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 원광보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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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에 접어들어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국토의 모형이 바뀌어 가는 등 많은 변혁이 일고 있다. 그중 자원봉사자들의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향상, 그리고 행정의 정책 변화는 크게 주목된다. 물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형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이벤트 중심의 보여주기식 활동들이 '자원봉사'라는 미명(美名) 아래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겉포장이 심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활동으로 지적된 자원봉사 활동들도 서서히 다듬어지면서 긍정적 방향으로 정착돼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순간 우리 주변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배움에 목말라하지만 돈이 없어 실의에 빠진 젊은 인재, 홀로 사는 노약자, 쪽방촌 사람, 영세 복지시설에 기거하는 장애인 등 음지 속의 이웃이 너무 많다. 그들의 힘겨운 삶을 따뜻한 정으로 보듬어 가며 함께 사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 아닌가 한다. 얼굴만 예쁘게 꾸미려는 사람보다는 마음을 화장(化粧)하면서 작은 것부터 남모르게 실천하는 미소 띤 이웃을 우리 곁에서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당신이 선뜻 내놓은 단돈 500원. 500원짜리 연탄 한 장은 어느 누군가의 냉골방에 12시간 정도의 온기(溫氣)를 불어 넣는다. 연탄 한 장에 담긴 작은 정이라고 치부하지 말라. 그 연탄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은 당신과 '그 누군가'는 물론 세상을 온통 훈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유엔에서 각 나라 대표들이 나와 자기나라의 국민성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영국은 '신사' 프랑스는 '예술' 독일은 '근면' 미국은 '민주주의' 중국은 '인구' 이탈리아는 '낭만'이라 하면서 장황하게 자랑했다. 이들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한국 대표가 도중에 뛰어 나와 "좀 빨리 빨리들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했단다.
한민족의 성정(性情)이 급한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으나,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눈물과 정이 많은 한민족은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과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동정하는 봉사 정신도 매우 강하다. 국가라는 공동체 아래 살다보면 같은 가치관, 행동양식, 기질 등이 쌓여 각양각색의 문화와 국민성이 형성되어간다.
21세기는 자원봉사의 시대라고 한다. 2010년 말 행정안전부의 자원봉사단체 통계를 보면, 전국은 7만 7,000여 단체에서 630만여 명이, 전북은 2,400여 단체에서 29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피곤하고 바쁜 일정이지만 관심을 갖고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내밀어 보자. 누군가 따뜻한 손을 기다리는 곳에서 땀을 흘리면서 긍정적 삶을 만들어 가자. 생활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돕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지난 해 11월 어느 일간지에 "미국의 시카고 대학 병원에서 권위보다 소통을 앞세운 의사의 따뜻한 진료에 감동한 80대의 환자(벅스봄 夫婦-85세인 남편 매슈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 체인을 소유한 사업가)가 그 병원 내과 전문의 마크 시글러 박사(70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환자와 소통하는 따뜻하고 자상한 의사를 많이 배출해달라'며 4,200만 달러(韓貨 약 500억 원)의 거금을 쾌척했다"고 소개된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의사들의 친절한 말 한마디에 환자들은 안도하고 또 위안과 기쁨을 느끼면서 병원 문을 나선다. 봉사는 결코 거창하지 않다. 단돈 500원, 따뜻한 말 한마디 정도면 충분하기도 하다. 당신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구슬같은 땀방울은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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