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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군가산점제와 여성지원병제 - 이윤애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10년 전 위헌판결을 받고 폐지되었던 군가산점제도를 다시 부활시키자는 정치권 마초들의 논의가 얼마 전 제법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병역비리가 불거지자 그 해결방안으로 내놓은 묘수가 군가산점제도라고 주장하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역사를 퇴보시키는 퇴행적 습성이 또 작동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여성들에게도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부여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여성지원병제도'를 도입하기위해 검토했다고 한다. 글쎄 군가산점제 논의과정의 연장선에서 불거진 여성지원병제가 과연 성평등한 관점에서 고려되는 제도일까?

 

국방의무를 이행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옳지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법이어서는 안된다. 또한 여성을 징병도 하지 않으면서 군가산점으로 차별하는 행태는 분명 성차별이다. 그렇다고 군가산점제도가 군복무를 마친 모든 젊은이들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뿐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평등권 운운하며 마치 군가산점이 취업전선의 출발점에 대기하는 모든 남과 여의 대결인 것처럼 사회적 조장을 일삼는다. 기실 군대를 마친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신의 아들들'에 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가산점제도는 상대가 여성인 것처럼 우겨서 사회적 약자들끼리 이간질시키는 몹쓸 제도이다. 재벌 총수의 아들이 군가산점 받고 기업을 물려받았는가 아니면 어느 정치인이 군가산점 받고 그 자리에 올라갔는지 따져보자. 우리사회의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과 그 자녀들이 '신의 아들'로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자 다시 군가산점제도를 들먹이며 마치 군대갔다온 사람들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논쟁에 불을 붙인 꼴이다.

 

'너희가 군대를 알아?' Vs '너희가 출산의 고통을 알아?'로 촉발된 군가산점제의 대결은 여성지원병제를 검토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로 대결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취지는 여성에게도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부여한다는 표면적 이유이겠지만, 속내는 저출산으로 인해 향후 남성만으로는 병력자원이 부족해지는 것을 확충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남성만을 징집하도록 명시한 병역법의 위헌성을 제기한 서울대 양현아교수가 주장했듯이 여성징병제가 성평등한 고려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일과 가정이라는 성별분업체계가 강고했던 우리 사회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산노동력이 부족하자 여성들의 사회참여라는 근사한 구호아래 여성들을 노동현장으로 불러내 임금이나 처우에서 차별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여성지원병제 또한 현재의 군대조직과 환경적 토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부족한 병력을 보충해 주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군대내 성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불 보듯 뻔한 제도이다. 극구 사양해야 한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6주마다 한 번씩 외박 나와 족구얘기로 열을 올리는 아들을 보며, 철저한 준비 없이 여성지원병제가 도입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얘기는 단연 군대에서 혼성족구했던 얘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윤애(전북여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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