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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즐거운 나의 집 - 김귀녀

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아이가 학교가 파한 후 노래를 부르면서 쉼터에 들어오는데 얼굴은 즐겁지가 않다. 아이를 데리고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자 하니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선생님. 아빠랑 함께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가 태어난 곳에 친구들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으니 집으로 갔으면 좋겠단다. ‘아빠는 술만 먹고 오면 맨날맨날 엄마를 때렸어요. 나는 무서워서 방 한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었어요.’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엄마에게 어떤 욕설을 했는지 어떻게 때렸는지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줄줄 말을 쉴 사이 없이 이어갔다.

 

한 때는 단란한 가족이었을 이 여자아이는 이산가족이 되어서 엄마와 오빠랑 같이 우리 단체의 쉼터에서 머물다 외가 동네로 갔다. 아이의 아빠는 혼자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고 아이는 쉼터에 입소 이후 아빠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전주여성의전화에서는 부설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쉼터는 가정폭력피해자와 그 동반자녀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그 피해여성과 자녀들이 이산가족이 되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정폭력에 대해 거듭 생각하게 되고 근절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을 늘 상 자문해본다. 그 피해여성들을 위한 법적인 처우개선이 커다란 진척도 없지만 우리는 한명의 여성을 위해서 그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일들 중에 정부부처간의 이중적인 지원체제에 대해서 집행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자세이다.

 

가정폭력특별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있어 시행하고 있는 행정부처의 공무원들의 이견으로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좀 더 질 높은 대우를 받아야 되는데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소속인 피해자보호시설과 여성가족부 산하의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피해자보호시설의 수준이 절반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 그렇고, 가정폭력피해자인데 사실혼이 아니라 해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똑같은 대한민국의 여성인데 정부의 어느 부처 소속이냐에 따라 국민의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쉼터에 처음 입소했을 때 ‘이혼하고 싶다.’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한다. 그 여성들에게 우리는 여성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를 살려주면서 자립의 기틀을 만들어 주고 있다. 상담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정폭력에 대해서 민간단체와 정부와의 협조 체제가 지금보다 더 긴밀하게 이루어져야한다. 그 효과는 바로 엄마의 손을 잡고 쉼터에 들어온 아이들이 함박꽃처럼 웃으며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응답할 것이다. ‘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김귀녀(전주여성의 전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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