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통계는 나라 살림의 기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구를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인구학 교과서에서는 인구를 특정 시점, 특정 장소에 사는 사람의 수로 정의한다. 그런데 ‘사는’의 의미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인구는 제각각 집계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다시 말해 ‘거주지 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 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외국인 주민은 포함하지 않고, 주민등록을 유지한 채 외국에 체류 중인 내국인은 포함한다. 주민등록인구는 선거인, 취학아동 수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되지만, 해당 지역에 실제 거주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수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인구 총조사 등 주요 인구통계는 상주(常住)인구를 기준으로 한다. 상주인구는 한 지역에 주소를 두고 계속 머물러 사는 내·외국인 인구로, 일시적 현재자(現在者)는 제외하고 일시적 부재자를 포함한다. 현재·부재를 정하는 기준은 90일이다. 통계청은 ‘국제 인구이동’을 ‘출입국 후 체류기간 90일을 초과한 내·외국인’(장기이동자) 수로 파악한다. 상주인구는 국내 노동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므로, 인력수급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상주인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현주(現住)인구가 있다. 현주인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여기서는 주간(晝間)인구와 생활인구를 소개한다. 주간인구는 해당 지역의 상주인구(야간인구)에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통근·통학인구(유입인구)를 더하고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 통근·통학인구(유출인구)를 뺀 것이다. 상주인구에 주민의 경제활동상태를 반영한 것이다.
생활인구는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 수 전체를 집계한 것이다. 즉, 그것은 주민등록자, 외국인등록자, 외국국적동포 거소신고자 등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 또는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생활인구는 휴대폰 위치 데이터를 분석하여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 수를 파악한 것으로, 그 수는 시시각각 바뀐다.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한 인구는 각각의 용도에 맞게 사용된다. 오늘날과 같이 인구감소, 지역쇠퇴, 지역소멸에 직면한 상황에서 주민등록인구나 상주인구만을 고수하는 것은 한계에 봉착하였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은 생활인구 개념을 채택하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감소지역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법무부·행정안전부), 디지털 관광주민증 제도 (한국관광공사) 등 지역 인구를 유지 또는 늘리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상주인구를 늘리는 게 최선의 방책이겠지만, 생활인구부터 먼저 늘리는 방식도 주저할 필요가 없다. 독일에서 시행하는 복수 주소 제도를 응용하여, ‘복수 주민등록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고향사랑기부제’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혁신이다.
생활인구 증가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관건이다. 전주시는 체류형 국제 관광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전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한 ‘2023년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되었고, 국비를 지원받아 야간관광 콘텐츠, 야간 경관 명소, 야간관광 여건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체류형 관광지’ 모델이 성공하여 전라북도 전체와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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