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경찰에게 빼앗은 총기를 품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도 끔찍한데 이제는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을 강도로 오인사살했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전주시 삼천동에 사는 강모씨(39)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작심한 듯 분노를 쏟아냈다. 강씨는 “최근 전북경찰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에 ‘이제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하는가’라는 자괴감만 가득하다”며 한숨을 내쉰 뒤 말꼬리를 흐렸다.
강씨뿐만아니라 지금까지 경찰을 민생치안의 보루로 굳게 믿었던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경찰에게 총기는 공권력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경찰은 그러나 총기와 관련된 잇따른 실수로 인해 되레 ‘민생치안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비난과 분노에 직면해 있다.
지난 9월 경찰관이 파출소내에서 근무하다 괴한에 피살되고 총기를 잃어버린데 이어 지난 3일 새벽에는 전주중부서 삼천1파출소 소속 김모경사(45)가 강도를 쫓던 시민을 오인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더욱이 경찰은 사후 대응과정에서 정직성마저 내팽겨치는 우를 범했다.
경찰은 당초 김경사가 범인을 2백여m를 뒤쫓다 추격전에 가세한 시민 백씨를 범인으로 착각,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불과 하룻만에 김경사가 3m 거리에서 백씨를 쏘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히 ‘과잉진압’이나 ‘경찰의 축소·은폐아니냐’는 논란을 떠나 이번 거짓말은 공직자의 신뢰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이같은 거짓말이 결국 기강해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경찰관이 살해당하고 총기가 탈취되는 사건 발생 당시 수뇌부가 엄중한 책임을 제대로 물었다면 이같은 어이없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을 것인가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전북경찰은 스스로 민중의 지팡이를 부러뜨리는 자충수를 두었다. 시민들이 ‘누구를 믿어야하는가’라는 극단적인 분노가 팽배해진 지금, 전북경찰이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의미를 곱씹어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태성(본사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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