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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어때요?

‘객기(客氣)’라는 말이 있다. 공연히 부리는 호기다. 무모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했던가. 그 또한 일종의 객기다. ‘객기’의 ‘객(客)’은 무슨 뜻인가. ‘손님’ 아니면 ‘여행을 떠난 사람’이다. 손님이나 여행자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바로 객기다. 그러니까 얼굴에 철판을 까는 것도 객기다. 객기는 용기의 원천이다.

 

‘뻔뻔하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좀 다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적반하장’이다. 도둑이 오히려 매를 든다는 뜻이다. 방귀 뀐 사람이 큰소리치는 것하고 다르지 않은 이치다. 그러므로 뻔뻔한 것과 객기 부리는 건 크게 다르다. 잘못한 게 없으면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다.

 

“누가 보면 어때요? 다 남인데…” 어느 광고 카피다. 바로 그거다. 나 아니면 누구나 남이다. 낯선 곳에 여행을 왔으므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없던 자신감까지 저절로 생기게 만드는 것이 객기다. 그뿐인가. 객지에 나가면 영혼도 자유로워진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데는 그런 까닭도 있을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객지 술’이 으뜸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술꾼도 적지 않다.

 

“주변에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돼요? 딱지 맞을까 봐 겁나니까 가만히 있어야 돼요? 그건 아니지요. 민주주의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거 여러분도 잘 아시지요?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표현 아닙니까? 그러니까 가서 고백을 하는 거예요. 나, 너 사랑한다. 우리 사귀자. 단, 고백을 하되, 민주국가에서는 거절할 수 있는 자유도 있으니까 상대방이 거절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그 사람의 소중한 자유를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나는 거예요. 어때요, 하나도 어렵지 않죠?”

 

방송인 김제동이 강연 자리에서 대학생들에게 들려준 말의 일부다. 예의를 지킬 줄 아는 것, 진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시민의 기본적 덕목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객기도 부려보는 것이다. 이토록 환장하게 화사한 봄날에는 특히….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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