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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신춘문예 단상(短想)

김덕남
김덕남

항상 새해가 되면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덕담이 이어진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정초에는 신춘문예 관한 관심이 제일 크다. 특히 올해에는 내가 소속된 문학단체 회원이 둘이나 중앙과 지방언론사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카 톡 방이 축하 인사로 뜨거웠다.

문학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크고 작은 불씨를 안고 한 번쯤은 정상에서 불사르며 우뚝 서보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그 실력을 공인받고 공개적으로 제 위치를 드러내 보이고 싶은 그 꿈의 첫 번 째가 신춘문예이다.

당선 가능성의 확률을 셈하며 자기지역은 물론 타 시도의 언론사 까지 응모 권역을 넓히며 응모를 한다. 그러나 많은 신춘의 도반들이 그 정상 가까이서 고배를 마시며 연일 수런수런한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같은 해 장원을 비롯한 또 다른 급제의 영광을 안은 인재들이 많았건만, 신춘문예 당선만은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수십 년, 적어도 수년을 갈았던 펜의 꿈이 모두가 허탈한 도전으로 끝나고 만다.

별을 따는 야망으로 은근한 기대를 안고 숨을 죽이며 분투했을 작가 지망생들이다. 그런데 그 고지에서 탈락한 글이라 해도 당선작과 견주어 한 치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자기 글에 대한 애정과 자존감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미련을 안고 또다시 숙성되지 않은 글로 무모한 도전을 한다.

작가의 심상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글의 당선작이란, 명확한 기준의 기계적인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극소수 심사위원의 정서적 감정 코드와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다. 물론 기본 문법이나 주제 의식이나 감동을 주는 문학적 기교 등 타당성 있는 객관적인 심사기준은 있다. 그런 관점에 따른다 해도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듯, 최종 작을 결정하는 분들의 문학적 관점이나, 사상이나 가치관은 각각 다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당선작은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작가가 경험한 구체적 사건과 사물을 의미화하고 형상화하여 일상과 대입해 나가는 글이 많다. 신춘문예를 대비한 ‘글쓰기 반이’ 따로 있다는 통설은 신춘문예의 글쓰기 기법과 유형을 짐작하게 하는 그럴듯한 이야기 아닌가.

요즘엔 파격적이고 통통 튀며 대담하게 글을 쓰는 신선한 문학도들이 많다. 그들은 신춘문예 쪽엔 아예 관심도 없고 자기만의 글을 쓴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묵직한 여운도 충분히 남긴다. 심지어 세상에 고백하기 어려운 육체적 정신적 갈등의 복합적인 내면 이야기까지도 높은 차원의 시각으로 통찰하여 숙련된 문장으로 이끌고 간다.

신춘문예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진 글 마당이기에 그 당선만이 문학의 절대가치가 아니라는 어느 평론가의 위로는 위로로서 그친다. 신춘문예 당선은 국내 문학행사로는 유일하고 독보적인 수상이어서 역시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일이다. 번뜩이는 창작력으로 무장한 풋풋한 문학도들, 농익은 삶의 지혜와 무한한 자기 숙련으로 다져진 경륜이 쌓인 문장가들. 무수한 그 별들이 밤하늘에서 저렇게 빛나고 있다.

저 어느 곳에 내별 하나쯤 떠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나에겐 낙타 바늘귀 들어가는 일처럼 요원한 일인가? 그러나 저 하늘에 내 별 하나 오르지 못한다 해도 또 어떠리. 밤하늘을 우러르며 빛나지 못한 내 글일망정 온유한 생각으로 스스로 내 글에 빠져 지내는 것도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인 것을.

 

* 김덕남 수필가는 전주용소초등 교장으로 정년퇴직하고 에세이스트 신인 수필가상으로 등단했으며, 풍남제주부백일장(시), 전국 물사랑 공모전(은상) 향촌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아직은 참 좋을 때> . <추억의 사립문>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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