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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안녕하신지요

폭염이 내리쬐는 날 곤경에 처한 이웃에 도움의 손길 내밀자

▲ 정우주 기본소득네트워크 전북상임대표

띠링. 알림음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폭염에 주의하고 외출을 자제하라는 경보 문자가 떠 있다. 이렇게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는 나같이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고령자들이 무작정 외출을 한다면 자칫 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외출만 자제하면 폭염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까?

 

전북에는 비가 오면 새는 비를 그냥 맞고 바람이 불면 부는 바람을 그냥 맞는 낡고 허름한 집에 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얼마 전 만난 전북의 주거복지 담당자가 전해준 이야기다. 그런 분들에게 폭염은 집에 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재해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런 환경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맞이하는 죽음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외면되고 있다. 열사병이나 일사병으로 죽은 분들만 폭염사망자로 집계하는 현재의 방식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처해있는 분들이 단순히 열사병과 일사병으로만 사망에 이르게 될까? 올라간 기온으로 순환기나 호흡기계의 질환이 악화하여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폭염이라는 지구적 재난과 도시의 주거문제가 만나 생긴 이런 복잡한 문제는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복지라는 접근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마을이다’라는 책에서 조한혜정 교수는 우리의 주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성, 세련된 아파트에 살면 세련된 주민이 된다는 주거관, 경제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안정감이 만나 탄생한 대단지 아파트 안에 살면서 우리는 거대한 울타리를 치고 살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싶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시장에 의한 교환 경제가 과도하게 커져서 상호 호혜성이 사라져버린 탓도 있지만, 그간의 한국 사회가 선택한 ‘토건국가적 개발주의’가 가져온 산물이자 상상력의 한계라는 지적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우리 사회가 ‘토건 국가’에서 ‘돌봄 사회’로 적극적 선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대하고 거창한 구호의 시대를 지나, ‘관계의 소중함’과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가자고 한다. 공동 식탁이 있는 생기있는 작은 마을을 만들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관계의 사회로 재편해 나가자고 한다.

 

지난 주말 지인들과 이서면에 다녀왔다. 그곳에 설치된 ‘행복채움나눔 냉장고’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서면 맞춤형 복지팀과 완주군민들이 모금한 사회소통기금의 첫 배분 사업으로 시작된 이 냉장고는 푸드뱅크와 기부자들이 냉장고를 자유롭게 채우고 필요한 이들이 필요한 만큼 꺼내어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채워졌다 비워지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을 위로했을 냉장고는 도심 속에 피어난 꽃처럼 보였다. 방문자들의 메모가 벽면에 한가득 붙어있었는데 그들 중 ‘학생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셔서 감사해요’라는 글귀에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작은 냉장고 하나가 불어넣는 생기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안녕하세요?”는 우리들의 인사말이다.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으로 이 인사는 상대가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정이 담긴 인사이다. 이 인사말을 쓰고 있는 우리는 진정 이웃의 안녕에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폭염이 내리쬐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내 이웃이 안녕히 잘 지내는지 묻고 곤경에 처해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건네보자. 작은 관심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서로의 안녕을 묻는 사이 우리는 살만한 전북에 한 발짝 더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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