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초청돼 갔다가 생판 모르는 신랑 신부가 식을 올리는 장면을 보게된 하객의 심정은 어떨까.
마한민속예술제의 하이라이트인 서동·선화혼례식 및 무왕즉위식에 초청받은 하객들이 경험한 실제 상황이다.
서동과 선화의 혼례는 비록 삼국유사에 전하는 설화속의 얘기이긴 하지만 익산시와 경주시가 동서화합의 상징이란 의미를 부여해 함께 손을 맞잡고 준비한 행사.
특히 경주시는 서동·선화혼례식을 위해 지난달 지역축제때 선화공주를 선발했고 지난 9일 시장을 필두로 한 1백여명의 경주시민들이 자신들의 공주의 혼례를 보기위해 익산을 찾았다.
10일 오후 2시 혼례식장인 익산실내체육관에는 신부측 하객을 포함한 2천여명이 뜻깊은 혼례를 보기위해 운집했다.
그러나 정작 혼례가 시작되면서 하객들은 황당한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선발대회란 구색까지 갖춰 모신 서동왕자와 선화공주는 온데간데 없고 엉뚱한 가짜 서동·선화가 혼례를 치르고 무왕과 무왕비에 까지 오른 것.
가짜 서동·선화가 혼례를 치르는 동안 진짜 서동·선화는 무대뒤 분장실에 어이없이 앉아있었고 자신들의 공주의 혼례를 보기위해 5시간이상 버스를 타고온 경주 백성들은 이 황당한 사건에 입을 다물지 못한채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날 사건은 서동과 선화가 혼례식과 즉위식의 대사를 소화할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TV를 통해 생방송되는 행사를 망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위해 아예 대역이 투입된 것.
그러나 “형식적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교류를 하자”던 경주시장과 시민들에게 이날의 혼례식이 익산이란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각인시켰을지 몹시 궁금하고 두려울 따름이다.
/ 강인석 (전북일보 익산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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