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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국가로 가는 팔부 능선 넘은 대한민국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홍석빈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데칼코마니(Decalcomanie)를 했던 기억이 난다. 종이에 여러 색 물감으로 일정한 무늬를 찍어 반으로 접으면 좌우대칭의 신기한 형형색색 모양들이 나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하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정·재·관·학계 리더들과 최근 입에 담기에 민망한 행위들로 추락한 연예계 아이돌들의 소식을 들으며 떠오른 생각이 데칼코마니다. 영역은 다르나 본질은 같다. 우리 사회 내 모든 영역에서 특권에 의한 반칙과 부패행위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갖가지 모양새로 터져 나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오죽하면 이처럼 비정상이 일상화 된 세태를 풍자하여 대한민국을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니 ‘망한민국’이라고까지 칭할까 싶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당초 제도적 취지가 무색해졌다. 심지어 우스갯소리로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7종 부적격 종합선물세트(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 표절, 병역 기피, 음주운전, 막말) 행위들 중 하나 이상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국가의 품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세태이기에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상황까지 이른 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사회 기득권 지배층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지상주의와 배금주의(mammonism)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수십 년 간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에 착근되었어야 할 정의, 그리고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시대정신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일단 만사 제치고 나와 내 가족, 내 일, 내 출신 지역부터 잘 되고 봐야 한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1등 지상주의에 우리 모두가 사로잡혀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대 교수와 제임슨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그들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인류역사 5천여 년 동안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에 대한 분석을 했다. 결론은 사회구성원 다수를 위한 ‘포용적(inclusive)’ 정치경제제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국가와 민족은 예외 없이 흥했고, 소수 정치경제 기득권층의 호의호식과 영달만을 추구하는 ‘약탈적(extractive)’ 정치경제제도를 고수해 온 측은 예외 없이 망했다는 것이다.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1:99의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미래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중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현 상태라면 불행하게도 실패할 국가로 가는 팔부 능선을 넘고 있는 것은 아닐까싶어 우려가 크다.

19세기 말 아르헨티나는 G5에 꼽힐 정도로 부강한 나라였다. 이탈리아 동화작가 에드먼드 데 아미치스가 쓴 엄마찾아삼만리는 당시 남미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번화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일하러 간 엄마를 찾으러 떠난 가난한 이탈리아의 소년 마르코의 여행기를 다룬 동화다. 지금의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어떤가? 청년 세 명중 한 명이 실업자인 아르헨티나 청년들은 이탈리아 대사관에 찾아가 자신들의 조부모는 이탈리아인이었다며 이탈리아 국적회복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긴 시간 정경유착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패로 찌들어 온 아르헨티나의 종착지는 국가부도사태였다.

차제에 전라북도 도민들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전북 출신 장관후보자들에 대해 아쉬워하기 보다는 더 엄격한 기준의 양심과 상식에 기반하여 실추된 우리 사회의 정의를 앞장서 회복시킨다는 명분과 자부심을 가지고 시대정신을 바로세우는 지혜를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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