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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 얼굴

▲ 전선기 전 기아특수강 대표이사

연기자들이 그 배역을 충실히 하기 위한 분장 외에도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본다.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얽힌 일화가 있다. 다빈치는 주인공인 예수의 모델을 찾아나선 끝에 가장 선하고 신성(神聖)마저 느껴지는 한 남자를 발견하였다. 다빈치는 그를 초대해 ‘예수상’을 그린 후 그와 대비되는 유다의 모델을 찾아 수년 동안 헤매었다. 그는 마침내 어느 골목길에서 유다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가장 이기적이고 사악한 얼굴의 한 남자를 발견하고, 역시 그를 모델로 하여 예수의 옆자리에 그려 넣었다. 이것이 그 불후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다.

 

한 인물에서 나타나는 전혀 다른 모습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남자는 먼저 그려낸 예수의 모델과 동일인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처음에는 그 청년이 청운의 뜻을 품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소망이 넘치던 시기였을 것이고, 후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과 분노로 방황하던 중 다빈치를 만났던 것으로 추측된다.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예수 모델과 ‘지고지악(至高至惡)’의 유다 모델은 동일한 인물의 두 얼굴이었다. 이 일화에서 우리는 한 사람이 ‘선한 사상과 소망’을 가진 시기와 ‘악한 마음과 좌절’의 시기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음을 본다. 이런 경우를 ‘소망과 좌절 사이의 두 얼굴’ 유형이라고 명명해본다.

 

다른 예를 보자.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상대성을 인정함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개개인의 어떤 사상이나 주의주장이 용인되면서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만을 맹신하여 자기만이 선하고 그에 반하는 사상이나 주장은 악으로 규정하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그는 민주주의의 상대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민주주의의 적(敵)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은 입으로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두 얼굴이며, 이것을 “확신범적 두 얼굴”이라 하겠다. 우리는 광복 후 해방정국에서 수많은 이념맹신자들을 보아왔다.

 

또, 요즘 시국에도 어떤 비서실장은 그 막중한 공직자의 책임을 망각한 채 교묘히 실정법망을 피하려고 훤히 보이는 거짓말로 공직자의 양심을 속인다. 또 어떤 고위공직자는 자기의 업무가 공직기강의 감시자인 점은 아예 팽개치고 국정 농단자와 조력하거나 방관하였고, 한발 더 나아가 국법절차에도 불응하며 도피 행각도 불사했다. 그들은 최고 학부의 우등생들이다. 이들을 일러 ‘파렴치형 두 얼굴’이라고 하고 싶다.

 

또 어떤 정치지도자는 혼란한 상황을 이용한 권력에의 탐욕을 드러낸다. 주권자인 국민은 민생의 안정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원하며 국가안위를 우선시하는데 반하여 그는 속보이는 선동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정상적인 국정마저 흔들려 한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지만, 이는 주권자들의 검증과 선택권까지도 빼앗는 오만하고 불손한 태도로 보여진다. 이를 ‘탐욕형 두 얼굴’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공직자는 공인정신 잃지 말아야

 

위에서 몇 가지 예시한 유형의 두 얼굴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상황들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사례에 빠지기 쉬운 속성이 내재되어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맹자는 일찍이 「사단설(四端說)」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강조하고, 또한 서양의 철인은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다. “대부분의 악행은 선해지거나 악해지기로 결심한 적이 결코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세모를 맞아 우리 모두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며 경계해야할 일이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본 다빈치는 일부러 한 사람을 모델로해 예수와 유다를 그려냈을지도 모른다. 위대한 예술가인 그의 흉중을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철칙은 공직을 맡은 사람은 언제나 공인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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