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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외롭다

박동수 수필가

박동수 수필가
박동수 수필가

꽃이 외롭다.

맞지 않는 말이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꽃이 피면 사람들이 모인다. 축제도 열린다. 꽃이 피면 모든 것이 살아난다. 홍매화, 흰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이 각기 색깔을 뽐내며 피어나면 겨우내 잠자던 대지도 깨어나고, 우리 몸도 생기가 솟는다. 이런 꽃의 계절, 봄인데도 환호할 수 없다.

예년의 봄은 꽃이 피면 즐거웠다. 꽃을 따라 많은 사람이 나들이했다. 꽃을 보면서 감탄하고, 사진도 찍고 꽃 곁에서 담소했다. 꽃 축제로 왁자지껄했다. 사람들이 모였다. 꽃이 외롭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조용히 개인적으로 꽃을 찾아 나서는 사람은 있어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지 않는다.

지금 꽃이 외롭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꽃들이 지금은 찾아주는 이가 드물어서 외롭다. 이런 속에서 우리 정서도 자꾸 메말라 간다. 우리 생활에서 꽃과의 교감, 사람 간의 교류가 자꾸 사라져간다. 꽃도 외롭고, 사람도 외롭다.

카뮈는 오랑이라는 도시를 중성적이라고 했다. 소설 페스트에서 오랑을 특징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도시라고 했다. 지금 우리의 봄이 너무나 중성적인 것은 아닌지? 활력이 없는 봄은 특징 없는 봄이다. 우리는 지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봄을 맞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불안한 봄을 맞고 있다. 봄이 되어서 꽃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꽃소식이 먼 나라 얘기 같이 낯설다.

지난해 비가 뿌리는 봄날, 하얀 목련이 바람에 떨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창백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진달래, 개나리는 이미 다지고 풍성한 목련이 피어있었지만,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해 2월 중순에 시작된 1차 유행으로 사람들은 꽃을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이 꽃에 관심을 두지 않는 동안 봄꽃은 외롭게 다 떨어져 갔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 다 떨어졌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떨어지는 목련은 슬프기만 했다.

올해는 괜찮을 줄 알았다. 꽃을 즐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도 아직도 맘 놓고 꽃을 즐길 수 없다. 꽃이 외로운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꽃이 외롭지 않은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봄에는 봄꽃이 피고, 여름에는 여름꽃이 핀다. 가을에는 가을꽃이 핀다. 심지어 겨울에도 피는 꽃은 있다.

올해는 꽃이 외롭지 않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 올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여름에 여름꽃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 아니면 가을이 되어서라도 가을꽃을 즐길 수 있으면 한다. 그것도 아니면 정말 올해가 가기 전 겨울에 피는 꽃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한다. 꽃은 어느 계절에 피든지 외롭지 않아야 한다.

유독, 이 봄, 꽃을 찾아 나서기 조심스럽다. 꽃을 맘대로 찾아 나서지 못하니 상실감이 크다. 지난해 목련이 질 때, 이맘때면 꽃이 외롭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봄이 되어서도 꽃이 외롭다. 이제, 제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도 외롭지 않고, 다시는 꽃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 박동수 수필가는 전주대 부총장을 역입했고 전북일보 비상근논설위원, 한국문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수염을 깎지 않아서 좋은 날> 등 6권의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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