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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한국식' 농업정책 세워라

 

 

 

새해를 맞았지만 미증유의 쌀값폭락에 따른 농가경제의 침체가 농촌을 무겁게 내리 누르면서 새해다운 활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 추석 무렵부터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된 농가경제 위기에 대한 원인분석과 다양한 해결방안들은 허기진 농민들에게 약간의 위로는 되었을망정 , 근본적 대책마련이라는 명제에는 아직 너무도 동떨어져 있을 뿐이다.

 

 

원인분석과 대안제시를 넘어서 이를 사회적으로 합의해내고 국가정책에 반영시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금년 예산에 논농업직불금을 ha당 50만원으로 늘리는 정도의 땜질식 방책만으로 그쳤고, 농민들을 향해 고품질 쌀생산에 주력하자는 캠페인성 구호만을 되풀이 외칠 뿐이었다.

 

 

농림부는 '쌀산업발전 중장기대책'을 검토하여 금년 3월 말까지 최종 확정한다고 발표하였다(12.26). 여론의 호된 질타에 못이겨 뒤늦게나마 허둥대는 농림부의 태도가 마땅치는 않지만, 기본방향을 수립하는 데 꼭 참고되어야 할 몇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경쟁력 강화'라는 헛된 미신을 버려라.

 

 

국내 쌀값이 미국, 중국에 비해 4-6배 비싸다고 한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쌀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미국은 평당 약 700원, 한국은 약 3만원 대).

 

 

따라서 한국농민들이 아무리 뼈를 깎는 생산비 절감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얘기가 이쯤되면, 경쟁력 없는 농업은 포기하고 잘 나가고 있는 첨단산업 중심으로 가자는 이른바 '비교우위론'이 들먹여질 수 있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의 태생지인 영국이 이를 이미 1940년대에 무덤에 묻어버렸고, 정반대 방향의 농업투자를 통해 유럽 최대의 밀수출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과 한국을 비교하면 헤비급 권투선수와 중학생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중학생 수준에 맞는 경쟁력 강화의 목표치를 벗어나는 순간, 그 믿음은 헛된 미신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둘째, 부족한 국가재정 타령은 이제 제발 그만하라.

 

 

미국 연방정부는 국채발행액의 이자상환을 위해서 연간 1,500억 달러(미 국방예산의 절반)를 지출할 정도로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일본도 국가채무가 2조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국내 농업지원예산을 최근 오히려 늘려왔다.

 

 

유럽이 2차대전 후 미국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잉여농산물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면서 국내농업을 육성하고자 노력했을 때,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과연 국가재정이 넉넉하였겠는가?

 

 

재벌들의 빚잔치에 펑펑 쓰여졌던 IMF 당시의 공적자금처럼 농촌에도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농업을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면 농업, 농민을 사랑한다는 빈 말이 아니라 구체적 예산집행을 통해 표현하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IMF당시 귀농했던 분들 중 70%가 다시 이농할 수밖에 없었겠는가? 도시 노동자의 평균 소득에 비해 농민들의 소득 수준이 80%까지 떨어졌다는 작년 말 통계청의 발표처럼, 지금 농촌은 더 이상 내려설 곳이 없는 빈사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농민들에게 해줄 것만 요구하지 말고 농민들도 적극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다가올한참 휴가철일 7월말 어느 휴일 저녁의 TV뉴스 시청을 권하고 싶다.

 

 

"더위에 지친 시민들이 인근 계곡을 찾아 땀을 식히고.......찜통같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탐스러운 결실을 기대하며 휴일도 잊은 채 논과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이상 휴일표정 스케치였습니다"

 

 

/ 김용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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