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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국민을 위한 선진농업을 시작하라

유희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유희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최근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농업분야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더 이상 주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농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2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하면서 WTO가 개도국에게 주는 혜택을 대부분 포기했지만 농업과 기후변화 부문에 대해서만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왔다. WTO 내 각종 협약문에 명시된 개발도상국 특혜는 총 155개다. 이를 통해 수입쌀에 513%의 관세율을 적용한다거나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값싼 수입농산물의 파고 속에서 우리 농업을 지켰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 관세율이나 보조금에 변화가 불가피해서 결국 경쟁력이 약한 우리 농업과 농민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선진국 의무를 이행하게 되면 쌀은 물론 인삼과 마늘 등 고율관세 핵심 농산물의 관세 감축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개도국 지위 포기로 인해 쌀 관세율을 154%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쌀 산업 초토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부의 해명처럼 국익을 위한 것이고 당장의 농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 9월에 대만, 올해 1월에 브라질을 비롯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들 국가의 관세나 보조금에 변화는 없다. 또 WTO농업협상, 즉 도하개발어젠다(DDA)가 2008년 결렬된 후 10년 넘게 중단되어 있고, 진행 중인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이상 농산물 관세율 등이 현재 상태로 유지된다.

농민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정부의 말이 옳지 않아서가 아니다.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응이 매우 일방적이고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법은 선진국 농정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개도국 농정을 끝낸다는 것이고, 선진국의 지위로 협상을 한다는 것은 선진국의 농정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형 농업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농민들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정부는 예산타령을 하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감축해야 하는 정부 보조금 대신 WTO가 허용하는 직불제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예산안에 직불금 관련 금액을 2조 2000억 원 담았다. 그러나 선진국 농정과 비교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농업예산 중 직불금 비중을 보면 스위스가 82.3%로 가장 많고, 이어 EU 71.4%, 일본 33.6%, 우리나라가 19.7%로 가장 적다. EU는 공동농업정책을 중심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농업예산 70%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정한 수입보장 등 9가지 지원사항이 있고 여성후계자를 위한 특정한 보조금도 제공되고 있다. 국가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농민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선진국형 농업인 것이다.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된 농업인은 생산성에만 몰두하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는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행복을 높인다. 선진국 농업은 농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함으로써 행복한 국민이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인 셈이다. 이제 국민 모두 지혜를 모아 새로운 농업정책의 방향을 수립하고 다가올 위기에 대처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백년대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유희태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특별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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