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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께 올리는 말씀

방송국 아나운서들 있잖아요? 아, 대왕께서는 ‘방송국’이나 ‘아나운서’를 잘 모르시겠구나. 아무튼요, 그 사람들 말이죠, 걸핏하면 뉴스 시간에 ‘달(達)한다’를 입에 달고 살거든요? ‘참석자가 100여 명에 달한다’, 뭐 이런 식으로요. 그 ‘달한다’를 순우리말 ‘이른다’라고 바꿔 써주면 좀 좋을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제 말이 맞죠?

 

지난겨울에도 그랬어요. 못된 작자들 때문에 엄청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서 추위에 떨었거든요. 그 사람들도요, 기자들이 녹음기를 들이댈 때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臨)하겠습니다’라고 그러더라고요? 사실은 ‘그녀’도 그랬거든요. 그런 말버릇도 고쳐야 해요. 앞으로는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습니다’라고 쓰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고 해주세요.

 

‘앞으로는’을 쓰고 보니 생각나는데요, 다들 ‘앞으로’라고 쓰면 될 걸 굳이 ‘향후(向後)’라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회초리로 종아리에 핏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때려주세요. ‘조식(朝食)’, ‘중식(中食), ‘석식(夕食)’을 알리는 행사 진행자들이나 음식점 주인들한테도 기껏 한 글자 차이니까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으로 고치라고 타일러주세요.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가까운’이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인접(隣接)한’이라고 쓰는 걸까요. 어느 식당에 갔더니요, ‘조리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所要)됩니다’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소요’되다니요. 하긴 다들 그렇게 써요. ‘서울까지 소요시간’처럼요. 이러다가 순우리말 ‘걸립니다’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종료(終了)되었다’라는 말도 그래요. ‘끝났다’가 있거든요.

 

나랏말씀이 중국 것(한자)하고 달라서 한글을 맹갈으셨다고 하셨잖아요. ‘어린 백셩’들을 위해서요. 제가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만 말씀드렸는데요, 그 ‘어린 백셩’들이 한자말을 하도 많이 써서 순우리말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거 혹시 아세요? 아, 그림의 ‘셈하는 곳’은 뭐냐고요? 조선족이 모여 사는 중국 어느 도시의 음식점에서 발견한 거랍니다. 얼마나 정겹던지요.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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