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소명 다한 교육수장
스스로 아름다운 퇴장 통해
전북교육의 새 길 열어줘야
전북교육은 김승환 체제를 맞아 과거 최규호 교육감 체제와의 단절과 변화와 혁신의 새바람이 일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김승환 교육감 체제 1기에는 이전 교육감 체제의 적폐 청산과 인사 공정성 문제 등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특히 초등교사와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혁신학교도 호응을 받았다. 새롭게 진입한 젊고 참신한 장학사를 비롯한 새로운 일군들도 변화의 주체로 내심 자긍심을 가지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기 이후부터 교육부와의 갈등이 자신의 정체성과 선명성을 확인하는 것인 양 매사를 교육부와의 투쟁의 문제로 접근하려 하며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경직되어 갔다. 결국 동력을 상실하면서 현실에 안주하며 일정한 틀 속에 스스로 갇힌 것이다.
김 교육감 체제 들어 교사에서 일약 교장급으로 승진한 사람들과 일부 도교육청의 친위그룹 등을 제외하고 스스로 열정을 쏟는 교사들이 상처받고 자괴감에 빠지며 다치는 기묘한 상황들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도교육청의 민원 중심주의와 이에 근거한 먼지떨이 감사에 의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거나 언론 플레이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기승전 법인 사람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민원은 쌍방향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상식조차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생활한 평범한 교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자괴감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교사들은 스스로 벽을 치고 세월을 낚시질하며 눈치만 살피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사들의 업무는 더욱 가중되어 가르치는 일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퇴색되어 버렸다.
교사가 자긍심을 잃은 학교는 죽은 학교이다. 학교는 죽었다. 학생 또한 학생인권 조례는 제정되었지만 구호만 요란할 뿐 현실이 나아졌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다수의 교사들은 민원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여 활동을 자제하고 학생들을 방치한다. 모든 길은 오직 도교육청으로만 통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굴절된 행정의 모습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한 듯 불통행정의 모습이다. 생동감은 사라지고 특정세력에 줄만 잘 되면 보험이 되고 힘을 쓰는 상황이 쉬이 눈에 띄며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열정을 불태우던 초기의 젊은 장학사들의 다수가 점점 존재감을 잃어 갔다. 혁신학교 교사를 자처하며 열정과 진취선으로 김 교육감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와 철학의 큰 뜻을 펼치려 했던 교사들도 일부를 빼고는 결국 역동성을 상실해갔다. 교육청도 이제는 혁신학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교육청은 학교 현장과의 소통보다 상급기관으로서 공문을 통한 지시와 통제를 반복한다.
이것이 여의치 않거나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지없이 힘으로 누르거나 감사를 통해 학교를 초토화시키며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를 관철시켰다. 시대의 화두는 소통과 공감인데 전북교육청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벌써 8년이 지나갔다. 전북 교육은 학생 인권과 교권, 모두 강조했지만 학폭이 발생하는 빈도나 교사들의 자긍심 등이 과연 어느 지점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전북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보면 이제 김 교육감 체제도 한계에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제왕적 권력을 갖는 교육감이 8년이면 보일 것 다 보여주었다. 그나마 공과를 논할 수 있을 때 떠나는 것이 순리이며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다. 과욕을 부리다가 박수는커녕 쓸쓸히 퇴장한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불통과 정체를 극복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북교육이 거듭나야 한다. 김 교육감 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이제 스스로 아름다운 퇴장을 통해 전북교육의 새 길을 여는데 일조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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