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18:10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데스크창
일반기사

[데스크창] ‘현직 프리미엄’의 메카니즘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선거여론조사가 심심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여론조사는 출마예상자나 정치인물에 대한 공중(公衆)의 의견이나 태도, 즉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실시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사심(邪心)이 발동하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도구가 되고 만다.

신뢰성이 가끔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조사방법과 절차, 표본 등 기법이 발달한 최근엔 믿을만한 가늠자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단체장 출마예상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전북일보 공동의 ‘전북지역  정치의식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임기중 예산과 사업, 조직의 인사를 관장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임기 내내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행정을 펴는 것 자체가 사실상 선거운동의 연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거나 다음 선거를 겨냥한 치적성 사업, 선거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내사람 심기 인사 등이 모두 이런 류에 속한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선 면장을 모두 군수사람으로 전진배치한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임기중 경로당만 수백개를 지은 자치단체도 있다. 수족처럼 부릴 ‘예스 맨’이 요직에 배치되는 건 다반사이고 선거 때 표로 연결되느냐 여부에 따라 예산과 사업이 고무줄처럼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주민 세금으로 애경사까지도 꼬박꼬박 챙기는 현실이니 현역은 임기 내내 주민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한다는 비판도 무리는 아니다.

조금 더 고약하게 얘기하자면 행정행위는 사실상 말이 행정이지 주민 표를 콘크리트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판이니 해괴망측한 일만 벌이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안전빵’이고 현직 프리미엄은 보약( 補藥)이 되는 셈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공정한 룰이 생명이다.

예컨대 목표지점에 일찍 도달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달리기 경기에서는 똑같은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 룰이다. 100m 육상경기에서 누군가를 30m쯤 앞서 달리게 한다면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벤 존슨도 그를 따라 잡지 못할 것이다.

이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단체장 선거를 100m 달리기에 비교한다면 현역은 도전자보다 한  50m쯤 앞에 그려진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하는 불공정 게임으로 비칠 것이다. 때문에 ‘불공정 게임’을 시정하라는 도전자들의 볼멘 소리를 이해할만도 하다.

‘현직 프리미엄’은 그러나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주민들이 두눈을 부릅뜬다면 프리미엄을 갖고 펼치는 행정행위들 중에서 ‘색깔이 바래고 신선도가 떨어지며 냄새가 나는’ 것들을 솎아낼 수 있다. 예컨대 잇속을 챙기거나 표를 의식한 인기위주의 포퓰리즘 행정, 매사를 좌고우면하면서 적당히 하는 무소신, 부하 직원들한테 돈 받아 먹는 ‘엽전 인사’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실제로 좋지 못한 풍문이 나돌던 일부 자치단체장은 도전자와 엇비슷한 선호도로 나타나거나 아예 현격한 차이로 역전당하고 있음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민심(民心)의 반영인 것이다.

출마하는 시장 군수는 현직 프리미엄이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일이다. 반면 현직 단체장에 도전하는 입지자들은 현역의 벽이 너무 두껍다고 울상만 지을 게 아니라 ‘변색되고 부패한’ 행정행위, 그러한 사고까지도 들춰내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직 프리미엄은 경우에 따라 독도 되고 약도 되는 메카니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이경재 (본보 정치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재 kjlee@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