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치유 의미로 사용하는 Healing의 어원은 그리스어 Holos에서 찾아볼 수 있다. Health의 어원이기도 한 Holos는 Holy(신성한)와 Whole(전체성)을 뜻한다. 전체성이란 매우 복잡하고 다의적인 용어인데, ‘칼 융’의 개성화란 말을 통해 이해하자면 ‘인간 속에는 정신의 분열을 지양하고 통일하게 하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데 이것이 자기, 혹은 본연의 자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화로 힐링한다고 하니 질문이 많다. 한 어르신은 “영화 보면 암이 나아요?”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 치유 도구가 많이 있는데요. 영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어떤 치유 도구든 활용해서 도움받으세요.” 이 어르신 조금 뒤 영화 <국제시장> 의 주인공 ‘덕수’를 보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린 후 말했다. “내가 저렇게 살았어!” 덕수는 한국전쟁 이후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캐릭터다. 되고 싶었던 것,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지만 가족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다가 늙었다. 국제시장>
영화를 치유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일을 주로 하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가 창립 13주년을 맞았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을 영상영화심리상담사 라고 하며 현재 국내에 1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힐링 시네마란 교육, 상담, 심리치유 시 영상과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지칭한다. 주재자가 피교육자나 내담자에게 치유를 촉진할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고 주재자-내담자(피교육자)-영화 간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대안적인 해결 방법을 습득하거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정서적인 통찰을 깨우치도록 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성장과 치유를 위해 영화를 활용하는 것은 구어체가 시작되면서 유래한 이야기 하기와 자기 반영 사이의 오랜 연장선에 있다. 영화 보고 자기를 반영 하는 것, 치유의 핵심이다.
방법을 개략적으로 소개하자면 첫째, 영화 보고 목록을 작성한다. 대상은 아동·청소년, 가족, 부부, 페미니즘, 노인 등 생애 주기별로 나눈다. 이후 연도별, 국가별, 사용 빈도별로 범주를 세분화한다. 둘째, 영화 만들기 작업이다. 시나리오 작성에서부터 영화 촬영 기법, 상영회까지 주관한다. 청소년 영화(진로, 또래 관계, 학교폭력, 성교육, 자존감, 다문화 등 다양), 가족영화 앨범, 영상 자서전 등 적용 범위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셋째, 사진 작업이다. 사진 찍기와 사진 지각의 주관성에 초점을 맞춘다.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내담자(피교육자)가 반응하기까지 심리적 과정, 감각, 지각, 인지를 다룬다. 넷째, 내담자와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 속 메시지를 현실과 연결하고 포커싱 한다. 항상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영화를 보며 지각하는 것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주요 기법으로는 영화를 통해 통찰하도록 안내하는 ‘지시적 접근’, 잊힌 경험과 기억에 접촉하도록 돕는 ‘연상적 접근’, 감정의 방출과 정서의 환기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정화적 접근’이 있다.
영화는 경험과 접촉하고 무의식으로 이끌며, 이를 통해 의식을 확장하고 다른 세상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방어를 해제하고 본연의 자기와 만나 기쁨을 만끽하도록 하는 경지, 힐링 시네마가 추구하는 세계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이승수 회장은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단비심리상담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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