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진통’, ‘내홍’…….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최 3개월도 남지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래머가 사임하면서 몇몇 일간지를 장식한 제목들이다.
지난해 첫 영화제를 치르면서 전주영화제가 내세운 개최취지 가운데 하나는 바로 50∼60년대 한국영화의 맥을 잇는 터였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에서 조차 묻혀질만큼 아득한 옛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분명 전주에는 졸인 배를 움켜 잡으며 한국의 영화역사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첫 영화제를 치르고 한껏 고조된 영화열기는 젊은 사람들에게 시민영화제, 창작영화제라는 이름으로 단절된 지역의 영화사를 되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거대한 규모의 국제영화제를 치르기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 첫해 영화제에서 줄기차게 나온 이야기 중에 하나는 ‘서울사람들이 치르는 전주영화제’라는 비아냥이었다.
조직위도 이런 비난을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지역출신 영화인이나 전문인력을 찾기 어려운 여건에서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영화제를 치러가면서 전문인력들을 키워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항간에는 프로그래머의 전격적인 사임과 관련해 ‘대안영화’라는 기본컨셉이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괜한 우려까지 영화제 조직위에 얹혀졌다.
그러나 ‘대안영화’라는 컨셉은 프로그래머 혼자만의 결정도, 선택도 아니다. 영화제를 준비해온 모든 사람들의 결정임은 물론 지난해 영화제를 애정으로 바라본 전주시민 모두의 검증을 거친 컨셉이다. 기본컨셉이 몇몇의 사임으로 ‘흔들릴수도, 흔들려서도 않되는’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영화제를 코앞에 둔 전주영화제의 지역적 현실과 한계를 뛰어 넘어보려는 노력이 일방적으로 ‘갈등·내홍’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쉽다.
이런 내막을 들여다본다면 프로그래머 사임과 관련한 ‘갈등, 진통, 내홍’의 시각보다는 ‘전주영화제의 설움’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