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던져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이스신화에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들에게 신(神)의 전유물인 불을 선물한 반대급부로 그에 못지않은 불행을 주기로 작정한다. 그는 흙으로 여자를 빚어 생명을 불어 넣어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Pandora)를 만들었다.
제우스와 신들은 판도라에게 온갖 재앙이 들어있는 상자를 주며 지상으로 내려보낸다. 절대 상자를 열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판도라는 남편이 없는 사이 상자를 열고 만다. 그러자 상자 속에 갇혀 있던 고통과 슬픔, 질병 등을 망라한 재앙이 빠져 나왔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재앙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판도라가 두려운 나머지 상자를 서둘러 닫는 바람에 밑바닥에서 꾸물대던 희망만 나오지 못하고 갇히고 말았다. 흔히 좋은 일이나 어떤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리는 것은 바로 아직도 희망이 상자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창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상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유치 논란이다. 한전에 제시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유치공모 시한(2월말)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지난해 12월 이호종군수가 유치포기 선언으로 잠잠해졌던 고창유치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역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주민들은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고 한켠에서는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농민회 등 사회단체가 반대운동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대립하는 이유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가 지역개발과 복지향상이라는 희망과 함께 핵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등 재앙이라는 양극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이 고창에 들어서건 다른 지역에서 유치되건 핵폐기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전은 1백%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에서 재앙이 아닌 지역개발이라는 ‘희망’이 쏟아져 해당 지역민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인석 (전북일보 익산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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