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사람이 어떤 직위에 오르면 그에 걸맞은 업무추진 능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그걸 ‘지위 효과’라고도 부른단다. ‘완장’은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 주어진 지위가 무슨 대단한 권력인 줄 알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빗대어 말할 때 그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 완장이다.
자리에 해당하는 한자말은 아마 ‘위치(位置)’일 것이다. 위치는 자리에 비해 쓰임이 제한적이다. 적어도 ‘책걸상’이나 ‘지정 좌석’의 뜻으로 쓰이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이 둘은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하다’를 뒤에 붙여서 ‘자리하다’, ‘위치하다’와 같이 용언으로 쓴다는 점이다. 문제는 한자말 위치를 남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슨 뜻일까?
‘왼쪽에 위치한 정문을 이용해주세요!’ 어느 음식점 출입문을 보니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 알림판의 ‘위치한’에 눈길이 잠시 머물렀다. 위치한은 어느 공간을 차지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일 텐데, 그에 맞는 순우리말이 있다. 바로 ‘있다’다. 그러니까 ‘왼쪽에 위치한’은 ‘왼쪽에 있는’이라고 써도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긴 ‘좌측에 위치한’이라고 쓰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버스정류장은 성당 정문에 위치해 있다.’, ‘5번 출구에 위치해 있다.’와 같은 식으로 꼬박꼬박 ‘위치’를 써야 하는 걸까. ‘자리하다’나 ‘자리 잡다’도 마찬가지다. ‘득점 선두를 달리는 팀 타선의 중심에 아무개 선수가 자리하고 있다.’가 그런 예다. ‘자리하고’를 빼고 ‘있다’만 써도 된다. 어째서 이런 언어 습관이 생겨난 것일까. 혹시 그렇게 쓰거나 말하면 품격이 조금 올라갈 거라고 착각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