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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면 보이는 것들

이용민 전북도 건설교통국장
이용민 전북도 건설교통국장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보이는 우리동네 집들과 골목길, 가로수. 출근길 도로 너머 우뚝 솟은 건물과 그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 멀리 보이는 모악산 그리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예전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경관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담당 국장으로 일하면서 경관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속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보고 있는 지역의 경관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 도심구조, 건축양식 그리고 이를 만들어가는 그 지역, 그 시대 사람들의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최명희는 ‘혼불’에서 고향마을의 집들과 정자나무, 들녘, 시냇가, 뒤동산에서 일어나는 관, 혼, 상, 제 등 우리 일상의 모습을 담았고, 조정래는 ‘아리랑’에서 일제 강점기 민초들의 험한 삶을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야 위에 그리고 있다. 이렇듯 소설에서도 그 배경과 사람들의 삶이 떼 놓고는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마치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말이다.

전북도에서는 제2차 경관계획(2020~2030)을 수립 중에 있다. 이번 경관계획으로 자연·도시경관에 대한 보존관리방안은 물론 지역의 삶을 함께 담으려 한다.

경관계획은 전북지역 경관의 마스터플랜 성격을 가진다. 이는 시·군 경관계획 수립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며 전북지역의 경관관리의 범위와 관리체계 갖추고, 공공사업과 개발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된다.

먼저,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산과 평야, 그 사이를 흐르는 강, 새만금과 서해바다 등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자연경관을 발굴하여 조화롭게 일체되는 보존과 개발의 방향을 설정, 그 속에 백제역사유적지구, 고창 고인돌, 판소리, 농악, 매사냥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역사거리 등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과 다양한 정서를 담아 가고 있다.

제1차 경관계획은 전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아름다운 주거 경관개선사업’ 등 22개 사업에 441억원이 투입되었으며, 이번 계획에는 기존 사업의 성과분석 결과를 토대로 하여 시·군에서 갖고 있는 우수경관자원을 발굴하여 가꾸는 사업 등을 새롭게 발굴하여, 예산사업과 인센티브를 확대할 것이다.

특히 그간 민간전문가 참여 저조로 민간의 다양한 의견 수렴의 공식적인 통로가 없었는데 금번‘총괄·공공건축가 제도’ 시행으로 총괄건축가 1명과 공공건축가 20여명을 위촉하여 건축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함에 따라 보다 품격있고 주변환경과 조화있는 건축물 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인구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전북에 경관개선은 중장기적인 대안임은 분명한 일이다. 다만 선조들이 물려주신 한국 속의 가장 한국적인 전북을 어떻게 가꾸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일 것이다.

2019년 올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나의 공직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공직을 떠나지만 다가오는 새해, 미래에는 우리 지역의 후배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경관계획을 다듬고 또 다듬고 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보이는 것들을 기대하면서.

/이용민 전북도 건설교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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