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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품성과 습속이 다르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신정일 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어디에서 살 것인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근원적인 고민이자 물음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그 땅의 영향을 받는가? 괴테는 대자연의 어머니인 땅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며 태초에 인간들은 그들 자신들에게 적합한 땅을 선택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보고 있다.

괴테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 사람이 조선 중기의 실학자인 성호 이익이다.

“한 민족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리적·기후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경상도의 풍성(風聲)과 기습(氣習)은 굳게 뭉치어 흐트러짐이 없다. 여러 사람의 마음도 함께 모여서 외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화답하여 일을 당하면 힘을 아울러서 가담한다. 순후한 옛 풍속은 변함없이 남아 명현을 배출하니 나라 안에서 으뜸 되는 고장이오,

그러나 전라도의 물길은 산발사하(散髮四下)와 같이 되어 국면을 이루지 못하는 땅인지라 재덕 있는 사람의 출현이 드물고 인풍(人風)이 획교(獲狡)하여 사대부가 귀의할 수 없는 땅이며, 차령 이북에 대하여 역세의 모양임을 부인할 수가 없는 땅이다”

지도를 펼쳐 놓고서 전라도를 흐르는 강의 흐름을 보면 이익의 말이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장수에서 발원하여 군산으로 빠져드는 금강과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운장산 기슭에서 발원한 만경강, 그리고 내장산에서 발원한 동진강은 서해로 빠져들고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전라도 서남쪽으로 빠져든다. 백운면 신암리 상초막골에서 발원한 섬진강과 장흥의 탐진강은 남해 바다로 흘러든다.

이처럼 전라도의 산천을 흐르는 모든 강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방사성으로 흩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상도의 물줄기가 동해로 흐르는 형산강, 대종천, 울진의 왕피천 등 몇 개의 하천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태백에서 말원한 낙동강에 합류하여 다대포 앞바다로 빠져나간다.

이익은 금강에 대해서는 풍수감여가들이 말하는 “활을 거꾸로 쥔 모양으로 반궁수(反弓水)가 되어 서울과 개성에 역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 반면 영남 지방에 대하여는 좋게 평하고 있다.

세계 지도를 펴 놓고 보면 프랑스의 물길도 전라도의 물길에 못지않다. 프랑스의 강들은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마시프 상트랄(Massif Central)이라는 고원 지대에서 시작되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간다. 세느강은 영국해협으로, 르와르강은 비스케이만으로, 소느강과 로느강은 지중해로 흘러 들어간다. 전라도를 물길과 같은 형세로 흐르는 프랑스의 물줄기를 보고 이익과 같이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풍토학자 헤르더(herder 1744-1803)는 〈인류역사 철학고>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지세와 기후가 극단을 피하고 있으므로 프랑스인의 인간적 기질도 중용적이고 하천이 삼면의 바다로 유입되니 사람들도 가슴을 활짝 열고 오는 자를 환영하는 해방성을 갖고 있으며, 주민을 낙천적 사교적으로 만드는 은근성과 균형 잡힌 풍토로 인한 언어 논리 표현의 명석성이 뛰어나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두 사람의 풍토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따라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도 결정되는 것인데,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중종 때의 문인으로 요절한 곽시(郭詩)의 <서북의 인재는 동남의 인재와 다르다(西北人才與東南不同)라는 글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p>

“각지역마다 성함과 소함, 강함과 약함이 차이가 있는 것은 그저 풍성(風聲)과 기습(氣習)에서 온 것이고, 풍성과 기습의 차이는 본성과 리(理)를 다 못 지켜 그런 것일 뿐이다. 어찌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본질에 관계된 바이겠는가?”

요지는 사는 지역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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