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권위주의 시절 때 흔히 있었던 얘기 하나 -
대통령은 물론이고 중앙 단위 기관장이 지역에 내방하면 의례히 따라붙는 관용어가 하나 있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선물 하나 주고 가시야지요?"
수하 직계 지방기관장은 물론이고 예우차 배석한 동료 기관장, 초대받은 지역 유지들은 틀에 박은 듯 귀하신(?) 어른에게 손을 내민다.
'손님'에 목맨 가난한 전북
잔뜩 무게가 실린 그 기관장은 품위있게 미소를 머금고’이번 ** 사업에 **억원 지원하겠습니다’
’바로 예산안 올리도록 해’ 측근 수행원에 지시를 내린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수도 터져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사전에 이미 각본이 짜여져 있다. 즉흥적이 아니다. 국민들 또한 그의 특별한 은전이라 받아들였다.
중앙 기관장의 체면과 권위를 극치로 올려주기 위한 눈 가리고 아옹 식이었다.
국민이 착실히 낸 세금, 국가 돈 가지고 개인 호주머니서 꺼내 주듯 생색을 낸 사기극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선물이라도 어디메냐. 정권에서 유독 소외된 이 쪽 사람들은 아무렴 기회라도 잡아 온갖 비위를 맞춰 살아나가야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시절 전북 도민들은 중앙의 손님이라면 극빈 대접을 했고 목메이도록 방문을 기다렸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랑하는(?) 전북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도민들은 ’전북 아니면 어떻게 당선이 가능했겠느냐’ 며 공을 몰라보는 그에게 아우성이었다. 어떤 이는 가슴앓이를 한다고 했고 또 다시 소외감, 배신감을 벌써부터 들먹였다.
그건 서울의 임금을 사무치게 그리는 현대판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이나 다름없었다.
지성이면 감천, 아니 감노였나?
대선 때는 바빠서, 당선 후에는 명분이 없어 당선 사례를 못했던 그가 마침 농도에서 개최되는 ’개방시대의 농어민 대책 토론회’참석차 온다.
소원성취한 도민들이 자못 들떠 있다. ’이참에 전북에 뭔가를 내놓아야지 않겠느냐’논공행상을 따질 듯하다. 지방 분권, 새만금 사업, 기업 유치...
DJ 정권서 못다 이룬 소원 하나 하나 손가락 꼽기 바쁘다. 천만에다. 이젠 그런 선물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에게 손을 벌리면 벌릴 수록 향후 제2, 제3 방문을 어렵게 한다. 전북에 대해 부담을 주면 줄수록 오히려 등을 돌리게 할 수있다.
더욱 금기해야 할 사항은 선물을 챙기기 시작하면 서민풍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노당선자 를 자신도 모르게 역대 대통령과 다를 바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 그런 권위시대의 단초를 하필 전북에서 만들어야 하겠는가.
이번 그의 방문을 편안하게 하자. 조건없이 환영하자. 토론을 즐기는 패널로서 도민들과 자유스런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역대 정권마다 푸대접받은 우리만의 억울한 사정이자, 숙원은 설득력있게 설파하면 된다. 당장 전리품을 내놓으라고 떼쓰고 윽박질러선 될 일도 안된다.
우리에게는 해방 이후 최대 정치 실세들이 노 정권 주변에 포진해 있지 않은가.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나서야
과거 전달 창구마저 없어 애가 타던 시절을 상기하면 금석지감이라 할 수있다.
이들을 통해서 조용히 해결하면 된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의 초심이 변하지 않도록 그를 감시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당선시킨 일등 공로자로서 ’성공한 대통령’ 을 만드는건 전북인의 사후 책무다.
/임경탁(본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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