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섭 전북발전연구원장
제19대 국회가 개원되었다. 지난 4월 뜨거웠던 총선의 열기가 벌써 망각 속으로 잊혀져가고 이제 새로운 국회에서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 해줄 것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필자는 우선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 보고자 한다. 어느 정치가가 선거 결과는 정보기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정보를 홍수처럼 쏟아낸다고 했는데 지난 총선 결과에서도 우리가 새롭게 깨달은 정보가 많았다. 야대여소가 되리라는 전망도 크게 빗나갔고,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하면 득이 되리라는 계산도 한참 틀렸다.
전라북도의 총선 결과가 던져주는 메시지도 매우 심각했다. 도민들은 역대 전례가 없는 70% 수준의 현역의원들을 물갈이했다. 특히 중량감 있는 다선의원들을 배제했고, 민주통합당의 위세도 크게 꺾이고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도 배출되었다.
이와 같은 심판 하에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당선의 환희보다 지난 국회에 대한 도민들의 엄중한 질책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그 원인을 생각하면서 19대에서는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도민들의 바람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발휘해서 지역 예산을 확보하고,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해서 지역이 발전하고 도민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18대에서의 실망감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선출하긴 했는데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초선들이어서 중앙정치권에서 이들이 과연 전북 몫을 챙길 수 있을까 염려하는 소리가 요즈음 많이 들린다.
차제에 필자가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서 본 '힘 있는 국회의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부 공무원들과 협의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행정부 공무원들에게 가장 힘 있는 국회의원은 다선의원이 아니고 그 사안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국회의원이다. 지역현안에 대해서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담당 공무원을 논리적으로 제압하여 해결방안을 강구토록 하는 의원이 가장 힘 있고 공무원들이 두려워하는 국회의원이다.
다음으로는 국회의원과 공무원은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데, 거꾸로 지역 현안 담당 공무원들을 갑으로 대접할 줄 아는 의원이 힘 있는 국회의원이다. 필자가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지만 국회의원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은 다섯 번도 되지 않는다. 한번은 여의도에서 수제비를 함께 먹고, 또 다른 한번은 무교동에서 낙지볶음에 소주를 마셨는데 당시 국회의원들의 서민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 진심으로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갑과 을의 입장을 바꿔서 진정성 있게 상대 공무원을 감동시킬 줄 아는 의원이 힘 있는 국회의원이다. 공무원들은 국회의원들을 갑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성의를 가지고 대접해도 쉽게 감동한다.
끝으로 힘 있는 국회의원은 개인적, 또는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자기를 선출해준 지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여 지역 의원들 간에 똘똘 뭉칠 줄 아는 국회의원이다. 18대 국회에서는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북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상대 후보에게 한 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사례가 있었다. 전북출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예산을 위시해서 지역현안을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자명한데 당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 중 정치적 이해관계로 상대 후보를 지지한 의원들이 있었는데 힘없는 국회의원들이었다.
제19대에서는 지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공무원들에게 밥 잘 사주고, 지역문제를 가장 잘 아는 힘 있는 전라북도 국회의원들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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