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우를 보자. 4월9일 00시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치사율은 1.96%이지만 70대 8.67%, 80대 이상 21.14%로 노인의 치사율이 크게 높다. 노화에 따른 장기기능 저하의 결과다. 나이 들면서 기능 저하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장기가 흉선(Thymus)과 폐라고 한다. 흉선은 병원균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균을 인지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도록 지시하는 기관인데 노화에 따라 기능이 쇠퇴하며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폐는 노화하며 섬유화가 진행돼 70대 이후에는 기능의 20% 이상이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코로나19 폐렴의 치사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작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사회이고,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유엔은 전체인구에서 만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랐던 일본(24년)의 기록을 추월한 것이다.
온 국민이 ‘빨리빨리’를 생활신조로 삼아 고도의 ‘압축성장’을 통해 우리경제를 세계사에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다 보니, 인권, 노동, 소득불균형 문제 등의 부작용이 뒤늦게 표출된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다보니 역시 그 변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다. 경제발전의 영웅이었던 기성세대가 고령사회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된 것은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식생활환경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국민의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80세, 90세 시대의 넘어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현 세대를 ‘호모 헌드레드’로 부른다.
삶의 질 향상이 뒷받침되어 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누리며 장수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하지만 앞서 예시한 대로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핵심은 노인들의 ‘경제력’과 ‘건강’ 문제다. 둘 중 과학기술을 통해 대처할 수 있는 분야는 건강, 즉 노인성질환에 대한 대비를 꼽을 수 있겠다.
무릇 병이란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모든 의료 관련연구는 그 효용성과 독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생체(in vivo)실험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으므로 실험동물로 대체하여 수행하게 되는데, 이때 효과적인 노인성질환 연구를 위해서는 고령의 실험동물을 사용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2006년부터 퇴행성질환 재생연구를 시작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올해 1월 광주센터 부속의 ‘고령동물생육시설’을 독립건물로 확대 집적화한 ‘노화연구시설’의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나섰다. 노화연구에 필요한 첨단 연구장비를 갖춘 실험실과 함께, 10여개의 고령실험동물 사육시설과 부대시설로 구성된 연면적 3749 ㎡의 지상 3층 건물이다. 일반적인 실험쥐의 경우 대부분 2~6개월령을 사용하지만, 이 시설은 사람나이로는 60대인 18개월령, 70대인 24개월령, 80세 이상인 30개월 이상의 쥐를 사육·공급할 수 있다.
부디 국내 최대 규모의 이 시설이 국내 최고의 개방형 노화연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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