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의 역할은 관객이 결제하고 입장하고 지정좌석에 앉는 것, 그리고 중간출입 시 확인하는 증서 정도? 글쎄다. 표에 대해 알려면 우선 극장의 변천사를 알아야 한다.
70년대 공연장은 거의 미지정석이었고 80년대 들어서며 좌석제와 등급제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A석과 B석 정도의 구분이었는데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공연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해외공연들이 들어오자 S석이 생겨났고 88년을 전후하여 볼쇼이 발레 등 더 큰 공연들이 들어오며 R석이 생겨났다. 지금은 R석 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VIP석이 생겼고 영화관에는 연인들을 위한 커플석과 심지어 풀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럭셔리 영화룸도 운영 중이다.
지금같이 카드결제와 인터넷 예매 그리고 좌석제가 정착되기 전에는 표에 얽힌 애환이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읽어버린 표를 찾아주다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 웬 횡재냐 하던 주은표로 절도범이 되기도 하고, 최고의 고객관리용 선물이었다. 지금도 K팝과 뮤지컬 공연 등에서 인터넷으로 암표거래를 한다니 격세지감이다. 가끔 전자결제로 사기를 치는 자들도 있다하니 아날로그시절에 마치 인생의 막장인 듯 몸으로 때우던 암표상하고는 차원이 다르다싶다. 암표사고가 나면 인간적으로 책임을 지던 모습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전국교교야구대회, 영화개봉관 등에서 암표장사로만 자식들을 키워 국내 대기업에 다닌다고 자랑하던 전설의 암표상 깜상 아저씨와 돼지엄마가 생각난다. 불법인 걸 알기에 극장 담당자가 나타나면 체면을 살려주려고 헐리우드액션으로 엄청나게 줄행낭을 놓고는 했었다. 이런 암표상들이 제작자들에게는 흥행의 바로미터였다. 그래서 제작자나 주최 측에서는 암표는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고 캠페인을 했지만 티켓오픈 전날은 암표상이 안 나타나면 어쩌나 잠을 못 이뤘고 새벽부터 매표소에 나아가 안 그런 척 암표상이 나타나기를 노심초사 기다렸다. 그러다 암표상이 나타나면 부서장에게 보고를 드렸고 전직원들이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예전에는 제일 싼 표부터 매진이 되었다. 필자도 B석에서 보고 R석에서 본 것 이상으로 자랑했었는데 이제는 R석부터 매진이 되는 추세다. 돈을 잘 버는 직장인들은 당연해 보이는데 여유가 없는 대학생들도 알바로 번 돈은 물론 가불까지 하여 R석을 구입한다고 한다. 인증샷을 올리려고. 통계자료는 없지만 통설로 80년대 말까지 관객 구성비율은 전체의 80%가 여성이고 그중의 80%가 여대생 여대생의 80%가 모여대라고 하여 그 학교만 공연단체들이 앞다투어 전단을 나눠주던 풍경이 생각난다. 그런데 지금은 관객의 70%가 여성이고 여성의 70%가 직장여성으로 추세가 변했고 남성의 비중도 높아졌다.
티켓을 사업에 가장 잘 사용한 분은 앙드레킴일 것이다. 그는 흥행의 바로미터이기도 해서 주최사는 앙드레김이 예매를 했나 안했나에 일희일비하기도 했다. 그는 늘 객석의 맨 앞줄을 구매했다. 앙드레킴석이라 불릴 정도였다. 사실 앞줄은 고개를 들어야 해서 등급이 낮은데 앙드레김 때문에 R석이 되었다, 그는 예종이 울려 모든 관객이 막이 오르기를 기다릴 때 흰색옷의 본인과 아들이 귀족처럼 성장을 한 국내외 인사들과 귀부인들을 안내하여 무대 앞까지 나아가면 관객들은 뭔가 싶어 이 행렬에 집중을 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홍보 기회가 있겠는가! 앞으로 티켓의 잠재적 가치는 인공지능과 연계하여 인류 문화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서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서현석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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