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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빚진자의 삶

 

 

 

1. 당신은 내가 당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고 믿고 있지요.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나만큼의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믿고 있지요.

그래서 당신은 당신의 남은 생애를

오직 내가 당신에게 준 사랑을 갚기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지요.

당신은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고 제가 오히려 당신에게 빚을 갚아야 하지요.

난 당신에게서 세월도 어쩌지 못하는 아침의 햇살과

사랑으로 가득한 이 밤을 빚지며 살고 있습니다.

난 당신에게 삶보다 더 소중한 것을 빚지고 있어요.

하지만 난 그것이 당신께 일생 동안 갚아나갈 가장 달콤한 빚이란 걸 알아요.

 

 

사랑은 감사의 마음서 시작

 

 

 

 

2. 마치 사랑이 주는 풍요로운 체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감에 젖어 연인에게 "자신이 빚을 진 심정”으로 살아가겠다고 고백하는 이 내용은 몇 년 전 "애인”이란 드라마의 주제가로 널리 알려지고, 그 달콤한 가사내용과 발라드 풍의 멜로디로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한 Carry & Run이란 가수의 "I Owe you”(나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보통의 노래들이 '사랑을 한다'랄지, '사랑 받아서 좋다'랄지의 일방형 사랑고백 차원에서 끝난 것과는 달리, 쌍방향에서 서로가 사랑을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진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이 고백은 단순한 사랑의 고백이 아니라 "감사의 체험”으로 까지 한층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기에 그 의미가 숭고하게 느껴집니다.

 

 

때문에 이 노래는 사랑노래가 아니라 감사의 노래이고 그 멜로디가 그런 숭고함의 깊이를 더하기에 한층 더 듣는 이로 하여금 뿌듯하고 부요 해지게 합니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 남은 일생을 오직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살겠다.” 사랑하기에 뭔가 주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 너무 감사해서 주면서 살겠다. 때문에 앞으로 내가 주는 것은 말 그대로 내가 마음이 내켜서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주든지 "당연히 당신은 받아야 할 것을 되돌려 받을 뿐이다.”는 이 가사의 내용은 마치 신앙의 깊은 차원이란 생각이 듭니다.

 

 

 

 

3. 성경에는 여러가지의 비유이야기가 나와있는데, 그 중에 "금화의 비유”가 있습니다. 어떤 주인이 집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들에게 금화를 각자의 능력에 맞게 나누어 주면서 그것을 잘 활용해서 자신이 돌아왔을 때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2명의 종은 그 금화를 잘 활용해서 두 배로 늘렸는데, 한 명의 종만은 그 금화를 땅에 그대로 묻어두었다가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종들에게 주어진 금화의 개수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뭔가를 받았다”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 받아서 활용했느냐”에 있습니다. 과연 뭐가 문제였을까를 묵상해봅니다. 저는 그 해답을 "감사의 마음”에서 찾게됩니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종이기에 일을 해야하는 의무감”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에는 풍요로움과 사랑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해야 하는 의무감에는 "최소한의 동작과 행동”만이 있을 뿐이지 애정은 없습니다.

 

 

은혜 갚는 심정으로 살자

 

 

4. 모처럼 만에 국민의 힘으로 뽑은 대통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T.V에 등장할 때마다 그 뒷배경에 큼직하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왠지 모르게 뿌듯함을 주는 말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간 여느 대통령들도 스스로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항상 말은 해왔지만, 이번 노당선자가 나타날 때마다 그 후광으로 드러나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말 안에는 그와 함께 살얼음을 걷듯 그간 선거일정을 보낸 국민들이 그 말의 깊이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말이 자신의 정통성을 드러낸다는 의미보다는, 국민 모두에게 빚을 진 심정으로 살겠다는 결연한 각오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며 뽑아준 국민들에게 "빚을 진 달콤한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다.”라는 자세와 그런 그를 열심히 지지하고 따라주겠다는 국민의 마음이 함께 하는 이 나라가 되어진다면 얼마나 흐뭇하고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그의 정치행로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5. 무릇 삶은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그 빛을 갚은 심정”으로 살아갈 때, 그 이상의 기쁨과 풍요로움 속에 성장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수긍합니다. 그것이 부모와의 관계이든, 부부관계이든, 가족관계이든 현재의 처지에서 받은 작은 은혜에 감사하고 그 은혜를 갚아야 하는 달콤한 빚을 진 심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우리 모두에게 기원합니다.

 

 

/서석희(천주교 전주교구 홍보국 신부)

 

 

1992년 광주가톨릭 대학교 & 대학원 졸업후 사제서품

1995년 미국 IT연수

1998년 남원 도통동 성당 주임신부

2001년 천주교 전주교구청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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