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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그냥 죽여주는 말들

‘샤방샤방’이라는 노래가 있다.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불러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얼굴은 브이라인 몸매는 에스라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는 노래의 끝부분이다. 이 노래의 제목인 ‘샤방샤방’은 ‘눈에 띄게 예쁘다’는 뜻을 가진 의태어다. 물론 순우리말이다.

 

‘죽여줘요’ 앞에 놓인 ‘아주 그냥’의 아주는 ‘어떤 상태나 성질, 느낌 따위가 보통을 훨씬 넘어서는 정도’의 뜻을 가진 부사다. 그 뒤에 붙인 그냥은 ‘아무 이유 없이’ 혹은 ‘따지고 자시고 할 것 없이’의 뜻을 가진 말이다. 아주와 결합해서 ‘죽여주는’ 정도를 강화시킨다.

 

아주와 바꿔 쓸 수 있는 단어가 ‘매우’다. 이 또한 ‘보통을 훨씬 넘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다. 매우 예쁘다, 매우 잘생겼다와 같이 쓴다. ‘대단히’도 있다. 대단히 훌륭하다, 대단히 빠르다가 그런 예다. 얼마 전부터 새롭게 표준어로 인정된 ‘너무’나 ‘너무너무’도 ‘아주’나 ‘매우’하고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다.

 

이 땅의 재기 발랄한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이런 말 대신 새로운 걸 자가발전시켰다. 바로 ‘졸라’다. 취향에 따라 ‘존나’를 병행해서 쓰기도 한다. 이건 비속어 ‘좆나게’에서 온 말임이 분명하다. 그걸 곧이곧대로 발음하기 뭣하니까 ‘졸라’ 아니면 ‘존나’로 순화(?)시켰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지 ‘개’를 접두사처럼 덧대서 뜻을 강조하기도 한다. ‘개맛있어’ 같은 식이다.

 

노랫말에서 눈길을 끄는 단어는 또 있다. ‘죽여줘요’다. 실제로 어떤 일이 마음에 썩 들 경우 흔히들 ‘죽여준다’는 말을 썼다. 얼굴이든 몸매든 예쁘거나 미끈하게 빠졌으면 무조건 죽여준다고 했다. ‘끝내준다’는 물론 그보다 강도가 조금 약한 말이다.

 

‘죽여준다’도 이제는 한물 간 유행어다. 요즘 아이들은 출처도 불분명한 ‘쩐다’를 애용한다. ‘죽여준다’나 ‘죽여줘요’ 대신 ‘쩐다’나 ‘쩔어요’라는 말을 거침없이 주고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주 그냥 죽여줘요’를 요즘 아이들 식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혹시…, ‘존나 개쩐다?’·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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