[금요칼럼] MPR 시대와 저널리즘의 위기 - 한정호

마침내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 이제 신문과 방송, 대기업들은 새로운 미디어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분주하다. 신문과 방송의 교차겸영이 허용되고 대기업들의 미디어산업 진출이 보다 용이하게 되었다. 케이블TV에게도 KBS나 MBC 같은 종합편성채널이 허용되게 되었으며 뉴스채널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IT 강국에 이어 미디어 강국답게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구 당 미디어의 비율이 높다. 공중파방송은 물론 케이블 TV, 위성TV에 이제 인터넷을 이용한 IPTV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핸드폰과 DMB 수신기에서도 온갖 프로그램이 쏟아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신문과 잡지의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불황에 허덕이면서도 그 숫자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라디오의 청취율도 떨어지지 않는다. 광고로만 운영하는 온갖 무가지들도 난무하고 있다. 인터넷 속의 신문과 방송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뿐인가? 블로그를 통하여 미네르바와 같은 파워 블로거들이 저널리스트 행세를 하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은 자기 마음대로 뉴스를 편집하여 신문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만 미디어에 대한 만 미디어의 투쟁이 시작된 기분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미디어산업의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언론의 국제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디어의 폭발과 팽창은 예상하지 못한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불경기로 이러한 많은 미디어들의 재원이 되는 광고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미디어 범람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마케팅의 무기가 마케팅 PR (이하 MPR)이다. 노스웨스트 대학의 토마스 해리스 교수같은 사람은 이제 광고의 시대가 가고 MPR의 시대가 만개한다고 장담한다. MPR은 간단히 말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미디어의 내용을 직접 노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해리스 교수는 결과적으로 유료광고는 줄고 비광고 미디어 공략형태의 마케팅전략이 늘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기존 일간신문과 방송 (공중파)의 광고는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측한다.이제 광고의 자리가 MPR로 대체된다면 무슨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기업들로서는 한 없이 늘어난 미디어의 지면과 프로그램을 직접 공략해서 자신들의 회사나 브랜드, 제품의 이름이 나타나도록 한다. 영화는 PPL (영화 속에 특정 제품이 등장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로 가득 찬다. 경제지의 경우 아예 제품 소개난을 기사처럼 버젓이 운영하고 있다. 이제 공중파와는 달리 규제가 약한 케이블 TV의 종합편성채널에는 여러 형태의 MPR이 난무할 것이다. 기업 스폰서를 받는 프로그램이 늘고 신문은 기업의 소개기사로 가득찰 것이다. 인기 있는 잡지사의 편집권을 기업이 비밀리에 인수하는 사태도 있다. 몇 년간 계약을 하고 그간의 모든 기사와 광고를 그 기업이 마음대로 하기도 한다. 내막을 모르는 독자들로서는 교묘한 홍보기사를 억지로 읽는 겪이다. 광고가 부족해 재원이 약해진 신문과 방송은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는 퍼블리시티 (보도자료)에 크게 의존한다. 자연스럽게 기업이나 정부의 홍보지나 홍보방송으로 전락한다.MPR 시대의 도래는 마케팅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저널리즘에는 큰 위기를 초래한다. 워치독 (watchdog)으로서의 언론의 기능은 약해지고 기업과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홍보 미디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는 MPR 시대에 국민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이 광고이고 기사이고 프로그램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실제 히트를 친 연애소설에 유명기업의 광고카피가 연인간의 대화 대사로 그대로 실리기도 했다. 이는 처음부터 작가와 계약을 맺은 광고소설인 것이다. 어떤 영화는 재벌사로부터 수십억의 협찬을 받고 그것이 기획에 포함되어 PPL로 나타나 마치 기업홍보연화를 방불케 한다. 미디어의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한 고의적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 MPR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교묘하게 기획, 제작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MPR 시대가 도래하면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지위는 약해지고 일개 소비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광고와 신문기사의 차이가 없어지고 방송의 프로그램 또 한 스폰서 기업의 홍보채널이 된다. 미국의 유수한 기업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사방이 온통 직접 홍보뉴스를 전달할 미디어로 깔려있는데 왜 돈 주고 광고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유료광고는 무료 기사형광고로 바뀌는 셈이다.이러한 환경에서는 엘리트 신문이나 공영방송의 출현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기업과 신문사가 컨소시움을 이루어 만든 방송사가 재원의 창출을 위해 기업의 MPR 전략을 그대로 수용하고 이에 대한 댓가를 공공연하게 받을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모든 기업들이 MPR을 하면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미디어의 발전은 그에 상응하는 광고의 공급을 전재로 해야 하며 기사와 광고, 프로그램과 광고는 엄연히 분리되고 미디어의 편집과 영업이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의 국내 형편으로 볼 때 미디어의 대폭발은 MPR의 발전과 함께 홍보성 기사와 프로그램의 난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11 23:02

[금요칼럼] 강원도가 뿔났다 - 전상국

강원도에 가면 당신도 자연이 된다.1998년 개봉된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이란 영화는 그 제목부터가 달콤 섬뜩한 종래의 그것들에 비해 사뭇 낯설었다. 그러나 영화 내용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그 제목을 계기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의 힘'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낙후와 불모의 땅, 무대접 푸대접으로 홀대 받았다는 뿌리 깊은 피해의식에 빠져 있던 강원도 땅 강원도 사람들이 비로소 강원도의 힘을 다양한 패러다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즈음부터였을 것이다.강원도의 힘은 무엇일까. 영화 '강원도의 힘'은 결별의 상처를 가진 남녀가 각기 강원도 여행을 하면서 그네들이 지난 날 나눴던 사랑의 애틋함을 다소 칙칙한 톤으로 회상하는 내용으로, 인간 내면의 심리 흐름이 강원도를 배경으로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강원도의 자연을 통해서 피폐한 그네들의 가슴이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자연은 인간 감성의 근원이다. 자연의 힘은 남들한테 뒤질세라 정신없이 내달리며 살던 대도시 사람들이 사시사철 주말만 되면 목숨을 걸고 도심을 탈출하는 그 차량행렬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제까지 잊고 산 질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자연 앞에 서는 순간 숨김없이 드러난다. 오솔길에 들면 저절로 노래를 부르고 자연예찬의 삼행시를 짓는 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떤 이들은 자연의 신비를 스케치북에 옮기는 등 그 감동이 거침없다.자기 안에 감춰져 있던 아티스트 본능의 꿈틀거림이다. 자연 속에서의 이러한 문화충동이야말로 남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기에 바빴던 도시적 삶의 각성이며 자기가 꿈꾸고 있는 자기 본래의 모습을 비로소 찾았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이처럼 마음의 여유를 찾은 순간 사람들은 비로소 거대 괴물도시 예찬이 아닌 충청도의 힘,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산골 마을의 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얼마 전부터 강원도 사람들은 강원도의 새로운 힘으로 반세기 넘게 휴식을 한 DMZ(비무장지대)를 내세우고 있다. 분단 고통과 그 상흔의 상징인 DMZ가 버려진 땅에서 생명의 신비를 담은, 생태 자원의 보고로, 남북 화해 평화 통일의 전진 기지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강원도 사람들은 대도시 사람들의 생명의 원천인 상수원, 그 물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갖은 불이익을 감수해 왔듯 반세기 이상 살아 숨 쉬고 있는 공포의 그 지뢰밭 속에서 살아왔다. 함부로 발 들여 놓을 수 없는 그 무수한 선들에 의해 삶의 불편을 겪어온 접경지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애증이 서서히 DMZ 에 대한 자긍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지난 8월 14일 강원도 고성 명호리 민통선 안쪽에 비무장지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DMZ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9월 18일에는 인제군 서화면에 DMZ 평화생명동산이 비무장지대 가치의 전국화, 세계화를 향해 문을 연다.이제 DMZ는 강원도의 가장 매력 있는 관광 명소로서 떠오르고 있다. 여전히 긴장의 공간이지만 그만큼 환상과 동경의 땅으로, 축복받지 못한 그 땅이 우리의 미래를 여는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로 지금 강원도 사람들은 많이 바쁘다.그런데 요즘 강원도 땅, 강원도 사람들이 몹시 화가 났다.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무산됐고 지지부진한 SOC확충,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지정 불투명 등 주요 현안이 실패하거다 답보상태다.이에 도민들은 첨복단지 재선정 촉구 상경집회를 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조선시대 윤행임이 '강원도 사람은 바위 아래에 앉아 있는 부처님 격으로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기 할 일 해나간다' 라고 적은 그 암하노불들이 지금 팔을 걷어 부치고 일어선 것이다.모든 일을 정치판 그 꼼수로 풀어가는 일에 능한 거시기한 그 사람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무뚝뚝 강원도 감자바위들이 왜 뿔났는지./전상국(소설가김유정문학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9.04 23:02

[금요칼럼] 전현직 대통령의 가족장 결의대회 - 윤방부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다. 대개 광복절이 지나면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신선함을 느꼈는데 최근에는 날씨와 더불어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과 이상하게도 '주검'이라는 단어가 일상생활을 압도하다 보니 더욱 지루하고 무덥다, 꽤 오래 전 일이다, 전남 광양에서 강연을 하고 나서 몇 명의 30대 청년들이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하면서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 같은 분이 꼭 도와줘야 할게 있다고 한다. 얘기인 즉 슨 자기들은 한국의 장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 민간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하며 필자의 동참과 도움을 요청하였다. 우선 비행기 시간이 급하니 나중에 학교로 필요한 자료와 내가 할 역할을 적어 보내달라고 하였다. 간단한 인사편지와 왜 그들이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를 바꾸어야 하는지, 또 현재의 우리나라의 장례실태는 어떤지 등등을 기록된 자료가 운송되었다.지금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1년에 20만여 개의 묘지가 만들어 지며 면적으로 치면 여의도 면적의 1.2배가 잠식당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의 분묘 수는 약 2천만 개로 학교용지의 4배, 공장용지의 2배, 국토의 1%, 서울특별시 면적의 1.6배다. 묘지당 평균 면적은 15평으로 주택면적 6평의 2배 반이다. 상가당 조의금은 평균 1천 9백 5만원으로 한해 평균사망자가 25만이라고 하면 약 2조 7천 4백억 원이다.중국여행을 했을 때의 일이다. 안내인이 여러 얘기를 하는 중에 중국에는 봉분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처럼 유교문화를 숭상하는 나라가 이게 웬일이냐 싶었다. 풍수지리설의 원조인 나라! 龍의 발톱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떠드는 나라가! 중국은 연간 평균 사망자가 6백만 명에 달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땅, 그 중에도 명당이라고 일컫는 요지가 묘지로 변했다고 한다.그러나 모택동이 이끄는 혁명정부가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문화혁명>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중국 어디에서나 봉분들을 한 무덤은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북경 시에서는 장묘문화 제2혁명운동으로 94년부터 시작한 운동은 시신을 화장한 뒤 그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것이다.특히 1979년에 사망한 주은래 전 국무원 총리는 유언에 따라 화장을 했고 그 유골이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고, 1989년 호요방 총서기가 사망했을 때 부인의 희망에 따라 화장된 유골이 강서척지에 뿌려졌다. 중국의 국립묘지인 베이징 "팔보산 혁명공묘" 는 지도자, 애국자, 과학자, 문학가, 예술가, 고급기술자 등 3.000여명이 묻혀있고 묘지크기는 1~2제곱 미터로 모두 납골묘다. 우리는 최근 2~3개월 사이에 두 前大統領의 운명을 경험하였다. 한 분은 "자살"로 운명하였고 또 한 분은 의학적으로 病死하였다.어린 시절 초대대통령의 생일날이 되면 경기여고와 함께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가 동원되어 서울운동장에서 생일을 찬양하는 합창을 하곤 하였다. 그 당시 그 분이 대통령이니 당연히 생일에 동원되어 합창을 하는 것으로 알았고, 또 그 분은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고, 훌륭하며, 우리가 存在케 하는 분 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4.19혁명으로 그 분이 下野할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는 모 신문사가 불에 타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고 내가 믿었던 그 분이 최악의 지도자(?), 독재자(?)였기에 결국 下野해서 '하와이'로 망명하였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접하고 어리둥절 하였다. 그 후 下野할 때 욕하고 비난하던 때와 달리 이곳 저곳에서 안타까워 우는 국민들을 보았고 운명했을 때 정말, 진정으로 슬퍼하는 국민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공과야 어떻든 그 분은 대한민국의 건국의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이 운명했을 때 어떤 장례를 치러야 할까! 법률적으로 국장, 국민장, 가족장 등이 있다고 한다. 최근에 운명한 전직대통령 두분 중 한 분은 국민장으로, 화장하고 고향마을로 갔고, 또 한 분은 특별하니 국장으로 서울 현충원에 모셨다. 장례가 국장이냐! 국민장이냐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아직도 계속 대통령은 현재대로라면 5년에 한 명씩 나올 것이고, 또 그들이 인간인 이상 운명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전직이던 현직이던 대통령의 주검에 대한 장례형식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은 없으나 죽으면서까지 000대통령은 국민의 귀감이 됐다는 이 한마디는 듣고 싶다. 한국의 주은래, 호요방은 언제 오실까?그리고 광양에서 만났던 장례문화를 바꾸기를 원했던 그 젊은이들이 지향하고 희망하고 또 갈망하던 말,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했던 분이나 대통령이 정말 장례문화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던 그 바람들이 생각날 뿐이다. 현직이던 전직이던 대통령의 장례 형식에 대한 이러한 기사가 보고 싶다.영어로 한번 쓸까? "He deserved it, but he didn't."이 한마디를./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28 23:02

[금요칼럼] 시대를 앞서간 '행동하는 양심' - 전용배

지난 화요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永眠)했다. 사람들은 '영욕(榮辱)의 삶을 살다 갔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를 제대로 기억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 가운데 가장 오해받았던 사람이 DJ였다. 아직도 그를 떠올리면 죄송한 마음부터 앞선다. 필자의 고향은 대구다.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고향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당시 나의 고향에서, DJ는 일부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빨갱이, 거짓말쟁이, 전라도' 프레임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생을 마친 지금도 이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대학시절 그의 저서인 '김대중 옥중서신',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중경제론'을 읽었지만, 너무 '똑똑해서'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당시엔 정말 그랬다. 독서량이 풍부하지 못했던 20대 초반의 평범한 학생이 어떻게 본질을 볼 수 있었겠는가. 언론마저 통제되던 시절이었으니, 세상을 보는 창(窓)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진면목은 미국강의실에서 제대로 체험했다. 체육이 전공이었지만, 한국에서 전공한 행정학을 부전공 삼아 법대, MBA, 행정학 대학원생들의 토론을 경청하다 보니, 정치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보편적 가치'에 누가 가까운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990년대 당시 서구에서 바라보는 제 3세계 위대한 지도자는 아웅산 수지, 넬슨 만델라, 김대중으로 압축되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박정희, 김일성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거니와, 일부 알고 있는 교수님들도 "독재자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나, 독재자들은 공통점이 너무 많아 서로"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당시에 받은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박정희와 김일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물론 조금은 유연한 입장이기에, 서구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미얀마의 군부가 아무리 총칼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도 아웅산 수지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관점을 적용하면, 김대중은 세계적인 지도자이다. 오천년의 우리역사에서 한국인 중에서 전 세계에 가장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유명한 사람 하나만 꼽으라면 이론(異論)의 여지없이 DJ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YS와의 경쟁구도는 국내에서만 적용될 뿐이다. '글로벌 인지도'만 적용하면, 한국정치인은 DJ와 나머지로 분류될 수 도 있다.DJ의 개인적인 영향력 때문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당당한 일원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국민의 정부'부터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정책적으로도 1971년 DJ가 내놓은 4대국 보장론이나 통일정책은 당시로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물론 DJ도 인간이기에 역사적 및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권위적이고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1987년 YS와 대통령후보를 놓고 타협하지 못한 사건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망자(亡者)에 대해서는 허물은 덮고, 공(功)만 생각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지만, DJ와 같은 역사적인 인물은 공(功)과(過) 모두 우리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DJ가 아무리 허물이 있다한들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역사적 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DJ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라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가지도자가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목도(目睹)하고 있지 않는가. DJ가 남긴 수많은 어록 중에서,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사이에 있어야 한다"가 정말 가슴에 와 닿았음을 고백하면서, 청년시절 오해에 대해 이제야 용서를 구한다./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21 23:02

[금요칼럼] 홍보와 소통 - 한정호

MB 정부의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여 가장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홍보의 강화이다.MB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가장 먼저 국정홍보처의 폐지를 단정적으로 밝혔고 새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은 홍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장관들도 이 용어를 불경시 했다. 그러나 현 정권도 집권 반년이 되기도 전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홍보기획관 (수석) 자리도 신설했다. 각 부처에서 다 내보냈던 계약직 홍보 전문가들을 다시 고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회의, 각 순시에서 국정 홍보를 강조하고 직접 독려하기도 한다. 서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친근한 대통령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홍보라는 말 대신 '소통'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홍보라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여기에는 언론과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미디어에 대한 대응은 물론 선거와 대형 국책사업의 승패가 다 달려있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와 같은 엄청난 여론의 소요를 경험한 후로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곧 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생각하면 홍보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홍보라는 말을 싫어했을까? 과거 대통령치고 정부 홍보를 마다하는 사람이있었던가?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 대통령이 과거 건설회사에서 직장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고 CEO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건설회사 홍보는 오로지 중요 인사 로비와 언론막기에 전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지금이야말로 그러한 엉터리 관행을 정부의 정책에서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이 대통령의 또 다른 홍보 혐오 이유는 노무현 전 정권의 지나친 정치 홍보에 대한 진절머리에서 왔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브랜드화 하고 기획과 홍보를 합쳐 기획홍보실을 만들고 보수 언론과 사생결단하는 홍위병식 홍보에 혐오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극단에 대한 극단적 반대, 그리고 극단적 선회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핵심적인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부의 홍보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 4가지의 홍보는 모두 잘못된 홍보이다. 첫째, 노 전 대통령이 행한 이념 투쟁 혹은 선전성 홍보. 둘째,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에 경험하고 싫어한 로비와 언론방어식 홍보. 셋째, 정책만 좋으면 포장은 필요 없다는 지나친 실용주의사고 홍보. 넷째, 뚜렷한 원칙과 소신 없이 소통을 강조하는 무철학 홍보. 이 모두 홍보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보는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유리하게 알리고,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언론을 이용하고 국민들의 생각과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라는 고정된 인식을 가진 결과이다.선진국의 홍보는 이미 대중설득과 이미지 만들기를 넘어서서 갈등의 해결과 다양한 공중들과 장기적 관계의 유지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선진민주 홍보는 다양한 공중 (public)들이 서로 전혀 다른 생각과 이기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정하고 그 중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홍보 책임자의 역할을 '기술적인 설득자'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의 조절자'로 규정할 것인가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물론 정부의 정책을 알리고 언론에 보도하고 정책의 유리한 면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적인 홍보의 노력이다. 그러나 홍보의 궁극적 목표는 갈등조절에 있다. 갈등조절은 남의 다른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정하면서도 끈질기게 윈-윈(win-win)이 되도록 노력하는 '협상가적 기질'을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로섬 게임 (zero-sum)의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패자로 만들고 자신은 승자가 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 어쩔 수 없는 21세기 정보지식사회의 여론 싸움이다.앞으로 더 많은 홍보 전문가들이 정부에 영입되고 홍보의 노력이 강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하다. 국책사업이 더 가속화되고 여론장에서의 대결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선전 전문가로 교육시키지 말고 인내를 가진 갈등의 조절자로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소통과 공감은 아름다운 용어이나 행동철학과 지침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한정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09.08.14 23:02

[금요칼럼] 학부모 등에 업혀 개울 건넌 이야기 - 전상국

현행 교육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장 한 사람이 교육 일을 맡아보는 중앙행정기관을 줄곧 문교부라고 일컬었다. 함께 있던 전직 동료가 핀잔주는 말을 했다. '문교부가 뭐야, 교육부지.' 그러자 역시 교장 출신인 다른 사람 하나가 껴들었다. '허허,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게 언젠데‥‥.' 또 다른 사람 하나가 나섰다.' '웃기고들 있구먼. 허긴 자네들 낡은 머리론 교육과학기술부란 이름 외기도 쉽지는 않을 걸세.'건국 이래 우리의 교육정책이 조령모개했던 것처럼 그 명칭 또한 꽤 자주 바뀌었다. 1948년 건국과 함께 문화와 교육을 아우른다는 뜻으로 발족한 <문교부>가 1990년 교육 전담의 <교육부>로 개칭되었다가 다시 20001년 <교육인적자원부>로,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과학기술부와 통합되어 그 명칭이 <교육과학기술부>가 된 것이다.다행인 것은 명칭이 어떠하든 그 기관이 모두 이 나라의 교육 문제를 주 업무로 다뤄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 메뉴 항목부터가 그렇다. 학생 학부모 교원 연구자 중 맨 끝의 연구자 항목만이 과학기술 정책 등 먼저의 과학기술부가 하던 역할을 맡고 있을 뿐 다른 항목은 모두 교육 현장 일들을 다루고 있다.문제는 홈페이지 팝업창 제목의 섬뜩함이다. 학원부조리 신고 센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후속조치로 학원 등에서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말이 '학원 등'이지 자세히 보면 우리 교육현장 전반의 부조리를 겨냥하고 있다.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고, 곪은 부위를 도려낸다며 선 솜씨로 어설피 쓰는 칼은 자칫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망칠 수도 있다. 학원 교육도 교육인데 유독 그 비리 척결만을 강조하는 이런 엄포성 전략이 우리의 교육 뿌리와 그 바탕 모두를 불신하는 풍조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우선 교육 현장의 불법행위 신고는 가르침을 받는 학생과 가르치는 선생님과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결정적 빌미가 될 터. 더구나 자기 자식이 다니는 학교와 선생님의 비리를 찾는 학부모들의 그 불신의 눈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삼위일체의 결속을 미덕으로 지켜온 우리 공교육 현장의 학생 ? 선생님 ? 학부모들의 관계가 오늘처럼 이간된 상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직 가르치는 신명 하나로 사는 선생님들의 얼굴은 학부모들의 자식 보호 이기주의 앞에서 더욱 참담하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오래 전부터 스승의 날에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부모가 내민 촌지 봉투를 동영상으로 잡고 있는 제자들의 그 한심한 작태 속에서 어찌 가르침의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높은 교육열에 비례해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냉소가 매몰찬 것도 임시방편으로 서둘러 만들어내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학생 선생님 학부모와의 끈끈한 믿음과 사랑의 줄을 다시 이어주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불신의 눈길을 거두고 사랑하고 따르고 밀어주는 교육현장의 따듯한 이야기가 그립다.1960년대 초, 경상도 어느 시골 학교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갔다. 갈 때 징검다리로 건넌 개울물이 소나기로 불어 돌아올 때는 아이의 아버지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넜다. 한사코 사양하는 선생님을 향해 아버지뻘 되는 아이 아버지가 간절한 눈길로 애원했다. '선생님, 지도 효자노릇 좀 하게 하소.' 아이의 할아버지가 집에서 개울 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선생님 배웅을 마친 뒤 서로 손을 잡고 다시 개울을 건너가는 그 집 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그때만 해도 가르치는 게 참 즐거웠지.'아직도 문교부란 명칭이 입에 익은 예의 그 전직 교장의, 가정교육이 살아 있던 그때 그 시절 교육 이야기의 맺음말이다./전상국(소설가김유정 문학촌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8.07 23:02

[금요칼럼] 정치권 물갈이 - 윤방부

정치권의 물갈이! 아직 선거는 멀었어도 작금의 여러 가지 사회현상, 정치현상,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 줄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면 차곡차곡 물갈이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용어가 "정치권 물갈이론" 이다. 한국의 발전과 미래, 또 현재에도 가장 장애물이 되는 것이 정치, 정치인, 광범위 하에 정치권이라고 지적 되기 때문인 것 같다.'정치권 물갈이론' 가운데 8~10년 전에 "젊은 피"라고 하는 용어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소위 386세대(30대, 80학번, 60년도 출생)가 각광을 받았던 때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결국 386 세대로 통하던 "젊은 피" 수혈은 실망 또는 실패라는 용어로 귀결 되고 있는 것 같다.'젊은 피'. 이 용어는 이제는 노회된 용어가, 실패한 용어가 되 버렸지만 아직도 사회의 각 구석의 대화 속에서 여전히 심심찮게 등장한다. 때로는 '젊은 피'에 빗대어 어떤사람은 '점잖은 피'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젊은 피든 점잖은 피든 '피'라는 말에서는 생명이 연상되고 종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리스도의 피가 인간을 구원한다고 믿는 기독교를 '피의 종교'라고 한다는 것도 이 연상과 무관하지 않다. 왜 그리스도의 피만이 구원할 수 있었을까? 죄인의 피는 죄인을 구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구원교리'다.썩을 대로 썩고 낡을 대로 낡은 우리나라 정치를 희생시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젊은 피 하면 대표격이 386(30대, 80학번, 60년도 출생)세대가 떠오르는데, 386세대 스스로가 '젊은 피'라 여기고 있었다.피는 혈장과 혈구로 되어 있다. 피는 늙은 피가 젊은 피로 구별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각각의 혈구는 자연적인 수명이 있어 그 수명이 다하면 죽고 새로운 혈구가 생성된다. 때문에 우리 몸 속의 피는 항상 새롭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은 수혈이 따로 필요 없다. 하지만 갑자기 출혈을 많이 한 경우는 수혈이 필요하다.정치권의 정치인들이 많이 없어졌거나 있어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빈혈 상태인 경우 수혈이 필요하겠지만 괜한 수혈은 오히려 피를 증가시켜 더 큰 문제만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병들고, 썩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힘이 없어서 수혈이 필요하다면 '교환수혈'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인들을 솎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집어넣는 소위 '사람 바꿈'이 요청되는 것이지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수혈이든 교환수혈이든 함부로 할 것이 아니다. 우선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어떤 혈액형인지 파악한 다음 수혈할 피가 에이즈나 간염, 성병에 감염되었는지 검사해서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나쁜 피는 뽑아내고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넣어주는 것이 이상적인 교환수혈이다.하지만 과연 지금의 정치권이 교환수혈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또 새로운 피로 투입할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도 않고 이제는 실패의 대명사라고 치부되는 '젊은 피'가 아니라, 정상적이고 건강한 피가 가장 적합하다는 원칙이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피란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 교육,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겸손하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슬픈 일에는 눈을 지그시 감고 눈물을 삼켜온 사람들을 말한다. 나이가 젊어서 젊은 피가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점잖게 살아온 점잖은 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31 23:02

[금요칼럼] 한국은 보수의 나라다 - 전용배

스포츠사회학의 관점에서 체육스포츠를 규정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체육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는 개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는 체제의 안정 없이는 성장이나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 강국이던 중동국가들이 최근 기량이 떨어지는 원인도 체제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즉 스포츠는 이념도 필요 없고, 정치권력이 좌든 우든 상관없다. 스포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오직 '체제안정'만을 바랄뿐이다. 따라서 스포츠는 '운명적 보수'이다.그렇다면 스포츠만 보수적일까. 아니다. 유교사상이 지배한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는 보수의 지배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물론 정치성향이나, 대북정책, 정부의 시장개입 정도와 같은 정책적인 관점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의미 있게 구분되기도 하지만, 삶의 방식이나 조직문화와 같은 추상적 개념에서는 보수의 틀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아직도 한국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이다. 기존질서에 대한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진보적 관념과 사상은 아직 한국사회에서 넘어야 할 벽이 첩첩산중이다.정치적으로도 노무현정권 정도가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기는 했기만 진보적 정책을 제대로 펴 본적은 없다. 임기 중에 '좌파정부'라는 색깔공격에 시달렸던 노무현 정권의 어떤 정책이 진보정책이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노무현정권의 임기 초를 생각해보자. 카드대란의 후유증으로 인한 임기 초반의 경제위기, 한나라당 145석, 민주당 62석, 열린우리당 47석, 자민련 10석의 의회구성, 언론의 색깔공세 상황에서, 어느 대통령이 진보 좌파적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후, 어느 자리에서 "진보적 가치를 표방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분배정책은 꺼내보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마찬 가지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민주당, 한나라당의 정책은 대북정책과 국가보안법 정도를 제외하곤 차이가 거의 없었다. 복지정책의 확대와 종부세는 국가라는 존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지, 진보?좌파적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나름대로 진보적이라는 민노당의 지지율과 의석수를 보라. 한국사회에서 진보가 살아남고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한국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등가적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물적 토대에서 상대가 안 된다. 스포츠로 치면 NBA드림팀과 한국고등학교 팀의 경기와 같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이며, 상식과 비상식, 합리와 비합리, 소통과 막힘에 대한 갈등이다. 그럼에도 굳이 이념적으로 규정하라면 '보수와 보수'의 갈등일 뿐이다.보수정치가 주를 이루는 한국정치의 가장 아킬레스건은 사실 '지역볼모주의'이다. 이 구도의 최대 수혜자는 경상도를 볼모로 잡고 있는 한나라당이고, 전라도 기반의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고, 충청도에 집이 있는 자유선진당은 '떡고물'을 묻히고 있다. 모두가 혜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한나라당의 독식구조이다. 제주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광주광역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강원도를 다 합쳐봐야 국회의석 65석에 지나지 않는다. 경상도는 68석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선거에서 전라도가 한 후보자에게 95% 투표해봐야, 경상도 50% 투표면 게임 끝이다. 따라서 지역주의도 등가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헌법개정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중대선구제로 바꾸어야 한다. 지역민들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이 일은 오직 확실한 지역 기득권을 가진 한나라당이 나서야만 가능하다. 진보가 이 땅에 꽃을 피우는 일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보수의 나라 한국에서, '보수주의자'로 자처하지만, 제대로 된 보수를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고만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누가 많이 먹었는지는 스스로가 알 것이다. 모든 사람을 잠깐은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전용배 교수는 미국 뉴멕시코 주립대 스포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스포츠 산업 경영학과 이사를 거쳤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24 23:02

[금요칼럼] MB 정부와 정체성 - 한정호

6월 말 대통령의 중도론 선언 이후 MB정부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중도론이란 극좌도 안되고 극우도 안된다는 의미의 매우 타협적이고도 실용적인 노선이다. 합리적이고 민생 우선적이면 되는 것이지 정부정책에는 좌도 우도 없다는 설명이다. 역시 며칠 뒤 청와대는 '중도실용론'으로, 다시 '중도강화론'으로 보다 구체적인 이름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는 고육지책이다. 진보와 보수세력들의 원색적인 요구와 갈등사이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안보위협과 경제불황, 미래불확실성에 시달리는 현시점의 국민들에게 중도론은 매우 불안정한 노선이며 어필하지 못하는 노선이다. 나의 중도와 너의 중도가 다르며 중도노선에 바탕해서는 미래의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간 MB 정권이 탄생한 이후 표방해온 정책노선용어들을 보면 유사한 점이 있다. 실용정부, 현장확인, 소통, 중도노선, 실리외교좋은 말들이기는 하나 MB정권다움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없다. 집권 1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이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논쟁과 정치를 싫어하며 편 갈라 싸우기 싫어하며 돈 안되는 이념적, 혹은 가치관적 고민에 빠지기를 싫어한다. 이 대통령은 그저 한 없이 일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지휘하고 빛나는 실적을 올리고 싶어 한다. 필요하면 그때그때 여러 수단을 사용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데 익숙한 사람이다. 통치의 이념이나 가치관, 철학, 역사관과 같은 추상적인 리더십 개념에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그는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투쟁하면서 표를 모으는 정치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이러한 엘리트 CEO 대통령의 약점은 바로 정권정체성의 결여로 나타나기 쉽다. 잘은 모르지만 이번 중도론의 표방은 이러한 자신의 정치 스타일이 추궁받자 "굳이 색깔을 밝히라고 한다면 나는 중도론 쯤으로 해놓지" 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 아닌가 싶다.왜 정권은 확실한 정체성을 필요로 하는가? 그때 그때 좋은 정책만 실현하면 되지 굳이 정체성을 밝혀야 하는가? 결론을 말한다면 밝혀야 한다. 아니 밝히지는 않더라도 나타내야 한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외교, 안보, 통일, 경제, 사회, 문화, 복지의 정책들은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중심축을 기반으로 움직여야 파워를 발휘하며 예측이 가능하다. 확실한 비전이란 바로 정체성의 결정체이다. 이것이 좌파를 이롭게 하건 우파를 이롭게 하건 정책의 방향들은 뚜렷한 정체성 속에서 수렴되어야 한다. 모든 정책들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고 명분과 가치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수 많은 정책들을 하나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힘이 바로 정체성 (identity)이다. 좋은 정체성은 대통령과 집권세력들을 더 편하게 하며 더 당당하게 만든다. 그들의 잠재력을 통제하지 않고 해방시킨다. 좋은 정체성은 새롭게 창조되어야 하며 양분선상에서 움직여서는 안된다. 흔히 불붙는 좌우파의 노선 논쟁은 물론 중도론도 전형적인 양분론에 바탕한 원시적인 정권 정체성 논쟁이다. 여기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개인심리학으로 보면 정체성이란 통합적인 자기표현으로 자기 발전은 물론 남들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엄청난 중요성을 가진다. 정체성 심리학의 대가인 에릭 에릭슨 (Erik Erikson) 은 사람이 자기 정체성 (self-identity)을 가지지 못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불안과 좌절, 대인관계 갈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자기가 스스로를 누구며 무엇을 위해 사는 사람이라고 암묵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치관과 의지, 가능성 극대화의 문제가 결부된다. 모든 조직체도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하며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정권에 있어 이 정체성문제는 바로 리더--대통령의 문제로 직결된다. 정권 정체성의 정점에는 최후의 책임자, 대통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할 일은 바로 모든 정책들이 자신의 몸 전체에 자리 잡은 정체성에 맞추어 돌아가며, 궤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해주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 의사결정, 대화, 행사 모든 것이 다 정체성 발현의 일환이다. 이는 오로지 대통령의 몫이다.그렇다면 대통령은 현시점에서 어떤 정권 정체성을 창조해야 하는가?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나 답을 찾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선 본인의 개인적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하는 사람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 사람인가?"의 물음에 스스로 새롭게 답하면 된다. 확실한 것은 "나는 중도에 서서 실용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강력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라는 자기 정체성은 어떨까? 남은 3년 반의 임기는 더 이상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한정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한정호 교수는 코래드 수석연구원, kdi 연구위원 및 홍보연구실장,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17 23:02

[금요칼럼] 양복 입은 뱀 - 전상국

'사이코패스'란 말이 연쇄살인범의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다. 유영철과 강호순 같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의 남은 영향일 것이다.그러나 그들 흉악범들은 범죄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그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처럼 양복도 입었고 좋은 차도 몰고 매력 있는 미소로 주위의 환심도 사는 그냥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에겐 자신의 공격적 성향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본능적 위장술이 발달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해 무감각함을 눈물로 위장한다거나 사탕 같은 사랑을 입에 물고 살았는지도.이처럼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참 모습을 감춘 채 다가오는 폭력이다. 눈에 보이는 광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위해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질 나쁜 악일수록 그 가해의 수법이 주도면밀해 피해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대부분 그 가해의 정체에 대해 모르게 마련이다.더 치사한 폭력은 힘없고 무지한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뻔뻔한 얼굴들로부터 나온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나라를 위해서, 잠자고 있는 정의를 일깨우기 위해, 우리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정치판의 목소리 높은 정치꾼들을 수상쩍은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의 <남다른 지능과 위장술로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를 '양복 입은 뱀'이라고 비유한 말에서 입씨름의 명수 정치꾼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정치판 정치꾼에 대한 불신이다. 분명 우리네 보통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덕망 있는 사람들이 일단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개판으로 달라지는 그 두 얼굴에 대한 배신감이다.나라 걱정은 물론 우리 모두의 고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싸움의 선봉에 섰다는, 그들의 높은 목소리는 우리의 희망이었고 미래였다. 그리하여 그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로 촛불까지 켜들고 거리로 나섰던 것 아닌가. 그러나 무엇이 달라졌는가. 우리의 그 맹신적 추종이 좌우 이념의 담 쌓기에, 사회 분열 조장에 기여했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달라진 것이 있다. 우리를 조종한 정치꾼 그들의 이름이 빛났고 머리 굴린 만큼 표를 더 얻었으며 당리당략을 위해 몸 바쳐 싸워 얻은 전리품인 저 권좌의 거드름.오래 전 나는 불신과 증오, 소외와 좌절, 억압과 굴복 등 광기의 모태를 리트머스 시험지 삼아 사이코 연작 소설 몇 편을 쓴 적이 있다. 이 시대의 광기를 성공하지 못한 악의 한 유형으로 보아 다분히 필요악을 미화하는, 불편한 심기의 반영이었다. 위선과 부패보다는 소외된 인간의 광기가 한결 창조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다는 생각 그 이면에는 위선의 탈을 쓴 정치꾼이야말로 이 시대의 성공한 악이라는, 당대 정치판에 대한 환멸이 짙게 깔려있었다.노름꾼, 협잡꾼이나 다를 바 없는 혹세미문의 정치꾼이 아닌,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서로 마주앉아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는 정치가를 기다린다. 혼란한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립을 조정하고, 맞설 것은 당당히 맞서되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의 말도 소중히 다루는, 그렇게 덕 있는 정치가를 생각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판 행패 그 버전만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는, 정치판 비하의 그 인식을 바꿔놓을 참신한 정치가를 만나고 싶다.희망은 있다. 욕을 하면서도 결국은 한 표를 던져 만들어낸 그 정치꾼들을 이제 버릴 때가 됐다는 것. '양복 입은 뱀'을 기르는 것도, 우러러 따를 큰 정치가를 모시는 것도 모두 우리의 선택, 그 판단에 달렸다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만 있다면./전상국(소설가김유정 문학촌 촌장)▲ 소설가 전상국은 경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종업했다. 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으며 강원대 국문과 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를 거쳐 현재 김유정 문학촌 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10 23:02

[금요칼럼] 다 쓰고 죽자 - 윤방부

후덥지근한 장마철에 산뜻한 얘기가 훨씬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는 후덥지근한 장마철보다 더 찜통 같은 "주검"이 아닐까 한다.얼마 전 한 신인 여자 탤런트의 자살, 그 이전 잘나가던 최고 탤런트의 자살. 조용한가 했더니 또 한번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前大統領 자살, 그런가 했더니 존엄사에 대한 法的, 의학적, 윤리적 정의, 사회의 반응, 가족의 반응 특히 언론의 보도태도, 또 이렇게 지나는가 했더니 세계 최고의 팝 가수 마이클잭슨의 미스터리 한 사망! 2009년 상반기에 각종 매스컴에 줄줄이 이어졌고 지금도 그 여파가 그 여진이 아직도 꺼지지 않는 주검이다."주검(Death)"에 대한 정의는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철학, 전문분야, 인생관, 종교적, 가족관, 전통 등등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확신한 것은 숨쉬고, 생각하고, 움직이고, 활동하던 인간이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검후의 인간이 영혼이 떠돌아 다닌다는 등 來世를 말하는 것은 宗敎에서는 가능하나 현실과 의학에서는 불가능하다.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死後가 아니라 死前 에 주검에 대한 철학, 개인관 등을 어떻게 소유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주검이니, 불행한 주검, 행복한 주검, 불필요한 주검, 골치 아픈 주검, 하물며 잘 갔다고 즉, 호상이라고 불리어지는 주검 등등 다양하다.필자는 의사라는 직업상 보통 사람보다 비교적 많은 "주검"을 봤다. 1970년대 미국 유학시절, 엘리자베스(리사)라는 50대 중반의 미국여자로 유방암 환자가 있었다. 폐에 물이 차서 들어왔는데 검사를 해보니 유방암 말기였다. 차마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말하지 못 하고 있는데 검사 후 1주일째 환자가 묻는다.Doctor, 내 병의 진단은 꼭 알아야 되겠어요? 물론 당연하죠. 네 검사결과는 유방암이 퍼져서 폐에 물이 찼습니다. 표정이 바뀌더니 한참 있다가, 그러면 제가 얼마나 더 살수 있나요? 교과서적으로는 3個月, 그러나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결정하시는 것 아시죠? 그녀는"에티오피아"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20연년째 일하던 중 이었다. 아무 말이 없다 매일 회진 시 Say Hi(안녕하세요) 하고 지나쳤는데 3일 후 입원실에 들어가 무언가 대화하고, 위로하고 싶어 들어갔더니 책상 위에서 열심히 무엇인가 쓰고 있었다.뭐하세요? 편지 쓰고 있어요. 무슨 편지요? 친구들에게 쓰고 있어요. 친구 많아요?네, 좀 있어요. 무슨 내용인데요? 주로 사과와 용서편지를 쓰고 있어요.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면 사과 드려요, 용서하세요, 물론 감사의 편지도 쓰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3個月 후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검진결과가 나온 후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엘리자베스는 그 병원에서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원한 등에 죽어가는 환자들, 가족의 갈등 속에서, 축복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들, 그 많은 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들! 온갖 이유로 자살한 사람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만 주검은 인생의 한 단계라고 한다. 또한 누구든지 죽는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매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죽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다. 최근 한 모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임의 명칭이 "쓰죽회" 인데 "쓰"고, "죽"자 모임이란 뜻 이란다. 재산을 많이 모으진 못했지만 죽을 때 가져갈 것 것도 아니니 다 쓰고 죽자는 취지라 했다. 조금은 다른 점이 있지만 '스테판.폴란이란 미국 사람이 쓴, "다 쓰고 죽자" 라는 책이 있다. 그 중에 다 쓰고 죽어라, 유산이 없으면 자식들이 다툴 일도, 가산을 탕진할 일도 없을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돈 있는 사람들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다 쓰고 죽어야 할 것이 꼭 "돈"만은 아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소질, 철학, 마음, 정신, 신체 등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인간이 태어나 죽음을 맞이 할 때까지 각자가 소유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주검관, 인생관이 아닐까?다 쓰고 죽자! 그리고 병이 걸려 죽든, 또 온갖 이유로 죽든, 자살하던 그 마지막 단계에서 용서와, 사과, 화해가 깃든 그런 주검! 그것이 진정한 주검이 아닐까?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살은 최고의 죄악이요, 또 살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의 묘비명에 "다 쓰고 죽었다 후회 없다" 라는 글귀를 남겨보자./윤방부(가천의대 부총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7.03 23:02

[금요칼럼] 대통령제를 폐기할 때다 - 정종섭

이제 우리는 개헌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투신하여 죽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5년마다 도박판 같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판 붙어 이기면 다 먹고, 지면 다음날부터 절치부심 칼을 갈면서 다음 판을 기다리는 것을 무슨 스릴을 느끼듯 하다가 결국 전직 대통령이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고서야 승자독식의 대통령제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것 같다.대통령제는 대통령 1인에게 강력한 권력이 집중된 국정운영 방식이다. 건국기의 혼란을 수습하거나 고도 성장기의 개발독재에서는 국민들을 앞에서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자'가 순기능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대통령제가 적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단계를 넘어서면 대통령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우선 한국의 경우 건국 이래 국민의 칭송을 받는 대통령이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 대통령제의 실패를 잘 보여 준다. 이승만 대통령은 말년의 독재로 국민의 저항에 부딪쳐 사임하였고, 윤보선 대통령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군부 쿠데타를 막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8년의 장기 독재 끝에 심복에게 피살당했고,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재판을 받고 감옥살이를 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권력을 휘두르다가 국민의 비난 속에 대통령직을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소추까지 당하다가 임기 후에는 박연차게이트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투신하여 목숨을 끊었다.이런 실패한 대통령을 만들어 낸 한국 대통령제는 과거 권위주의든 민주화 이후든 다음과 같은 공통의 특징을 보인다.첫째,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도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다. 민주주의에 어긋난다. 그래서 여론의 지지율이나 자기 지지세력에 의존하는 파당성을 보인다.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라 자기 세력의 '그들만의 대통령'이다. 둘째, 대선에서 어떻게 이기든 이기기만 하면 권력과 돈을 모두 거머쥔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이고 패자무망(敗者無望)이다. 그래서 국가의 중요한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고, 국가예산을 자기 사람에게 유리하게 쓰거나 자기 출신 지역에 몰아준다. 셋째, 이 결과 대통령 출신 지역은 부유해지고 그외 지역은 소외된다. 이런 악순환이 민주화 이후까지 반복되어 지역주의는 더욱 고질화되어 간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대통령제가 만들어낸 자원 배분의 왜곡이 그 본질이다. 넷째, 대통령 1인의 판단에 따라 국민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성공이지만 잘못 뽑으면 망조가 든다. 도 아니면 모다. 이처럼 대통령제는 위험도(risk)가 높은 국정운영 방식이다. 우리 경험상 결국 모는 나오지 않고 도가 나온 것이다.다섯째, 대통령이 된 사람은 자기가 마치 군주나 된 듯이 착각에 빠져 행동한다. 5년 임기, 국내외의 여건적 제약, 한정된 자원, 가용한 인적 자원의 한계, 자신의 능력상의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역사의 영웅이 된 듯 허세를 부리다가 결국 나라를 망쳐 놓는다. 국민들도 대통령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에게 접근하려고 한다. 역대 권력형 부정부패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된다. 여섯째, 대통령이 이렇게 자리매김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 기대한다. 경제, 국방, 외교, 복지, 교육, 노동 등등 모든 것에 완벽하기를 요구한다. 어떤 사람도 이렇게 할 수 없음에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허상으로 이런 기대를 한다. 결국 이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기에 대통령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퇴임시에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퇴장하는 것이다.이것이 한국 대통령제의 현주소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 견해도 있지만, 지금까지 실패한 것인데, 이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만큼 어리석다. 제도부터 고치고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순리다. 이제는 대통령제를 폐기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보고서도 길을 찾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정종섭(서울대 법대교수헌법학)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19 23:02

[금요칼럼] 보수와 진보 그리고 진화 - 백홍열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지구상의 생명만큼 아름답고 신기한 현상도 없다. 파도에 휩쓸리며 밤바다를 파랗게 수놓는 야광충,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 그리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또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그 모두 물리법칙만으로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기적 같은 일이다.물리법칙에 따르면 우주에서 무질서의 척도인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즉 자연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더 무질서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모아놓은 벽돌은 시간이 흐르면 더 무너져 내리지, 그 반대로 벽돌이 쌓여 벽돌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생명체는 이 법칙을 거스르며 끊임없이 자신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자연을 질서 있게 변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인 기적을 과학적으로 이해시켜 주는 것이 진화라는 메커니즘이다.진화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일어난다. 첫째는 자기복제이다. 즉 각 개체가 가진 유전정보가 그대로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야 한다. 자기복제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기본 조건으로, 이런 기능 없이는 생명이 지속될 수 없으며, 생명이 없으면 진화도 없다. 둘째는 돌연변이다. 진화는 근본적으로 변화이기 때문에 만약 유전정보가 변화하지 않고 자기복제만 한다면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필수조건이다. 셋째는 자연선택이다. 생존경쟁을 통해 더 우수한 생명체, 더 적합한 돌연변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어떤 생명체가 더 우수하고 적합한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당시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생명체가 적자일 뿐이다. 이런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가 이기적이면서도 자식을 사랑하고, 또 죽어야 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면 자식을 가질 수 없고. 자식이 있어도 사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를 보존할 수 없으며, 또 죽지 않으면 진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런 종들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렇게 진화는 논리적으로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 우주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약 40억 년 전 우리 지구는 우연히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생명의 기원인 DNA를 만들었다. 이 원시생명은 이후 아메바, 삼엽충, 공룡 등 더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기억과 사고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특별한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기억과 사고능력이 다시 진화의 조건을 만족함에 따라, 생명의 진화와는 별개로 생각의 진화가 이루어져 지금의 인류 사회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등 사회현상도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와 진보는 모두 사회 발전의 필수 요소이다. 보수는 현 사회 시스템의 자기복제과정으로 진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즉 생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사회의 유전 기능인 보수 없이는 다음 세대로 계속 유지되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반면 진보는 진화의 두 번째 조건인 돌연변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은 계속 변하는데 거기에 적응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 역시 발전하고 지속 될 수 없다.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앞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두 수레바퀴이다. 그리고 이 두 수레바퀴는 항상 서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너무 빨리 가면 좌나 우로 돌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다. 생명의 진화에서도 너무 빨리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그 생명체는 멸종한다. 반대로 돌연변이 속도가 너무 느려도 그 생명체는 도태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는 관계이지 적은 아니다.지금 우리나라는 폭발하고 있는 과학문명, 이에 따른 지구환경의 급속한 변화, 불리해져만 가는 세계경제 환경 그리고 북한의 정치군사적 위협 속에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그래서 그 어느 때 보다 사회 발전의 동력이 필요한 지금, 현재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극심한 대립으로는 대한민국이 진화하여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진화의 자연선택은 힘이 아니라 법과 선거결과이다. 이제라도 보수와 진보는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균형을 맞추어 사회 진화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모든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12 23:02

[금요칼럼] '막가파 대통령' 막는 개헌 필요 - 전성철

미국에는 지금까지 44명의 대통령이 있었는데 이들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단임으로 끝난 대통령이다.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는 것, 즉, 실패한 대통령인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꿈은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터 대통령은 재선을 이루지 못했을 때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에 재선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지금까지 44명의 대통령 중 중임을 한 사람은 불과 18명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떡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할까 노심초사한다. 자연히 국민을 두려워하고 임기 마지막까지 국민의 뜻에 맞는 정치를 하게 된다.이런 장점 때문에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는 모든 나라들은 거의 '중임제'를 택하고 있다. 그것이 대통령중심제의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중임제의 가장 큰 장점은 초임 대통령으로 하여금 첫 임기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임된 대통령은 국민을 섬길까. 아무래도 초선 대통령보다는 못하겠지만 이들은 정치력의 원숙함으로 그것을 보완한다.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이란-콘트라 사건이 있었고 클린턴의 경우 르윈스키 스캔들이 있었지만 둘 다 원숙하게 그 위기를 다 넘겼고 통치를 잘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대통령 단임제'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제도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은 한마디로 대통령을 '오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대통령으로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단임제 대통령은 재임 중 아무리 인기가 없었어도, 국민이 아무리 그를 미워하고 저주해도,5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그의 업적에 대한 어떠한 심판도 없다. 퇴임 후에는 전임 대통령으로 모든 예우와 대접을 다 받는다. 그러니 국민을 별로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이것은 '너희들이 아무리 짖어도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태도, 즉 '막가파' 대통령을 만들게 된다. 전두환 대통령은 말 할 것도 없고, 만약 노태우 대통령이 재선의 희망이 있었다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돈을 몇 천억원씩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김영삼 대통령에게 재선의 꿈이 있었다면 아들 문제에 대해 그토록 고집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고 말년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만약 재선에 대한 꿈이 있었다면 '아들 문제' 가 선거에서 불거질 가능성을 생각하고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오만과 방심은 대부분 그들을 다 임기 후반에 가서는 지지도 10%대에 불과한 사실상 '정치적 파산자'로 만들었다.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에게 재선의 꿈이 있었다면 국정 내내 '막가파'스타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자체 선거에서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당하고도 사과는커녕 '선거란 그럴 때가 있는 것이다'라고 태연자약하고, '코드 인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어도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안면몰수하고, 세금 폭탄에 대한 국민의 엄청난 저항과 작통권 이양에 대한 열화와 같은 반발, 악화되는 대미 관계에 대한 크나큰 우려에 대해서도 모두 마이동풍 식으로 일관했었다. 이런 모든 것이 크게 보아 '단임제'라는 이상한 제도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단임대통령제는 '막가파' 대통령을 양산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미에 단임제의 폐해를 인정하고 4년 연임제를 위한 개헌을 시도하지 않았는가.이제 우리 국민도 이만큼 당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헌법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이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6.05 23:02

[금요칼럼] 병사들 월급부터 정상화하라 - 정종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은 남녀 불문하고 국방의무를 진다. 여성은 병역소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입대하지 않을 뿐이다. 국방상 필요하면 여자도 병역소집의 대상이 된다. 국방의무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법률로 정하지만, 기본적 내용과 성격은 헌법상의 의무이기 때문에 법률로 이를 부인할 수 없고, 국민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이를 배척하지 못한다. 개인의 종교나 주관적 양심을 이유로 국방의무를 배격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로 납세의무를 거부할 수 없는 것과 같다.국방의무와 납세의무는 우리 국민들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속에서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게 하는데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공평한 부담으로 이를 행한다.그런데 남성들이 군대에 갈 때가 되면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창 젊은 남성들이 자신의 삶의 구상에서 추진하던 계획을 일단 중단시켜야 하고, 군대를 제대한 이후의 상황변화에 불안해 한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도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 군대에 갔다 와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불리한 상태에 놓이지 않을지, 건강하게 무사히 잘 다녀올지 등등 걱정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서 아직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면서 웃는 사람보다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이 더 많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헌법상 국민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해도 '의무'라는 이름으로 아무 것이나 병역의무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방의무에 필요한 행위는 이행하지만, 그에 적합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군인을 민간의 도로공사, 모내기, 화재진압, 거리청소 등에 강제로 동원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국가가 해결 가능한 손해를 병사들에게 부담시키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국가는 그 능력상 가능하다면, 병역의무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 요구된다. 물론 의무라는 것이 보상없이 부담을 가하는 것이지만, 이때 말하는 의무는 원래의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그러할 뿐이다.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병사들의 월급부터 문제가 된다. 현재 병사들의 월급을 보면, 일병 7만3천500원, 이병 7만9천500원, 상병 8만8천원, 병장 9만8천원이다. 우리 경제력이나 국민의 부담능력으로 보건대, 이러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넌센스이다. 그리고 아직도 병영 내 일상 생활에서 위험요소가 적지 않고, 병사들이 기거할 막사조차 낡은 것이 대부분이고 그 교체작업도 한없이 더디니, 이런 상황에서 국방의무가 즐거울리는 만무하다. 국가가 막사를 현대화하고, 질 좋은 의복과 월급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는 것은 국방의무를 핑계로 삼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의 경제력과 국민의 부담능력에 비추어 보건대, 병사들이 제대할 즈음이면, 그간의 필요경비를 지출하고 저축한 돈이 적어도 한 학기 대학등록금이라도 되든지 해외답사여행경비 정도는 되어야 한다.국방의무로 부담하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사들은 언제라도 전투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피해 또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국방의무로 부담하는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회적인 합의로 도출하고, 그에 적합한 보상체계부터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 제33조에서 정하고 있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것이 제대로 실천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법치주의다.이제는 종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국방의무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진정으로 국방의무가 고귀한 것이 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가 되었다. 국방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로 또 허둥댈 것이 아니라 이런 시스템의 문제부터 바로 보기 바란다./정종섭(서울대 법대 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9.05.22 23:02

[금요칼럼] 60돌을 맞는 대한민국 공군

어느덧 세월이 번개처럼 지나, 꿈과 청춘의 상징이었던 하늘의 사나이 빨간마후라가 금년으로 60돌을 맞게 되었다. 오늘이 있기까지는 하늘에서 피고 진 수많은 애국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대한민국 공군의 효시는 독립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 상해 임시정부의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 장군은 '앞으로 전쟁의 승리는 하늘을 지배하는 자에게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미국에 독립군 비행사 양성소를 설립, 60여명의 한국인 비행사를 양성하였다. 1943년에는 광복군 참모차장 최용덕 장군이 공군설계위원회를 만들어 항일전쟁에 한국인 비행사를 공식 참전시키기 위해 분투하였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이들은 미 군정청을 상대로 항공부대 창설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1948년 통위부 직할 항공부대가 창설 되었다. 이후 육군 항공군 사령부로 개편된 항공부대는 미군으로부터 L-4 연락기 10대를 인수,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상공에서 전시비행을 하였고, 마침내 1949년 10월 1일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한민국 공군이 창군되었다.그러나 당시 북한 공군이 야크기 100여대를 보유한 반면, 우리 공군은 정찰기 20대가 전부였다. 이에 애국기 헌납운동을 벌여 모금한 3억5천만 원으로 캐나다로부터 T-6 항공기 10대를 구입해 건국기라 명명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625전쟁이 터지자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없었던 우리 공군은 정찰기를 총동원해 맨손으로 폭탄과 수류탄을 투하하며 용감하게 싸웠다. 이후 대구로 이전한 우리 공군은 맥아더 원수에게 요청해 F-51 전투기 10대를 인수, 바로 출격을 개시하게 된다.한편 중국의 참전으로 전쟁이 장기화되자, 유일한 수송로였던 대동강 승호리 철교 파괴가 당시 유엔군의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그러나 막강한 적의 방공포로 500여회에 걸친 출격에도 이를 파괴하지 못하자, 우리 공군이 이 임무를 맡게 된다. 강릉에 기지를 둔 우리 공군은 미군 교리에 따른 급강하 공격으로는 이 철교를 폭파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에 윤응렬 대위가 이끄는 6기의 F-51 편대가 생명을 내건 초저공비행을 감행해 승호리 철도를 폭파하였다. 이렇게 대한민국 공군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투혼과 용기로 하늘을 지키는 용맹스런 군대로 발전하였다.625전쟁 이후 우리 공군은 1955년 F-86 세이버를 도입해 제트기 시대를 열었고, 1965년에는 F-5 초음속 전투기를 도입하였으며, 1969년에는 자주국방 정책에 따라 F-4팬텀 전폭기를 도입함으로써 공격 무기체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1986년에는 첨단 F-16 전투기를 도입, 이후 이를 국내에서 생산배치하게 된다. 그리고 2005년 T-50 최첨단 전투훈련기를 국내에서 개발해 자주공군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이로써 1천여명의 인원과 경항공기 20대로 시작한 대한민국 공군은 창군 60년 만에 7만 명의 인원과 800여대에 이르는 최첨단 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8위의 정예 공군으로 발전하였다.그러나 60돌을 맞는 우리 공군은 이제 하늘뿐만 아니라 우주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키는 항공우주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21세기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미 정찰, 감시, 통신, 위치추적 등 주요 군작전이 우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스타워즈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북미방공사령부는 우주궤도의 10㎝ 이상인 모든 물체를 추적하고 있으며, 소수 정예군을 지향하는 이스라엘은 공군이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2007년 위성 요격미사일을 우주에 발사하는 등 우주작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일본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4기의 정찰 위성을 확보한데 이어, 이번 대포동 2호 발사를 계기로 탄도탄에 대한 우주 감시체계를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탄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발사조차 조기에 탐지할 수 없다. 우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우리 공군의 임무다. '"하늘로! 우주로! 미래로!'라는 공군의 구호처럼 대한공군도 이제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5.15 23:02

[금요칼럼] 기업과 종업원의 동상이몽 - 전성철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다. 어떤 사람은 부잣집 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자식이다. 어떤 사람은 좋은 학교를 다녔고 어떤 사람은 학벌이 형편없다. 어떤 사람은 외향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하지만 어떤 사람은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다. 이렇게 보면 성공으로 향한 공통점은 없는 것 같다.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그러나 자세히 보면 크게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그 하나는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택한 것이다. 적성은 곧 재능을 말한다. 직업이 자기 재능과 맞으면 같은 노력으로도 훨씬 더 성공한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그 사람의 생각이 정리돼 있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가치관'과 '꿈'이다. 가치관은 그 사람이 이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며 그것이 그 사람의 사는 모습을 결정한다.예를 들어 성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는 모습과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은 선택이 분명하고 잡념이 없다. 그러니 목표에 매진할 수 있다. 자연히 능률이 오르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지를 모르고 그냥 산다. 무의식 속에 묻혀 있는 가치관이 명하는 대로 살긴 하지만 그것을 의식 차원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 가치관들이 정리돼 있지 않고 혼란 상태에 있다.서로 모순되는 가치관이 공존하면서 종종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마디로 가치관이 정리돼 있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다. 집중하기도 매진하기도 어렵고 자연히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성공이 어려운 것이다. 기업이란 '법이 만든 사람(법인法人)'이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거의 모든 것이 사실 법인에도 적용된다. 경영학자들의 조사 결과, 기업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각'이란 것이 있다.기업은 사람의 집합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사실 그 사람들 생각의 총합이 당연히 그 기업의 생각이 된다. 문제는 기업이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과 실제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생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각이란 보통 비전, 가치, 신조, 사훈 등의 다양한 말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보통 근사한 액자에 실려 눈에 띄게 벽에 걸려있다. 문제는 기업이 표방하는 이 '생각'들이 얼마나 직원들에게 공감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대부분은 액자에 걸려 있는 '근사한 말'일 뿐 공감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실제 직원들은 모두 제각기의 생각을 갖고 있다. 즉, 그들이 개인적으로 갖는 가치관과 꿈은 너무나 다를 수 있고 회사의 가치관과 정면으로 모순되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으로 치면 마음속에 각기 다르고 때로는 모순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이 혼란스럽게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이 한 가지 길에 매진하기는 매우 어렵다.건강한 회사는 직원의 꿈이 동일기업도 마찬가지다. 맥킨지는 기업진단을 의뢰받으면 제일 먼저 회사에 가서 임원 한 사람, 간부 한 사람, 평직원 한 사람을 무작위로 추출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3가지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본다. 이때 공통된 답이 많이 나오면 그 회사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진단된다.상황이 나쁜 회사일수록 나오는 답들이 가지각색이다. 한 사람을 바르게 성공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사람의 생각을 바르게 정리해줘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 오피니언
  • 기타
  • 2009.05.08 23:02

[금요칼럼]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자 - 정종섭

여행의 자유화와 국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우리 국민들은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을 둘러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역사가 오래 된 나라들이나 산업이 발전한 나라, 자연환경이 빼어난 나라,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나라 등등. 국민들의 이러한 여행과 교섭의 경험은 동시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쳐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가져왔다.어떤 곳은 외국의 도시를 흉내내어 집들의 색깔을 바꾸는 곳도 있고, 외국 유명 건축가들로 하여금 건축하게 하는 곳도 있으며, 외국 축제를 본 따서 축제로 특화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나 자기 지방을 잘 되게 하려는 생각은 동일하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과연 우리의 삶의 모습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는 다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그것 때문에 한국을 다시 찾고 그 도시를 다시 찾는 것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그 동안 세계 여러 나라들을 어지간히 둘러 본 후에 내 자신에게 나타난 하나의 변화는 남의 나라들을 들여다 보던 것에서 시선이 안으로 돌아와 내가 사는 이 땅을 진지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자세이다. 다른 나라의 것을 자세히 알면 알수록 내가 사는 우리 조국에 더 애착이 가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 떠오른 한 생각이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는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세계 여러 섬을 보고 제주를 가본 사람이면 해안선이 그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섬은 흔치 않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화산섬 겹겹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삶의 모습들과 이야기, 높은 한라산과 완만한 기생화산들, 그들이 만들어낸 숲과 길들이 모두 박물관 아닌 것이 없다.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남해안의 아름다운 항구들과 그리고 다도해에 떠 있는 섬들, 이를 생태친화적으로 가꾸고 해상교통로를 개발하면 남해안은 참으로 멋진 물의 나라다. 목포, 신안, 영암, 강진, 남해, 통영, 거제, 부산 등으로 이어진 도시들에는 문학과 예술과 역사들이 층층으로 쌓여 있다. 경주는 인류 역사에서 흔치 않는 세계적인 역사와 문화가 축적된 도시이다. 고대 문명교류의 중심이었던 제국 신라의 찬란한 모습은 아직도 땅속에 늘려 있다. 신 경주를 만들어 현 주민을 이주시키고 한반도내 천년 고도의 도시를 완전히 복원하는 것은 한 국가단위를 넘어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적인 프로젝트다. 양동마을은 민속마을로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가 인정한 자랑거리이고, 안동은 조선의 유교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여와 공주는 오랜 고도인 동시에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증명하는 현장이다. 일본 역사의 원류지로서 재조명하고 가꿀 곳이다. 익산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도시다. 산성위에서 내려다 보면, 익산들에 펼쳐진 들과 산과 마을과 역사유적은 그 전체가 온통 자연박물관이다.남한강은 그 강 전체가 역사요 문화요, 문학이다. 낙동강도 그러하거니와 금강도 마찬가지다. 강만 이런 것이 아니다. 전국에 늘려 있는 사찰들과 종택들, 그리고 서원과 정자들은 한반도 전역에 박혀 있는 반짝이는 보석들이다. 이러한 건축물들이 들어선 곳을 보면, 우리의 풍수사상에 따라 그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생태적인 환경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건축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주위의 근경과 원경의 복합경관 전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정자를 다시 손질하고 종택들을 모두 복원하여 단장하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오늘날의 문화유산은 원형보존으로 엄격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도 있으나, 문화유산 속에서 삶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활용보존도 문화향유권의 차원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서원과 정자들을 복원하여 지방의 문화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종택들을 활용보존함으로써 역사의 향기 속에 우리 삶을 다시 쪄내는 일을 한다면 삶의 품격을 훨씬 올릴 수 있다. 국가브랜드라고 하여 당장 팔아먹을 것을 찾는데 급급하거나 눈앞의 돈만 보고 축제를 벌일 것이 아니라, 과거와 연결된 현재 속에서 한국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국토를 박물관으로 가꾸는 일을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정종섭(서울대 법대교수)

  • 오피니언
  • 기타
  • 2009.04.24 23:02

[금요칼럼] 북한 미사일 기술의 현주소 - 백홍렬

아리랑 위성으로 남쪽부터 사진을 찍으면, 휴전선을 넘자마자 국토의 색깔이 초록에서 갑자기 누렇게 바뀐다. 그만큼 북한의 산림이 황폐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지난 4월5일 우리가 나무를 심는 사이, 북한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뒤로하고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다행히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는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미사일로는 3000km이상의 발사 능력을 과시한 성공적 실패였다.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단편적인 정보로 그 윤곽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연구는 1960년대 함흥군사연구소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이집트에서 획득한 스커드B를 복제 화성 5호를 개발함으로서 급속히 발전하였다. 무게 6톤 길이 11m의 화성 5호는 추력 13톤급 액체 엔진을 사용하며 사거리는 300Km이다. 이어 개발한 스커드C급인 화성 6호는 탄두 무게를 줄여 사거리를 500km까지 연장한 것이다. 북한 미사일기술의 큰 전기는 1980년대 스커드 엔진을 개량 추력 27톤의 노동1호를 개발한 것이다. 노동 1호 개발에는 구소련의 붕괴 과정에서 스커드B를 개발한 마키예프 기술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 1호는 북한의 노동지역에서 서방에 처음 관측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내부적으로는 화성7호로 불린다. 무게 16톤 길이 16m인 노동 1호의 사거리는 1200Km로 추정되며 1993년에 첫 발사시험을 하였고, 이란의 샤하브 미사일 개발과 밀접히 연관돼있다.1998년에 발사한 대포동 1호는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 로켓을 쓰고 그 위에 2단으로 스커드B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1단으로 노동이 아니라 스커드 엔진 4개를 묵어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3단은 고체 킥 모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게 33톤 길이 27m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는 1톤 탄두를 2500km이상 운반할 수 있다. 이번에 발사한 대포동2호는 무게 75톤 길이 약 32m의 3단 로켓으로, 1단은 노동엔진 4개를 묶어 약 110톤의 추력을 내고, 그 위에 다시 노동로켓 1개를 올려 2단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3단은 고체 킥 모타 또는 액체엔진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1톤 탄두를 적재했을 경우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6000km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은 로켓 엔진 분야는 상당한 기술력이 있으나, 미사일을 정확히 조정하거나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정밀유도기술 그리고 시스템 신뢰성 면에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의 미사일은 1970년대 나이키 미사일을 개조한 백곰 지대지 유도탄이다. 당시 개발목표는 사거리 300km 이상 이었으나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여 180Km로 제한 됐으며, 80년대 초에는 많은 로켓 연구원들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떠나야 하는 아픔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후 현무 지대지유도탄, 천마 지대공유도탄 등 첨단 유도탄 개발을 모두 성공시키며, 지금은 세계 선진국 수준의 정밀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복잡한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 미사일협정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그러나 우주발사체 개발은 우리가 핵을 포기하고 MTCR(미사일기술통제협정)과 HCOC(헤이그행동규약)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큰 제약이 없다. 또한 북한과 달리 과학 및 산업 목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과학로켓 1,2,3호를 모두 성공시키고, 금년에는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KSLV1 로켓 발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KSLV1은 대포동 2호와 길이는 비슷하나 무게 및 추력 면에서 거의 2배의성능을 가진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KSLV1 개발과 병행하여 노동급인 추력 30톤급 액체엔진 기술을 자체 개발하였으며, 지금은 추력 75톤급 엔진을 개발 중이다. 2018년 발사 예정인 KSLV2는 길이 50m 무게 200톤의 3단 로켓으로 1.5톤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1단은 추력 300톤으로 자체 개발한 75톤 엔진 4개를 묶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KSLV2까지 성공시키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권의 로켓 선진국이 될 것이다.대한민국의 로켓기술은 절대 북한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국민적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KSLV1 발사 성공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들을 응원하자./백홍렬(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 오피니언
  • 김성중
  • 2009.04.17 23:02

[금요칼럼] 임원부터 가르쳐야 한다 - 전성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올해 초 한 공석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 웅진그룹의 전 임원들은 4년째 매 주마다 3시간씩 한자리에 모여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것도 근무시간인 월요일 오후 4~7시까지이다. 올해는 독서토론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주마다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우리 임원들로 하여금 일주일 근무시간의 50%를 교육을 받는 데 쓰도록 할 생각이다.임원은 한마디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 하나하나는 회사의 운명에 오랫동안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사람들이 내리는 '판단의 질'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그런데 '판단의 질'은 그것이 얼마나 풍부한 지식과 창의적 생각의 바탕에서 나온 것이냐에 좌우된다. 지금은 긴 근무시간이 아니라 지식과 창의가 돈을 버는 시대이다.공부는 하는 과정에서는 그 열매를 알 수 없지만 지나보면 꾸준히 집적된 지식과 통찰을 통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윤 회장은 항상 시대를 앞서 살아온 사람이다.윤 회장의 발언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인의 탁월한 통찰이 아닐까 싶다. 삼성의 임원 교육과 관련한 얘기도 눈길을 끈다. 정말 정신이 확 드는 내용이었다.예를 들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션러닝 과정은 문자 그대로 서바이벌게임을 방불케 했다. 그 과정은 사람의 판단력, 지식 수집 능력, 팀워크 등 유능한 기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극한까지 개발하면서 동시에 임원들 중옥석을 선별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그 결과로 자연스레 기업이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삼성의 저력은 바로 이런 교육 과정에서 나오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얼마 전 GE의 크론트빌 연수원에 가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온 LG 임원들의 경험담도 이런 맥락이다.모두가 교육을 받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결국 GE의 성공도 그 근저에는 바로 임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그런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현실은어떤가. 상당수의 우리나라 기업들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 배우는 것은 소위 '아랫 것'들이 할 일이지 임원 정도 되면 '졸업'하는 것이 정상이란 생각이다.임원은 기껏 최고경영자 과정에나 가면 모를까 회사에 모여서 배운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그래서 회사마다 사원, 과장, 차장급들을 위한 교육은 많다. 직무 교육을 비롯해 프레젠테이션 기법, 멘토링, 코칭&임파워먼트, 외국어, 변화관리,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등 역량 향상을 위한 온갖프로그램을 갖고 이들을 교육시키지만 임원급에 대해서는 기껏 한 달에 한 번 정도 특강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 분야의 유능한 리더들을 많이 갖는 것이다.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업 간의 힘든 싸움 와중에 있는 귀사의 임원은,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경영 기법들이나 새로운 경영혁신 사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대체 그것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갖고 있는가.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성공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의 70%가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라고 한다. 웅진, 삼성, GE 등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우리는 오랫동안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봐왔다. 그래서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들이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이상 불평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의 '약발'은 엄청나게 줄었다. 그것을 대신해 이제 '지식의약발'이 엄청나게 커졌다. 지식만이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 경영혁신들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 아는 시간'을 상당부분 '공부하는 시간'으로 대체해야 한다. 특히 가장 먼저 많이 배워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임원들이다./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 오피니언
  • 기타
  • 2009.04.10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