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정읍 내장사 대웅전이 지난주 방화로 잿더미로 변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방화 용의자는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백제 무왕 시절(636년) 창건된 내장사는 그동안 4차례나 화마에 쓰러지는 고난을 겪었다. 최근 2012년에는 전기 누전으로 불에 탄 뒤 성금과 예산으로 2015년 다시 세워졌으나 이번 방화로 또 다시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10년 사이 두 번 씩이나 화재 참변을 당한 셈이다. 그나마 사찰내 다른 건물과 전북도 유형 문화재인 조선 동종을 지켜내고, 특히 불길이 국립공원인 인접 산으로 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번 화재를 목조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조 문화재는 자재 특성상 불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전소로 이어진다. 화재 감지기나 영상 모니터링 시스템, 스프링 클러등 방재 설비 설치를 비롯 내부 자재의 방염 처리 등이 절실한 이유다. 게다가 대부분 사찰들이 산속에 위치해 화재 발생 시 소방인력이 출동해 진화에 나서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화재 취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내장사 대웅전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던 셈이다. 지난 2008년 2월10일 방화로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는 국민 모두에 가슴아픈 기억이다. 당시 숭례문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보호의식 고취를 위해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해 소중한 문화 유산 보존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내장사 화재를 방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화재로 치부하면 목조 문화재 화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목조 건물은 언제나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고, 작은 불씨로도 큰 화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목조 문화재는 복원한다 해도 고유의 문화재적 가치와 역사성은 되살릴 수 없다. 화재에 취약한 문화재는 상시적인 소방 점검과 현장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번 화재를 교훈삼아 도내 목조 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방재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