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아시아 지역(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에 한국어 능력시험(TOPIK-노동부 산하 한국 산업인력공단이 주관)의 열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한국어 시험이 치러지는 날은 그 나라의 정부가 군경에 동원령을 내려 국가 행사 일에 버금가는 지원을 한다고 한다. 그들이 한국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함인데,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일할 자격을 얻어낼 수 없다고 한다.
독일의 문학가 프리드리히 실러가 "나의 날개 있는 도구(道具)는 말(言語)이다."라고 했듯이 언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기본이자 '적응(適應)' 그 자체다. 이런 맥락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 중에서도 언어 교육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언어에 능통한 인재가 글로벌 시대의 리더가 될 수 있으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언어의 힘이 곧 국력의 자산으로 자리매김 되어간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날마다 접하는 생활 문화는 내가 갖는 뿌리가 되며, 그것이 곧 정체성(正體性 또는 停滯性)이다. 외국 여행길에서 국적을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땐 우리들은 망설이지 않고 '코리아'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자랑스런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TV를 보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한편 가슴이 뿌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시집을 온 여성들 가운데는 한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 어눌한 발음과 서투른 표현을 많이 하고, 이 때문에 자녀 교육은 물론 곧잘 자녀들과의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3만5,000여명이나 된다. 이런 속도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증가한다면 10년 뒤에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20%를 상회 할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결혼 이주 여성은 2011년 현재 18만 8580여 명에 이르며, 이제는 그들의 2세들이 성장하여 국토방위를 위한 병영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병영생활에서 피부색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들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바라보는 생각과 시선을 바꿔 그들이 국민의 일원이 되어 좋은 재목으로 성장해가도록 사회 분위를 만들어줄 책임을 가져야 한다.
세계의 인종시장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언어의 표현과 이해의 부족으로 수업 부진을 겪지 않도록 특별반을 운영하고, 담임교사를 따로 배정해 외국 학생들을 세심하게 챙긴다고 한다. 동시에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학생은 엄격하게 다스린다.
시나브로 외국인 140여만 명의 다인종(多人種), 다문화 사회가 2012년 대한민국이다. 이제 순혈주의(純血主義)에서 벗어나고, 제도와 관습의 변화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보름달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허무와 슬픔과 행복을 그려내는 정도가 다른 것은, 시간과 장소와 마음가짐의 차이다. 농촌 총각들이 늦은 나이에 외국 여성과 결혼하여 일군 가정, 그들이 오랫동안 꿈꿨을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파열음이 나는 등 안타까운 사건도 적지 않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며 몸에 배인 가치관의 조화가 덜 이뤄진 탓일 것이다. 또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이면에는 자유스럽지 못한 언어 소통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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