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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권침해 솜방망이 대책으론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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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까지 몰고 간 교권 침해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가학성 폭행과 학대에 시달려온 교사들의 고통과 무력감을 돌이켜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크다. 교육 주체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현주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상 교육을 운운할 수 있는가. 단순히 학생이 학습을 방해하고 그 부모가 교사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가 아니다. 노골적인 공격성을 가지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범죄 양상까지 띠며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논의되는 교권 침해 예방 대책은 교사의 방어권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악의적 성향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에 나설 수 있도록 강경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교육청은 물론 제도 보호까지 못 받고 오롯이 혼자 싸워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교권 침해는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권 보호와도 직결된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 인권 조례’ 이후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교육 현장의 또 다른 주체인 교사 권리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수업 시간 개인 일탈도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냥 눈감아 주기 일쑤다. 하지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우엔 학습권 침해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를 방치하면 교사로서의 책임 회피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교사의 문제 해결 방식을 둘러싸고도 학부모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툭하면 전화해서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고소 고발을 남발한다. 오히려 압박 수단으로 고소를 악용하기도 한다. 최근 5년 새 이 혐의로 수사 받은 교사가 전국  1252명에 달했다.    

교사 10명 중 9명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들은 “학부모의 악질적 민원이 교사 커뮤니티에 넘친다.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며 학생과 학부모 인권을 존중하는 만큼 교권 보호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서이초 교사 자살 이후 교사들이 지난주 서울에서 다섯 번째 전국 집회를 갖고 교권 침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학교 교권보호위 개최 건수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 상반기 횟수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교사가 치유센터를 통해 심리 치료 상담과 진료 지원, 법률 자문을 받은 사례 역시 5년간 4배 가까이 늘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6년간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에 몰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학교 생활 적응이 쉽지 않은 초등생 학부모가 자녀 문제에 집착해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원인이다. 

20대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 20~30명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교육 현실이다. 이중 삼중으로 제동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돌발 상황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죽기 전에 서이초 교사가 학교 측에 10여 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트레스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케 한다. 자살 직전 3건의 상담 신청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얼마나 절박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악성 민원에 신음하며 정신과 치료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답변이 “그럼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 라는 게 고작이다. 막다른 순간 죽고 싶은 심정을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한 우리 사회 무관심이 끔찍할 정도다. 교실 안에서 교사들은 가르치는 학생에게 무력감을 느끼는 교육 현실에 하나 둘씩 교단을 떠나고 있다.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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