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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 7

해안 길을 따라 변산반도 채석강 쪽으로 가다 보면 아름다운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간이 전망대가 있다. 차를 잠시 세워두고 그 위에 올라 안내판에 적힌 ‘하섬의 전설’을 읽었다.

 

‘옛날 옛적에 육지에서 노부모와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태풍으로 부모님이 탄 고깃배가 하섬까지 떠내려가서 돌아오지 못하자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 용왕님께 빌고 빌어 효성이 가상해 용왕님이 바닷길을 열어주었다고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전설은 누가 정리했을까. 이 안내판 제작을 맡았던 그분은 또 이야기를 다듬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겠는가. 그런데 문장을 짤막하게 썰어서 정리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전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으니,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인가 보다.

 

‘옛날 옛적에 노부모와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태풍으로 부모님이 탄 고깃배가 하섬까지 떠내려가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아들은 부모님이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의 효성에 감복한 용왕님이 바닷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긴 문장을 잘라서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해 보았다. 관광객들에게 전설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는 이렇게 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의문 하나가 꼬리를 물었다. ‘하섬의 전설’처럼 많은 이들이 문장을 길게 늘여 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양이나 뜻이 같은 말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각이나 사실을 떠오르는 대로 늘어놓는 태도도 한 몫 한다. 장황하게 쓸수록 문장의 품격이 오를 거라는 그릇된 인식도 문제다.

 

문장이 길어지면 생각이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주어와 서술어가 어긋나는 비문을 쓸 가능성도 높다. 하나의 문장으로는 가급적 한 가지 생각이나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좋은 글을 쓰려면 문장을 짧게 다듬어 쓰는 연습부터 반복해야 하는 까닭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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