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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빛과 그림자 - 정군수

미당시문학관 옥상에 올라서 보니

미당생가와 미당묘가 지척에 놓여있다

소쩍새가 우는 소요산과

소요산 넘어가는 질마재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태어남과 죽음과 시와 삶이

고향마을의 손바닥 안에 옹기종기 모여서

또 하나 설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서있는 발아래 전시실에는

미당 생애의 빛과 그림자였던

국화 옆에서와 친일시가

다정하게 낮과 밤을 같이 보내고 있다

아픔 같은 것이 한숨 같은 것이

질마재 구름처럼 가고 없으면 좋으련만

겨울을 이겨낸 마늘밭은 왜 저리 독하게 푸른가

거기 동백숲에서 동박새가 새끼를 데리고

동박새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새끼들 데리고 노래를 가르쳐 본 적이 있는가? 소요음영, 이러 저리 거닐면서 시를 읊는다는 말. 미당 선생님의 시혼이 바람의 노래로 푸른 마늘밭을 가꾸고, 흰 구름 질끈 동여맨 여름이 바람을 불러 푸른 들판을 가꾼다. 시가 노래라는 말이 맞는다면, ‘인간은 말을 배움으로써 문화의 세계에 진입한다’는 라캉의 말에 댓글을 달고 싶다. ‘노래와 친해져야 인간은 비로소 시의 맛을 알기 시작한다’라고.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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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정군수 #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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