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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라

▲ 김철성 군산컨테이너터미널 대표이사

회사사무실 책장 속에는 조그만 액자 다섯 개가 있다. 모두 내가 주례를 한 직원들의 결혼사진이다. 처음 주례부탁을 받았을 땐 선뜻 답을 못하고 더 덕망이 있는 다른 분을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거절만 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대표이사의 보이지 않는 역할 때문이다. 그 후로 어느덧 다섯 명의 직원 결혼식을 주관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연들을 맺었다.

 

인생은 혼자 가기엔 멀고 불확실

 

새해 첫날에 중요한 연례행사가 있었다. 내가 주례를 했던 그 신혼직원들과의 점심모임으로 세 번째였다. 첫 해엔 두 쌍과 둘째 해엔 세 쌍과 그리고 올핸 다섯 쌍으로 늘었다. 주례는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하는 것만으로 그 임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무는 아니더라도 한 동안은 그 신혼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초에 한자리에 모여 담소와 유대를 나누며 어찌 살고들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고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우리 가족은 모두 서울에 있다. 아내는 나이 들어서 주말부부가 되는 것은 축복이라고 주변에서 말하는 이도 있단다. 그러나 아내도 나도 안다. 이따금 불현듯 찾아오는 그리움이,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적 공간적 공백의 아쉬움이 어떤 의미인지를. 올해는 서울에 있는 가족들 모두 군산에 와서 신년을 맞았다. 아내, 딸, 아들 그리고 3월에 새 가족이 될 예비며느리까지. 그 직원가족들과의 모임으로 내가 서울 집에 못가는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가족도 모임에 합석했다. 또 한 쌍이 있다. 주례는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한 직원 가족도 올해부턴 모임에 합류토록 했다. 그런데 신혼가족의 수가 늘어나면서 전원이 참석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갓 출발한 사람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춤도 출수 있고 노래도 할 수 있고 환호도 할 수 있게 깨어 있는 삶을 살라고 하자. 누군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사는 모습을 가능한 때까지 지켜보리라.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위험한 야생의 짐승들과 싸우면서 오랫동안의 경험으로 터득한 생존의 지혜를 말하는 것일 게다. 경험으로 인생의 여정은 대부분 혼자서 가기엔 멀고 불확실하다.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이전부터 사회적 동물이었다. 특히 현대인은 관계를 떠나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상부상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론 헌신적으로 때론 의무적으로 함께 갈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질 누군가의 어깨도 필요하고 내 손을 원하는 누군가의 손도 잡아야 한다. 그 누군가가 가족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그 생각과 이상의 동그라미를 좀 더 크고 넓게 그려보자. 나를 넘어 이웃으로, 미래로 말이다.

 

인연 맺은 사람들 모두 행복하길

 

신년에 와인 잔 너머로 함께 외친 구호는 “나가자, 야!”. 나도 잘되고, 가도 잘되고, 자도 잘되고, 야도 잘되라는 뜻이란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다. 내년의 만남엔 더 건강한, 그리고 더 많이 깨어 있는 그들의 더 성숙한 의식과 모습을 기대한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스님의 명을 받아 고한다. 그 여섯 쌍을 포함한 우리 회사의 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동안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모두 무엇이든 마음이 원하는 그대로 다 이루어지는 행복한 올 한해가 되시라.

 

△김철성 대표는 해운항만청·국토해양부 등에서 근무하고 서기관으로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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