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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금요수필]닭 알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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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아

얼씨구! 저 공은 저렇게 잘 굴러가는데 나는 왜 자꾸 옆으로 굴러가지? 저 공은 뚱뚱해 100g도 넘고 난 겨우 59g밖에 안되는데...하기야 엉덩이는 방방하고 머리는 뾰족한 것이 어떻게 저 공처럼 굴러갈 수 있겠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만 닮아 봐. 모두 미인이라 할 걸.

견문이나 학식이 높은 유식한 분들은 나 같은 달걀과 우리 엄마 닭을 보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매일 궁리하지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달걀이 자라지 않았으면 엄마 닭이 없었을 것이고 엄마 닭이 낳지 않았으면 나 같은 달걀이 없었을 게 아니야? 난 이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할 정도로 유명하단 말이야.

옛날 생각이 나네. 엄마 닭이 알을 낳고 힘들었다고 꼬꼬댁 꼬꼬댁 울어대면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몰래 다가와 살며시 알을 꺼내 갔었지. 엄마 닭들은 달걀을 잃고 서럽다 울어대지만 속없이 다음 날 또다시 달걀을 낳았지.  

여행할 땐 삶은 달걀이 최고야. 삶은 달걀을 먹지 않은 여행은 운치도 없었지. 그런데 요즘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아. 달걀을 그냥 고맙게 먹을 일이지 흰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아토피 원인이 되니 먹지 말라고 하더라고. 또 노른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아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들은 먹으면 안 된다고 야단들이야.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노른자만 쏙 빼고 흰자만 먹는 얄미운 입을 상상해 봐.

그래서야 되겠어? 또 살이 쪄서 다이어트에 안 좋다나? 그러다가는 오히려 영양실조에 걸리기 십상이지. 요즘 서양에선 다시 달걀이 비만을 방지하고 영양의 보고(寶庫)며 최고의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며 주목하고 있다더군.

세계 여러 나라 중 달걀을 먹지 않는 나라가 있던가? 달걀은 지구상 어느 인종이나 모두 즐겨 먹는 1등 영양식품이란 말이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에도 달걀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 않아? 그리고 요리 기본재료의 으뜸인 간장을 담글 때도 달걀을 사용다는 걸 알기나 해? 소금물에 달걀을 동동 띄워 동전만 한 크기로 떠오르면 그건 간이 딱 맞는 거지. 

혹시 달걀껍데기의 쓸모는 알고 있나? 주둥이가 긴 병이나 속 깊은 그릇을 씻을 때 그 껍데기를 넣고 짤짤 흔들어 봐. 얼마나 깨끗해진다고. 우리 주인도 새것처럼 변한 유리병을 들고 신기한 듯 황홀해 하더라니까. 속이 검은 사람들은 달걀 껍데기를 씹지 말고 삼키면 좋다고 해. 그런 뒤 마구 흔들면 깨끗해질 것 아니야? 부활하는 게지.

우린 가끔 정의의 용사가 되기도 해. 불의를 일삼는 나쁜 사람들을 보면 떼로 날아가 얼굴이며 머리 그리고 고급 양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그래도 맘씨 착한 우리는 그 사람들의 옷을 영원히 못쓰게 하진 않아. 물로 씻으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반성기회를 만들어 주는 셈이지.

아, 이제 난 봉사활동을 하러 가야겠어. 글쎄, 우리 주인집 예쁜 딸이 달걀 마사지를 한다네. 야호, 예쁜 주인집 아가씨의 얼굴을 많이 많이 만져줘야겠어. 난 역시 행운아지 뭐야? 그러나 나보다 운이 더 좋은 놈이 있어. 엄마 닭의 품속에서 스무하루 동안 따뜻하게 안겨 있다가 병아리로 태어나서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털이 보송보송한 노랑병아리들 말이야. 

아, 부러워라. 지금쯤 그 병아리들은 노란 개나리 울타리 밑에서 엄마 닭을 졸 졸 졸 따라다니겠지.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서 ♪ ♫ ♬ 노래를 부르며.....

△양영아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표현문학> 시 등단, 행촌수필문학회장, 전북문인협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슴베>, <불춤>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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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아 #닭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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