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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남원시의회 예결위의 두얼굴

“불요불급한 예산을 철저히 가려내 시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남원시의 2001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남원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종술) 의원들이 수차례에 걸쳐 공언했던 말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예결위의 예산안 심사 결과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예결위원들이 과연 시민들을 대표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이날 예결위는 집행부가 올린 보건소 셔틀버스 구입비 4천5백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보건소 셔틀버스는 사용연한이 다한데다 25인승으로 너무 비좁아 이용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터였다.

 

특히 이 버스는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농촌 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예산을 삭감한 예결위는 올 4월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필요하다며 4천여만원을 들여 의회전용버스를 구입했었다.

 

그러나 의회전용버스는 의원들이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의회와 의원회관을 오가는 데 주로 쓰일 뿐이며 1년에 몇 차례 사용하지도 않는 버스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병약한 노인들을 위해 버스를 구입하는 것은 불요불급한 예산이고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냐”며 “이는 예결위원들이 시민들을 발 아래 두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이라고 비난했다.

 

예결위의 예산 심사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감정적이었는지를 드러내주는 사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날 예결위는 여론과 민심 파악을 위해 각 실과소가 구독하는 신문마저 모두 없앴다.

 

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남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 관련 예산과 홍보예산도 대부분 삭감했다.

 

그 대신 자신들의 의정활동비는 증액시켰다.

 

이번 예산안 편성은 일부 강성의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의원들이 삭감액 24억여원 중 16억 정도를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비라 할 수 있는 ‘읍면동 숙원사업비’에 반영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이라며 “다음 선거를 위해 시민의 혈세를 의원들의 생색내기에 쓰겠다는 얘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민들의 혈세가 세는 것을 막겠다’는 예결위가 왜 정작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삭감하고 자신들을 위한 예산은 증액했는지, 시민들은 지금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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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철 sing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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