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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집중력 결핍에 백신 수급 차질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1969년, 군산 난민촌에 콜레라가 발생했다. 전염병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방역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삼선개헌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에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정쟁과 갈등. 그사이 바이러스는 1500명 이상을 공격했다. 그 중 25%가 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국민건강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터다. 1963년 의료보험법을 제정했고, 전 국민가입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착된 한국 국민건강보험제도는 40년 후 오바마 대통령이 벤치마킹 할 정도였다. 제도가 좋으면 뭐하나, 정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니 기본방역도 실패했다. 바이러스 번식력은 우리 의사결정보다 늘 빠르다. 전염병이 돌고 있다면, 정부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1990년 이라크에 도착한 전염병도 혼란을 먹이삼아 중동 전역으로 퍼진 경우다.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정치적 판단미스로 패권국 미국과 대치했다. 궁지에 몰린 지도자가 허둥대니 급박히 집행돼야할 방역행정이 터덕거렸다. 마실 물을 정화하는 염소조차 제대로 수입하지 못했다. 장티푸스, 콜레라균으로 오염된 물을 국민들이 마셨다. 노인과 아이들부터 죽었다. 전쟁사망자와 별개다. 5년 만에 5세 어린이 32%가 만성 설사로 영양실조에 걸렸다. 1980년대 이라크는 중산층이 두터운 잘사는 나라였다. 병원, 보건소 등 의료 인프라도 중동 최고였다. 그러나 정치력에 문제가 생기니, 국민들이 죽어나갔다.

현재 한국은 어떤가. 코로나 19바이러스는 전례 없이 강력하다. 치료약을 구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작용 적은 백신(화이자, 모더나)을 들여올 적기는 지난해 7월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국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다. 임대차3법 시행을 강행해 부동산 정책 논란이 커졌다. 검찰개혁 잡음도 컸다. 추미애 전 장관과 야당의원들은 늘 화가 나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대권론이 처음 등장했다. 청와대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정치권의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백신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리긴 했다. 그러나 그마저 K방역 성공이라는 자화자찬과 백신자국화라는 낙관론에 묻혔다. 결국 OECD 37개국 중 한국이 꼴찌로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 백신 수급률은 아프리카 르완다 수준이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와 체계적인 감염진단 프로세스는 K방역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는 한국인의 집단주의 특성과 기존 인프라에 힘입은 게 크다. 일상적 보건행정과 ‘비일상적 역병을 막는 일(防疫)’은 차원이 다르다. 긴박한 상황에 부족한 치료약을 재빨리 들여오는 건 고도의 정치행위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 기민한 외교, 영리한 행정, 총체적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 정부에 남은 건 레임덕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정치권의 합종연횡 등 혼란밖에 없다. 전염병이 증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현대국가의 특징은 우리 몸에 대한 권한은 물론 ‘의무’도 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생체권력. 국민을 살아있게(faire vivre)하려고 적극 노력하지 않으면, 죽게 내버려 두는(laisser mourir) 것과 마찬가지다. 철학자 미셸푸코의 말이다. 전례없는 전염병이 국민생명을 위협한다. 이보다 더 긴급한 일이 어디 있는가. 철학적 비유긴 하지만, 국민을 죽게 내버려두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한국은, 전염병 극복이 아닌 어떤 일들에 마음을 쏟고 있는가. /윤석 (주)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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