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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탕평의 핵심은 호남이다

수석논설위원

지난해 6월20일 농협금융지주회장에 경남 거제출신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선임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계에 전무후무할 진기록이 세워졌다. KB금융 어윤대, 우리금융 이팔성, 신한금융 한동우, 하나금융 김정태, KDB산은 강만수 회장에 이어 대한민국 6대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모두 PK(부산 경남)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다 아는 것처럼 금융회장 자리는 청문회도 거치지 않는 경제권력이자 최고의 벼슬 아닌가.

 

여기에다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도 PK이다. 이런 PK 싹쓸이는 대한민국 금융계에 처음 있는 일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세우기 힘든 '이변 인사'로 기록될 것 같다.

 

이를 두고 전남 순천 출신인 칼럼니스트 조용헌(52)은 '이간질 인사'로 풀이했다. "5.16은 300년 동안 기호 노론(서인)으로부터 탄압받았던 영남 남인들의 한(恨)이 분출한 것이다. …(5.16으로) 영남은 지난 50년간 어느 정도 한을 풀었다. 그런데 (MB 정권 들어) 더욱 강화된 영남 싹쓸이 인사를 감행하는 행태는 대한민국의 통합을 방해할 뿐인 '이간질 인사'로 보인다." (작년 6월25일자 조선일보 '조용헌살롱')

 

하기야 특별사면 권한을 이용해 못된 짓을 한 측근 다 풀어준 MB정권이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국민 생각을 무시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대도 아랑곳 하지 않는 불도저식 결단력이야말로 MB의 상징 아닌가.

 

전북은 정부 요직에서도 변방, 찬밥에 불과했다. MB정부 5년 동안의 '장·차관 147명(장관 49명, 차관 98명) 임명 현황'에 따르면 전북출신은 7명(4.8%)뿐이었다. 그나마 유인촌처럼 '무늬만 전북'인 사람도 있다. 전남 11명, 경북 25명, 경남 17명과도 대조적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달도 차면 기울듯 사물의 전개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는 법이다.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는 탕평인사와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다. 그만큼 호남이 인사에서 차별받고 지역발전 정책에서 소외받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두가지 약속의 핵심은 호남이다.

 

박 당선인은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약속의 구체성을 드러냈다. "생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동서화합을 강조하신 뜻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 역대 정권에서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화합과 통합을 위해서는 두가지 과제가 있다. 공평한 인재 등용과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겼던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약속을 이행할 사람은 박 당선인 자신이라는 뜻이다. 믿음직스런 말이지만 13.2%의 지지율이 걸린다. 그러나 13.2%의 의미는 민주당한테는 견제구를, 새누리당한테는 진정성을 갖고 좀더 가까이 다가오라는 뜻의 절묘한 표심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과 의리가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신의를 지켜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의다. 내각 구성에서부터 신의가 지켜져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사람 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첫 조각이 초미의 관심이다. 전북인들은 박 당선인의 탕평인사와 지역균형발전 두 약속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일이다. 달콤한 사탕발림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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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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