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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사느냐 죽느냐 ‘학생 모셔오기’

 

 

 

 

개교 83주년을 맞은 고창지역의 명문 G고등학교도 학생 유치활동을 일컫는 ‘입학작전’이란 전쟁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 이 학교가 지난해 입학작전에 불참한 대가는 혹독했다. 개교 이래 첫 미달사태. 학교 관계자는 물론 동문들이 술렁거렸다.

 

이 학교는 지난해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는 일찌감치 입학작전에 나섰다. 교장과 교사들이 직접 나서 관내 중3생들에게 입학을 독려했다. 치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게 농촌학교의 현실이다.

 

학생 모셔오기 경쟁은 이농이란 사회현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야위어가는 농촌 공동사회의 공통현상이다. 고창 지역의 경우 올해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7백70여명. 하지만 관내 7개 고등학교에 필요한 학생수는 1천1백10명에 이르러 관내 중학교 졸업생이 모두 관내 고교로 진학한다고 가정해도 무더기 미달사태는 어쩔 수 없다.

 

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요즘 농촌지역 학교는 ‘사느냐 죽느냐’는 결사항전을 연상케 한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처절한 전투일 뿐이다.

 

생사를 건 전쟁터인 만큼 이곳을 뛰는 전사들은 페어플레이란 단어는 내던져 버리기 일쑤다.상대 학교 헐뜯기·상대편 학생 빼오기는 기본. 페어플레이를 가르쳐야할 교육현장에 레드카드를 들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잇따른다.

 

더욱이 신입생 유치경쟁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금품제공설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또 특정 학교를 겨냥한 폐교설을 흘리는 악의적인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3생들은 하교길이나 방과후 가정을 찾아 오는 교사들을 잇따라 부딪친다. 교사들의 방문에 이골이 난 학생들도 슬그머니 먹고싶은 음식을 들먹이며 잔꾀를 부리기 시작한다. 교육이 무너지는 굉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올 신입생 유치전쟁도 이젠 막바지. 이 전쟁터의 승자와 패자 모두를 기다리는 것은 유혈이 낭자한 상처뿐이다.

 

/김경모(본사 고창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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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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