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종신이 부른 <팥빙수> 라는 노래의 일부다. 한자말을 직역하면 ‘얼음물’인 ‘빙수’는 ‘얼음을 잘게 부수어 연유와 설탕, 과일, 향미료 따위를 섞어 만든 먹을거리’다. 놀랍게도 빙수는 기원전 3000년부터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얼음을 부수는 방식이나 주로 들어가는 식자재에 따라 이름과 종류도 가지가지지만 윤종신의 노래처럼 그 대표 격은 모르긴 해도 팥빙수일 것이다. 팥빙수>
오래된 문헌을 뒤적이다가 ‘빙수’라는 제목을 단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읽는 재미가 하도 쏠쏠해서 그중 일부를 옮긴다.
‘빙수에는 빠나나 물이나 오렌지 물을 처먹는 이가 잇지만은 어름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샛빨간 딸기 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러운 혀끗 맛가튼 맛을 어름에 채운 맛! 올타 그맛이다. 그냥 전신이 녹아 아스러지는 것가티 상긋-하고도 보드럽고도 달큼한 맛이니 어리광부리는 아기처럼 딸기 탄 어름 물에 혀끗을 가만히 담그고 두 눈을 스르르 감는 사람 그가 참말 빙수 맛을 향락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역사적’인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이 오늘 시작된다. 팥도 후르츠 칵테일도 체리도 샛빨간 딸기 물도 필요치 않겠다. 그저 ‘사랑하는 이의 보드러운 혀끗 맛가튼’ 회담 결과만 날아온다면 그걸 곱게 부순 얼음에 한껏 비벼 먹고 싶은 하루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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