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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시인과 정치

나는 텔레비전 프로 중에서 뉴스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집에 있으면 나는 그 어떤 프로보다도 뉴스 시간을 기다린다. 5시 뉴스시간이면 KBS 5시 뉴스를 보고 MBC 6시30분 뉴스를 보고, KBS 7시 뉴스를 본다. 그리고 8시 SBS 뉴스를 보고, 9시 뉴스를 본다. 그러다 보면 5시부터 9시까지 쭉 뉴스만 보게되는 셈이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이 뉴스를 찾아보는 나와 아이들과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어쩔 때는 집 식구들과 나와 3대 1의 격렬한 다툼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뉴스를 보아도 나는 정치적인 뉴스만 보면 끝이다. 특별한 새소식이 없는 한 나는 정치적인 뉴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뉴스에 나는 관심이 없다. 신문을 보아도 나는 정치면을 맨 처음 꼼꼼하게 보고, 그 다음 사회면을 대충대충 보고, 그 다음 문화면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경제면을 본다.

 

문학과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만나 놀다보면 흔히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어, 시인이 정치 이야길 하네?”

 

“어, 시인이 별 것에 관심을 다 가지고 있네?”

 

“시인이 그런 것도 알아?” 그러면서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쩌고 저쩌고… 운운”

 

시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런 모욕적(?)인 말들이 어떻게 해서 이 사회의 시와 시인에 대한 통념처럼 되어버렸는가는 여기서 누누이 이야기하진 않겠다. 시와 시인에 대한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이 누추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해봤자 시만 초라하게 되니까.

 

시와 시인이 정치와 사회로부터 아니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홀로 존재 할 수 있다는, 정치사회와 역사로부터의 문학의 분리 작업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도 그 음모가 끊이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권력과 긴장을 잃어버린 시가 과연 시로써 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다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시인은 누구인가.

 

시인은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이 인류가 걸어온 과거와 현실과 미래에 대해 모든 관심을 갖는 사람이 시인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모든 종교, 교육, 철학, 역사, 경제, 문화사, 미술사… 하였튼 모든 우리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어느날 그림을 그리는 친구에게 전시에 대해 알리지 않았음을 서운해 했더니, “시인이 뭘 그림까지 알려고 합니까?”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었다. 시인이 미술을 모르고 어떻게 시를 쓴다는 말인가. 화가가 어떻게 시를 보지 않고도 그림을 그린다는 말인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인은 세상에 대한 모든 관심을 갖는 것이다. 시인은 죽어 가는 세상을 살리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것들, 하찮은 것들, 길가에 피어 있는 풀꽃 한 송이로 세상을 읽어내는 사람이다. 시인은 그래서 세상을 종합하는 사람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 어떻게 인간을 지켜내는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시는 이 세상의 일이 아니란 말인가. 시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시인들을 우리 사는 세상 사람이 아닌 별난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든 장본인들은 바로 시인들이다. 시인과 시가 세상과 거리를 두라는 말은 시와 정치권력과의 추잡한 유착을 말리는 말이지, 시와 정치를 분리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시를 쓰는 사람과 시와 멀리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른 이야기가 더 보충이 되어야 하겠지만, 시인이 정치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독야청청 하는 것이나, 나는 시를 잘 모른다는 사람들의 말이 아주 부끄럽고 창피한 말이지 결코 자랑스러운 말이 아니다.

 

시와 정치는 당대 사회현실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 서로 긴장하고 맞선다. 왜냐하면 시는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사랑은 부활이니까. 사랑은 세상의 가장 아픈 곳에서 빛나는 법이니까.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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