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2:23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캐나다·교차로·화장실 그리고 새 全北人

1960년 대 이후 우리 나라의 역대 정권에서 변하지 않는 국정 목표가 하나 있다면 바로 ‘선진 조국의 창조’일 것이다. 그런데 경제 발전만 이룩하여 국민소득만 만 불, 이만 불로 올라간다고 해서 과연 선진국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수만 불에 달한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나라들은 벌써 선진국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하지만 불행히도 이들 나라를 미국이나 스위스 등과 동열에 놓는 전문가는 없다.

 

1982년 미국 미시간대학 유학시절의 여름으로 기억된다.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미시간으로 돌아오던 귀로에 캐나다에서 제일 큰 도시인 토론토에 들린 적이 있다. 우연히 큰 저택들로 둘러싸인 주택가에 들어갔다가 고속도로 진입로를 못 찾아 헤매었다. 마침 한집에서 잔디 깍는 주인아저씨를 발견하고 서투른 영어로 고속도로 타는 길을 물었더니, 그 분은 손짓까지 섞어가며 열심히 길을 설명해 주다가 물끄러미 내 표정을 살피더니 못 알아듣는 걸 눈치채셨는지 조금 기다리란다. 그리고는 닫혀 있던 차고를 열고 차를 몰고 나오더니 나를 고속도로 입구까지 안내하고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이후로 캐나다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좋은 나라이고, 캐나다 사람이라면 모두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다. …친절

 

퇴근 시간 때쯤 거리가 혼잡할 때 서울 거리에서 흔히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 진행 차선에 차들이 많아 신호가 바뀌기 전에 교차로를 건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버스들이 가끔 앞 차 꼬리에 차를 갖다 댄다. 결과는 반대차선의 차들이 파란 불인데도 불구하고 진행을 못하게 되고 몇 분만 지나면 그 교차로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 운전기사는 분명히 일 이분 그 교차로를 빨리 건네게 되겠지만 자신과 같은 운전 버릇을 가진 다른 운전사들이 종점까지 지나갈 동안의 수많은 교차로를 미리 이런 식으로 막아 놓은 덕분에 결과적으로 얼마나 늦어지는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런 경우 벌금이 가장 무겁다) …질서

 

결혼하고 얼마 있지 않아 고향의 부모님께서 20년이 넘게 손을 대지 않던 집을 수리하신 적이 있다. 무슨 큰 수리인가 궁금하게 생각했더니 대문 입구에 새로이 수세식 화장실을 신축하신 공사였다. 아마도 며느리나 앞으로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 가장 큰 불편이 화장실일 것으로 짐작하신 끝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도 낯선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라치면 항상 화장실 걱정을 하게 된다. 장담하건 데 앞으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중국의 최대 관광 장애물은 대륙에 산재하고 있는 불결한 화장실이 될 것이다. …청결

 

‘세계로 뻗어 가는 전북’을 캐치 프레이저로 걸고, 국내는 물론 해외자본가들에게까지 ‘우리 고장에 많이 투자해 주십시오’ ‘산 좋고 물 좋은 우리 고장에 많이 놀러 와 주십시오’ 하는 부탁을 하기 이전에 이런 손쉬운 친절의식,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지킬 수 있는 질서개념, 그리고 주위를 항상 깨끗이 하는 청결정신은 우리 전북인들이 먼저 준비해 두어야 할 덕목들이지 않을까? 여기에다 남을 항상 먼저 배려하는, 주위 사람을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선행까지 곁들일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새 천년 21세기를 맞아 도정(道政)의 중심을 ‘새 천년 새 전북인’운동에 두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도로·산업입지·항만 등과 같은 하드웨어 기반도 국내·외 투자유치에 물론 중요하겠지만, 제도나 관습 또는 전북도민의 행태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이 해외 투자가들에게는 훨씬 중요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성열(전북도 행정부지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