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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메시지는 힘이 세다

얼마 전에 청주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문예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연을 한 적 있다. 강연을 마치고 고속도로를 운전해서 전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유성 근처를 지날 무렵 조수석에 둔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곡휴게소에 들러 담배 하나를 맛나게 피운 다음 스마트폰을 열었다.

‘교수님. 오늘 강연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오늘 저희들에게 들려주신 말씀은 앞으로 제가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써서 꼭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안전 운전하세요^^ 강은별 올림.’

대충 짐작이 갔다. 그 강은별이라는 학생은 강연을 듣고 나서 선생님을 찾아가 내 연락처를 물었을 것이다. 먼 곳까지 와주신 교수님께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제법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 학생이 참 기특하고 대견했다. 한편으로는 내 강연이 적어도 한 학생에게만은 작은 울림이나마 주었나보구나 생각하니 꽤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은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학생이 참 고맙기도 했다.

자신이 새로 펴낸 책에 정성스럽게 서명해서 우편으로 보내주는 선후배들이 적잖다. 택배로 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그 책이나 선물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하고 문자메시지를 곁들여 보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곤 한다. 그러면 또 그쪽에서도 고마워해 주어서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이렇듯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세다.

청주를 다녀온 그 다음날 오전에 나는 그 학교로 나를 불렀던 선생님께 문자를 넣어서 강은별이라는 학생의 소속 학년과 반을 물었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오래 전에 출간한 책 두 권에 서명한 다음 거기에 이런 말을 덧붙여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열심히 써서 꼭 좋은 작가가 되겠다고 했던 약속, 꼭 지켜야 돼요.’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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