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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도 걷고 야생화도 보고

▲ 이 병 채

 

남원문화원장

우리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지나고 보니 완연한 가을 기분이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할퀴고 간 태풍 산바 피해 상황이 군데군데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약속을 지켰노라고 말한다.

 

가을을 상징하는 정취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은 꽃무리이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꽃축제가 펼쳐지고 있지만 지리산 둘레길 주변에는 야생화와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꽃은 어둠과 찌듦을 완화시켜주는 특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이 구절초이다. 가을색의 상징은 단풍 아니면 억새라 했다. 울긋불긋 눈을 휘황찬란하게 하는 단풍이나 맑은 햇살을 눈부신 은빛으로 부숴내는 억새만으로도 가을은 충만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빼놓을 수가 없는 또 하나의 가을빛이 있었다. 단풍·억새와 겨뤄 결코 뒤지지 않을 곱고 그윽한 그 빛 푸른 밤 달빛을 닮은 꽃 가을 안개처럼 분분이 피어나는 꽃 순백의 구절초가 전하는 추색(秋色)이다.

 

시인 김용택은 "구절초 꽃피면 가을이 오고요, 구절초 꽃이 지면 가을 가는데"라고 했고, 박용래 시인은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이라고 노래한 것이 구절초다. 개미취·쑥부쟁이·개망초와 비슷해 보통 들국화로 통하지만 줄기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다른 것들과 달리 한송이만 피고 앞가장자리가 갈라지는게 특징이다.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9일(중양절)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 구절초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송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무리를 지으면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하는게 꽃이다. 새색시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구절초가 큰 군락을 이뤄 피어난 곳 들판이었다. 하얀 가을이 풍덩 빠져 있는 곳 들판이다.

 

우리인간에게는 자연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숲이 주는 천혜의 보약 '피톤치드'는 해충 병원균 살균을 위해 내뿜는 천연항균물질이므로 인체에 무해하고 친화적이며 유익한 작용이 많다. 이번 추석연휴중에도 전국에서 가족과 함께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는 이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과 낭만이 있었다고 한다.

 

계절이 바뀌면 산과 들의 꽃소식이 무척 궁금해진다. 지금쯤이면 지리산 기슭에는 무슨꽃들이 피어나고 그 꽃이 봉우리를 맺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자꾸 산으로 끌리게 때문에 또 가고 온다고 한다. 지리산 주변 산기슭에 깔려 있는 야생화 비롯 원추리·구절초·쑥부쟁이·동작꽃·둥근이질풀·진산조리풀·물봉선·쥐손이풀도 볼 수 있다.

 

힘겹게 산을 오르다가 문득 발아래를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밟을 뻔한 아담한 꽃 한송이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 아담한 모습과 반대로 지친 산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력에 놀라며 이름이 뭘까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호기심일지도 모른다.

 

평소 산과 들에서 접하는 들꽃과 나무들을 보며 그 이름이 궁금하고 또 지금 살고 있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계절이 변할 때마다 또 찾아가기도 한다. 야생화는 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논 밭두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요즘 이러한 야생화를 도심에서도 판매업자 뿐만아니라 야생화를 사랑하는 개인도 재배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캐고, 따고, 자르고, 닥치는 대로 싹쓸이를 하는 약초 열매 전문채취꾼들이 적지 않다. 이래 꽃도 살고 사람도 사는 길을 찾기 위해 남원시가 10월 6일 제1회 지리산 둘레길 구절초 축제를 개최키로 했다는 소식 반갑다. 이번 기회에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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