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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의 아침햇살] 국회의원에게 어떤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민주당을 바라보는 전북 유권자 시각은 이율배반적 측면이 역력하다. 그동안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안겨 채찍도 들었지만, 딱히 대체할 만한 인물과 정당이 마땅치 않아 선택을 망설여 왔다. 특히 유권자 입장에서 가장 못마땅하고 불만을 쏟아내는 건 다름 아닌 막가파식 공천과 전북 현안 응집력 부족이다. 사실상 지역 정치권의 맏형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서 유권자 기대치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거는 유권자 열망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10개 선거구 석권과 함께 평균 득표율 81.85%에 반영돼 있다. 이 같은 '묻지마 짝사랑' 은 민주당의 제왕적 권력과 대안 정당 생태계 빈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과 비슷한 성향의 조국 혁신당이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 45.52%로 전국 2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기초 체력은 허약한 상태다. 다른 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선거 경쟁 체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 양상은 도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때문에 민주당 독주를 막고 대안 정당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선거 후보자의 인물 경쟁력에서 선택적 우위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줄곧 지적해 왔던 낙하산, 줄세우기 공천을 심판하려고 해도 대항마의 존재감 자체가 크게 부각되지 못해 아쉬웠다. 민주당에서도 최근 정치 지형의 변화 움직임에 따라 부적격 후보자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정을 위반한 징계 대상자에 대한 절차를 미루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들 부적격자 퇴출 여부가 유권자 신뢰 회복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안 세력을 꿈꾸는 정당들이 민주당과의 정면 대결을 불사하며 필승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당장 조직과 지지도 면에서 동등한 경쟁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민심에 부응하고자 국민 여론 100%의 파격적인 공천 등을 통해 참신한 인물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더불어 청년 여성 전문가 비율을 대폭 늘려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이 높은 민주당의 아킬레스 건을 겨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 정서를 극복하고 정치권 세대 교체를 앞당기는 최대 관건이 바로 인물 경쟁력이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럼 국회의원은 유권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전북 발전의 견인차 역할 보다는 지역 정치권의 기득권 중심축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지방의원을 앞세운 골목대장으로 희화화 되면서 역할과 위상 또한 그 범주에 가깝다며 곱지 않은 시각이다. 그동안 '안방 정치' 에만 매몰돼 온 그들의 정치력은 급기야 선출직 당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한때 구설에 올랐다. 총선에서 입도적 지지율로 3선 이상 5명을 당선시킨 유권자 선택을 무색케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신설된 평당원 출신 지명직 최고위원 선거에서 박지원 변호사 선출과 정동영 의원의 눈부신 예산 활동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원팀 정신' 실종은 지지부진한 현안 해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장관 2명에 국회 상임위원장, 예결위원장 등 호화 진용을 갖췄더라도 꿰어야 보배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압박하는 그런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정당 행사 집결이 아니면 국회 간담회, 정책협의 정도가 고작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5.10.30 18:21

흔들리는 민주당의 호남 민심, 역풍일까

지난 4월 총선 이후 민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을 확인하는 선거 결과가 오늘 밤(16일) 나온다. 전통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민주당 아성에 총선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조국당)이 도전장을 낸 전남 영광과 곡성군수 재보궐 투표가 있는 날이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간에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이 지역 민심 변화는 그동안 맹주를 자처해 온 민주당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조국당, 진보당과의 선거전이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되자 부랴부랴 지도부가 여러 차례 총출동하고 화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심상치 않은 바닥 민심을 직감했다. '호남 싹쓸이' 로 상징되는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유권자 반감이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과 맞서 판세가 불리해지자 조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이처럼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 평가 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실상 대안 세력으로 조국당을 점찍으면서 호남 주도권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거란 예상이다. 민주당의 선거 과정은 그동안 누적된 당의 안타까운 상황이 그대로 녹아 있다. 독보적 지위를 누리던 호남의 총선 민심에서 과거와 다른 이상 기류를 감지했다. 지역구 28석을 모두 휩쓸어 겉으론 압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변의 변화 조짐은 호남 1위를 차지한 조국당의 정당 득표율에 있었다. 민심과 동떨어진 개딸 득세의 '비명횡사' 공천을 비롯해 이 대표 방탄 위주의 당 운영, 호남 출신 요직 배제 등에 대한 불만을 회초리 대신 대항마 찾기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유권자 일편단심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간 민주당 후보가 못마땅 해도 선택지가 없었던 것에 비해 그를 대체할 만한 후보가 있기에 경쟁 시스템이 작동한 셈이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눈높이를 못 맞추면 경쟁에서 낙오되기 마련이다. 호남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는 두 당의 선명성 경쟁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다. 지금까지 선거 양상이 민주당의 일방적 독주로 맥 빠진 것에 비하면 서로 난타전을 방불케 하는 숨막히는 경쟁은 눈에 띄는 변화다. 실제 영광군수 예비후보 등록 8명, 곡성군수 6명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조국당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유권자 기대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동안 독주를 거듭해 왔던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전횡에 대한 피로감뿐 아니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유권자의 자괴감이 반영된 결과다. 근래 보기 드물게 앞다퉈 벌이는 정당의 경쟁 시스템은 역동적 변화를 불러 오고, 유권자 표정도 밝게 만들었다. 경쟁을 통해서만 정치인 생각과 환경이 바뀐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비례대표 12석을 차지해 원내 3당으로 등극한 조국당 앞에 놓여진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확고한 지지 기반도 없이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타도와 검찰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강한 선명성으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지역구 의원이 없어 조직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는 남다르다. 그런 상황에서 전북에서도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입당 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최영심 전 도의원, 임형택 전 시의원, 김왕중 임실군의원과 정호영 전 도의원, 신영자 전 시의원, 김성수 전 군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2026년 지방선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0.15 18:10

김관영 지사의 재선 기상도

김관영 지사의 재선 얘기가 요즘 부쩍 잦아졌다. 7월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기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다. 그가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도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도민들과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김 지사의 재선 출마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북발전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여기는 완주 전주 통합과 관련해 그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 절차가 갖는 기업유치의 파급효과를 강조하려다 재선 문제가 나왔다. 그로서는 가급적 입장 발표를 꺼려 했던 완주 전주 통합과 차기 재선에 대해 자신의 속내를 공식화 함으로써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기류로 그의 재선 가도는 일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기업유치는 김 지사 도정 철학의 기조다. 그런 만큼 논란이 뜨거운 지역현안 해결에 있어서도 이 원칙을 전제로 매듭을 풀고 있다. 그는 이번 완주 전주 통합의 중대성을 감안해 도지사로서의 찬성 입장을 담아 지방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기업유치 관점에서도 이 문제가 결정적 모멘텀인 점을 들어 재선 출마의 불가피성을 꺼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업유치의 열악한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과거 낙후지역이란 꼬리표의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그는 선제적으로 역동적 움직임을 보이는 타시도와 비교할 때 조바심이 생긴다. 유치 기업 대표와의 일화를 공개하며 우회적으로 거취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을 믿고 전북을 가야 하는데 최소 8년은 우리를 책임 져야 한다" 며 그들의 노골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 그는 기업인을 격려하기 위해 재선 출마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재선 관련 잠재적 지지층의 변화는 흐린 뒤 서서히 개는 중이다. 전북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의 쌍끌이 역할을 해온 국회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든든한 우군이 된다.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현안 추진에도 이들의 어시스트는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비록 정치적 셈법은 달라도 전북발전의 공동목표를 위해 김지사와 함께 투트랙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기업유치의 전제조건 충족은 지속적인 과제다. 그런 이유로 메가시티 경쟁이 치열한 타 시도의 사례는 전북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렇게 생태계 여건이 미흡한 가운데서도 김 지사가 공을 들이는 완주 전주와 새만금, 두 곳은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전북의 행정 경제 중심지와 지정학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업에게 어필이 가능한 곳이다. 그리하여 기업유치 실적은 김 지사 재선의 화창한 봄날을 예고한다. 도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 가치인 만큼 도지사 입장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선 기업유치가 관건이다. 하지만 온갖 악조건 속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낸다한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가로막는건 민주당 컷오프와 경선이다. 지난 선거 '송지사 컷오프 약몽'을 떠올리면 된다. 그에 못지않게 경쟁자 또한 만만치 않아 산넘어 산이다. 그래도 '김관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기업유치 전도사로 알려졌다. 도민들도 전북의 가장 절박한 현안으로 이 문제를 꼽고 있어 그로서는 최상의 히든 카드임에 틀림없다. 지금 상황의 재선 흐름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8.13 15:21

완주 전주 통합은 정치가 아닌 생존의 문제

완주 전주 통합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3차례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11년 만에 4번째 도전에 나선 가운데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완주 군민의 찬반 투표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민 서명부가 제출되면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결과에 따라서는 다시 한번 찬반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완주군의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일련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통합 문제가 2년 뒤 지방선거 판도와도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대상 지역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문제라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곳이 전북의 중심지인 완주와 전주 지역이란 점에서 도지사 선거와도 무관하다고 볼 수 없어 도민들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서명부는 주민투표 청구요건의 3배가 넘는 6천152명이 참여해 통합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고 빠르면 연말께 투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코 만만치 않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통합 여정의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완주군과 전주시도 그동안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해 상생 협약의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해 왔다. 이와 병행해 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악성 루머 차단에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통합이 되면 오히려 완주 군민만 불이익을 받는다" 는 뿌리 깊은 불신과 피해 의식을 부추기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기 위한 일환이다. 전례에 비추어 보면 오랜 세월이 지나 주민 의식에도 변화 조짐이 뚜렷하고, 전국 메가시티 열풍을 타고 타시도 움직임이 활발한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주민투표가 결국 숫자놀음이라 저출산 인구 절벽에도 완주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 점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받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정치권 입장도 제각각이다. 최근 들어 통합에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보이는 이가 정동영 의원이다. 그는 이 틈을 타고 몸값을 올려 향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다. 사실상 통합의 당사자나 진배없는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서로 상대를 자극할까봐 말을 아끼고 있다. 찬반이 엇갈리는 입장에서 그들은 수위조절을 통해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약으로 내건 김관영 지사도 지역 발전 큰 그림에서 이 문제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양측 입장의 조율사로 나선 지 오래됐다. 문제는 3차레 시도를 무산시키는데 앞장섰던 완주 지역 정치권의 입장이다. 의회는 이미 반대 입장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 지역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안호영 의원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기에 그로서도 셈법이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지 골몰하는 모양새다. 정치인의 향후 거취와 연관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주 전주 통합은 결코 정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사회 초미 관심사로 전북 미래 발전에 변수로 작용할 만큼 도민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 정도로 중차대한 의미를 갖다 보니 주민 의견 수렴 과정도 여과없이 전개돼야 할 것이다. 과거 처럼 악의적 여론전을 펼쳐 민심 왜곡을 부추기거나 실력 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몰아가는 움직임은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통합으로 인해 바뀌는 지형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되는 정치인들의 이기적 성향은 별 도리가 없다. 그러면 그들로 하여금 되돌아 볼 기회를 주고 싶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완주 지역 발전의 성공 모델은 무엇인지, 자식 손주들이 고향에 정착하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정주 여건은 갖춰 있는지에 대해서다.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생존 차원의 문제가 바로 완주 전주 통합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6.25 18:23

한쪽 날개로는 전북 발전의 비상이 어렵다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은 무소불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 그대로 고전적 방식의 의정활동 평가, 즉 본회의 출석률, 입법 데이터, 지역구 활동 등은 공천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누가 뭐래도 친명 색채가 뚜렷한 이 대표 측근 그룹 위주로 공천 퍼즐을 맞춰 나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비교적 국민 평가가 우호적인 인사의 이른바 ‘비명횡사’ 다. 소신 발언을 마다하지 않고 대의명분에도 앞장섰던 전북 출신 박용진 의원 등이 이런 표적 공천의 희생양이 됐다. 이 같은 기류가 강하게 민주당을 지배하면서 야당 특유의 저돌적 투사형은 아예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며 개인 영달에만 몰두하는 여의도 국회를 생각하면 그래서 마음이 착잡하다. 돌이켜 보면 총선을 관통한 바닥 민심은 일관되게 정권 심판론이었다. 정부 여당 실정에 이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일찍부터 야당 승리가 예상됐다. 한때는 200석도 넘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북 10개 선거구의 민주당 싹쓸이는 놀랄 일도 아니다. 정말 의아스러운 것은 전주을 정운천 의원의 20,63% 득표율이 정치 신인 이성윤 당선자와 무려 50%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역 현안 해결에 동분서주하고 예산 확보에 열정을 쏟아부은 정 의원의 성적표라 생각하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전북 발전의 유의미한 성과에도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를 제대로 못 받은 것이 아쉽다. 이번 총선을 통해 재확인된 것은 전북의 정치 토양에서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존재 이유다. 득표율만 비교해도 민주당 후보는 거의 80% 이상을 얻은 반면 국민의힘은 10% 안팎에 머물고 군소 정당은 한자리 수가 고작이다. 지방선거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문제는 여야가 선의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의 양 날개 역할을 해야 함에도 한쪽으로만 비상의 날갯짓을 하다 보니 제대로 날지 못하는 것이다. 독점적 지배력을 갖는 민주당으로선 굳이 유권자 눈높이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이 어렵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기 충청 등 살얼음판 지역은 인물 교체를 통해 혁신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결국 치열한 여야 경쟁 관계를 통해 세대 교체도, 혁신 경쟁도 담보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총선을 앞두고 현역 물갈이 여론이 들끓었는데도 겨우 2명에 그친 전북과 대비된다. 작년 연말 민주당 초선 의원 4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정쟁에만 매몰된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 정당한 주장도 당리당략으로 폄하하고 오로지 기득권 지키는 데만 급급했다” 며 통한의 반성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들은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위한 첫 관문으로 후진적 정치구조인 선거제 개편 논의를 주문했다. 그 무렵 인적 쇄신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주장은 한층 설득력을 얻었다. 그럼에도 총선을 통한 물갈이는 ‘태풍 속 찻잔’ 에 불과했다. 초선 132명이 당선돼 현역 교체 비율이 44%에 머물렀다. 21대 총선 50.3%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텃밭을 자부하는 전북에서 민주당 스스로 제살 깎기의 혁신 공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그들이 흉내를 낸다 해도 ‘그 밥에 그 나물’ 식 돌려막기 공천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유권자의 투표 혁명은 이번에도 미완에 그쳤다. 그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4.30 18:29

기업 유치가 경제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홀대하는 정치권을 빗대어 주로 쓰이는 용어다. 지난 1992년 미 대선에서 무명의 빌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을 때 부르짖은 슬로건이다. 그는 당시 정치 외교 분야 성과에 들떠 있던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단번에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어찌보면 가장 절박하고 현실적 문제인 민생 경제의 파탄 책임을 그가 대신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그 후 정치권에서도 민생 경제가 단골 이슈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아울러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이 정치인 덕목 중 주요 평가 자료로 자리잡는 데도 일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선거에선 ‘경제만이 살길’ ‘경제 해결사’ ‘일등 경제’ 란 구호를 경쟁적으로 내세워 경제 이미지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뿐 아니라 정치권 인재 영입 순위도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 기류와는 다르게 전북특별자치도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기업들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2%로 전국 평균 2배다. 그런데 이 수치가 최근 10년새 가장 높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더해준다. 이뿐 아니라 경제 지수를 비롯한 사회, 교육 등 대부분 평가 지표도 전국 최하위의 참담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이후 실물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고금리 충격파는 서민 가계를 더욱 옥죄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악조건 속에 희망적이고 역동적 기운이 싹트는 전북의 자강 능력 또한 마뜩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의 존재감과 정치력 빈곤, 중앙부처의 빈약한 인맥은 물론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자치단체간 분쟁과 함께 일당 독점 구조의 정치 환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다행히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이 출범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전북자치도’ 란 슬로건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다. 혁신과 실용에 방점을 둔 그는 ‘세일즈 도지사’ 란 닉네임 답게 도정 문화를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거대한 정치 담론을 벗어나 먹고 사는 경제 현안에 집중함으로써 눈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그런 움직임 속에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 만큼 이를 14개 시군으로 확대 시행키로 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 같은 노력의 결실이 지난해 61개사 10조381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9천731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역의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며 경제 생태계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기업 상대로 투자 전도사를 자처한 김관영 지사의 열정을 감안하면 일선 공무원의 업무 처리도 이런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운영에 들어간 ‘기업 민원 신속 처리단’ 에 기대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과 공장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맞춤형 민원 해결을 통해 기업과의 신뢰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 발상이란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행정이 더 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3.05 18:27

사활 건 기업 유치, 공무원 의지에 달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얼마 전 현대차그룹 울산 전기차 공장의 인허가와 관련해 행정 혁신 서비스의 모범을 보인 울산시청 공무원을 극찬했다. 한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칭찬하고 박수치고 싶은 일이 있어 소개한다” 며 최금석 사무관의 남다른 기업 유치 마인드를 함께 공유했다. 최 사무관은 공장 착공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행정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그는 울산 시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통상 3년 정도 소요되는 인허가 기간을 10개월 만에 끝냈다. 연 매출 15조원을 예상하는 이 공장의 착공을 2년 정도 앞당김으로써 3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 유치에 전국 자치단체마다 사활을 걸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로 인식한 때문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인데도 아직도 기업 유치를 둘러싸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몸 사리기 일쑤다. 민원 발생 소지가 있거나 반대 기류가 조금만 포착되면 사업추진 자체를 꺼린다. 지역 발전과 주민 이익이 담보되면 가급적 기업 입장을 배려해서 인허가 절차를 지원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한 총리가 “이런 시장님, 이런 사무관님들이 공직에 더 많이 있어야 한다” 며 애써 강조한 것도 무사안일에 젖은 공무원에게 경종을 주기 위함이다. 최근 착공한 울산 전기차 공장은 인허가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이 이뤄져 숱한 화제를 모았다. 오래전 분양된 노후 국가산단에 당시는 적용되지 않았던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등 소급 적용해야 할 법규들이 수두룩해 어려움에 봉착했다. 더욱이 인허가 절차에 따른 30개 관할 부서가 모두 다르고 흩어져 있어 한 군데라도 문제가 생기면 올스톱 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자리 2000개를 만들기 위한 김두겸 시장의 공장 추진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고질적 인허가 리스크에 머뭇거리던 회사 측을 끈질기게 설득해 전폭적인 행정 뒷받침을 약속했다. 동시에 민간 기업에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인허가 행정 업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국 첫 사례를 남겼다. 기업 유치가 자치단체장과 담당 공무원의 추진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여실히 증명했다. 그동안 일선 현장에선 인허가 공무원의 발목잡기식 규제 행정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담당자의 업무 숙련도가 미흡해 그에 따른 혼선, 적용 법령 해석의 오류는 물론 주관적 판단 등으로 업무가 막히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관련 법률과 시행 규칙의 엇박자 상황에서 공무원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걸림돌 역할을 한다. 같은 사안인데도 다른 시군에선 이미 인허가를 통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애매한 규정을 트집 잡아 계속 골탕 먹인다. 딱히 꼬집어 행정적 규제라고 말하긴 곤란하지만 공무원의 순발력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방의 인프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반 시설과 물류 시스템이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고장에 공장 신설을 추진할 경우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입장은 보다 명확해진다. 과거 혐오 시설로 기피했던 폐기물 소각장, 장묘 시설 유치에 자치단체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이 시행한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그와 같은 기류를 파악했다.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81%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공무원 친절도에 대해서도 89%가 긍정적이다. 기업 유치에 대한 공직사회 인식 대전환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1.16 17:41

민주당 선택을 자꾸 망설이게 하는 이유

민주당의 전북 지지세 열기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거의 승부처는 매번 캐스팅 보트를 쥔 수도권의 민심 향배다. 이 지역 인구가 2500만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어 그 파괴력은 짐작이 된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도 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휩쓸어 의회 권력을 거머쥐었다. 원래 강세 지역인 전북을 포함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다 해도 국민의힘 우세인 TK를 비롯한 영남권의 의석수와 비교하면 크게 밀린다. 이 같이 불리한 지역 구도 상황에서 총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수도권 민심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심기가 불편한 건 이른바 개딸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들의 극단적 공격 성향의 행태는 민주당의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거 ‘바보 노무현’ 과 함께한 노사모 역할과 크게 대비된다. 당선이 유리한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로 뛰어들어 패배를 감수하는 그의 도전 정신과 희생이 국민들을 감동케 했다. 수 읽기에 능한 정치권에선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 불렀다. 그의 지역 장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순수한 열정이 지지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 노사모와의 아름다운 동행에 뜻을 같이한 블특정 다수의 결집된 에너지가 결국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이에 반해 적대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재명 지키기에만 올인하는 개딸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이 지금과 같은 홍위병 역할을 하면 할수록 이 대표와 국민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자칫 그들의 비뚤어진 사랑이 되레 당 표심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그들의 폭주에 친명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다. 마치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비명간 갈등을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걸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을 찾아 테러 협박성의 낙선 운동은 물론 전화 폭탄과 함께 심지어는 섬뜩한 플래카드를 통해 지역구를 떠나라고 겁박한다. 실제 이들 지역구는 이미 친명을 자처한 원외 위원장들이 도전장을 내고 개딸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얼마 전 출범한 총선기획단을 두고도 친명 색채가 강하다며 반발 기류가 여전한 데다 이젠 개딸의 여의도 입성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금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 진정으로 어떤 길인지 그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여야 지지층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현 정치 구도에서 30% 가까운 중도층과 무당층 표심은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영남의 묻지마식 투표 성향은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이 오만불손하다고 비춰지는 것이다. 최근 당 일각에서 터져 나온 ‘총선 200석’ 발언이 대표적이다. 강서구청장 승리 이후 몸 사리기 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같은 돌출 발언은 이미지 관리에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 비하 ‘암컷’ 발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발언 그 자체도 충격이지만 당내에서 즉각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충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 을 꺼냈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흑역사가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지금의 흐름은 오락 게임 ‘두더지 잡기’ 처럼 구멍에서 튀어 나오면 누구든지 망치를 맞게 돼 있다. 몸을 낮추는 것만이 살 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28 17:32

'그 나물에 그 밥' 에서 골라야 하는 유권자는 괴롭다

무투표 당선은 소선거구제에서 후보가 단독일 때 자동으로 당선 되는 경우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단독 후보라도 찬반 투표를 통해 최소한의 주민 대표성은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직 선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무투표 당선이 가능토록 돼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대통령 선거는 무투표 당선이 없다. 후보자 1명일 때도 찬반투표 개념으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지지를 얻어야 당선된다. 국가 원수로서의 국민적 대표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국정 파트너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민생은 뒷전인 채 사사건건 트집 잡고 당리당락에만 몰두하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 정치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거나 진배없다. 정치 혐오증만 부채질하는 그들 스스로에게 자기 혁신을 기대하긴 무리다. 의원들 존재감 또한 국민 대표라기 보다는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기권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도 대통령처럼 최소 30%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당선될 수 없도록 서명 운동을 펼치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금배지를 향한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 자질 논쟁은 유권자 심판을 통해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후보자 면면이 아무리 뜯어 봐도 함량미달인 경우 지금의 선거 방식으론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앞세워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천함으로써 유권자 선택을 강요하는 꼴이다. 결국 ‘그 나물에 그 밥’ 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유권자 입장에선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 진다. 이처럼 정당 그들만의 리그에 들러리를 설 바엔 차라리 ‘득표율 30% 당선’ 을 선택지로 추가해 유권자의 기본 권리를 담보해아 한다는 주장이다. 후보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권함으로써 낙선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사실상 정당에 빼앗긴 국회의원 선택권을 회복하면서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하자는 의미다. 민주당 출신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얼마 전 인터뷰에서 밝힌 격정 토로가 주목을 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엔 혁신도, 도덕성도, 비전도 없다. 광주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 버릴 수 있다” 며 환골탈태의 혁신을 강조했다.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민주당은 김대중의 통합 정치, 노무현의 혁신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과점 체제인 양당 구조에서 의원들 자질 시비도 있지만 결국엔 시스템과 제도의 문제점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원외 인사 모임서도 총선에서 현역 의원 절반과 3선 이상 75% 이상 물갈이를 주장했다. 의원 상당수가 개혁적이지도, 유능하지도 못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만약 이런 민심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의 배를 민심의 바다가 뒤집는다며 경고했다. 무엇보다 정치 불신의 핵심은 의원들의 직무 유기다. 민생 법안과 국정 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헤게모니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어 비난을 자초한다. 그러면서도 의원 특권 187여 개를 누리며 무소불위 권력을 뽐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려고 해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 자질이 없다고 판단될 때 ‘주민소환제’ 투표를 통해 아웃시킬 수 있다. 국회의원도 똑같은 방식으로 유권자가 책임을 물어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깜냥이 안되는 후보는 투표 거부를 통해서라도 낙선시키고자 하는 유권자 심정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0.10 18:02

교권침해 솜방망이 대책으론 못 막는다

죽음까지 몰고 간 교권 침해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가학성 폭행과 학대에 시달려온 교사들의 고통과 무력감을 돌이켜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크다. 교육 주체로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현주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상 교육을 운운할 수 있는가. 단순히 학생이 학습을 방해하고 그 부모가 교사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가 아니다. 노골적인 공격성을 가지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범죄 양상까지 띠며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논의되는 교권 침해 예방 대책은 교사의 방어권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악의적 성향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에 나설 수 있도록 강경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도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교육청은 물론 제도 보호까지 못 받고 오롯이 혼자 싸워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교권 침해는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권 보호와도 직결된다.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한 ‘학생 인권 조례’ 이후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 강조한 나머지 교육 현장의 또 다른 주체인 교사 권리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때문에 수업 시간 개인 일탈도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냥 눈감아 주기 일쑤다. 하지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우엔 학습권 침해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 만약 이를 방치하면 교사로서의 책임 회피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교사의 문제 해결 방식을 둘러싸고도 학부모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툭하면 전화해서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고소 고발을 남발한다. 오히려 압박 수단으로 고소를 악용하기도 한다. 최근 5년 새 이 혐의로 수사 받은 교사가 전국 1252명에 달했다. 교사 10명 중 9명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들은 “학부모의 악질적 민원이 교사 커뮤니티에 넘친다.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며 학생과 학부모 인권을 존중하는 만큼 교권 보호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서이초 교사 자살 이후 교사들이 지난주 서울에서 다섯 번째 전국 집회를 갖고 교권 침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학교 교권보호위 개최 건수가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 상반기 횟수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교사가 치유센터를 통해 심리 치료 상담과 진료 지원, 법률 자문을 받은 사례 역시 5년간 4배 가까이 늘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6년간 공립 초중고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에 몰렸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학교 생활 적응이 쉽지 않은 초등생 학부모가 자녀 문제에 집착해 과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원인이다. 20대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 20~30명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교육 현실이다. 이중 삼중으로 제동장치를 마련한다 해도 돌발 상황은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죽기 전에 서이초 교사가 학교 측에 10여 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트레스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케 한다. 자살 직전 3건의 상담 신청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이 얼마나 절박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악성 민원에 신음하며 정신과 치료까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돌아온 답변이 “그럼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 라는 게 고작이다. 막다른 순간 죽고 싶은 심정을 누구 하나 헤아려 주지 못한 우리 사회 무관심이 끔찍할 정도다. 교실 안에서 교사들은 가르치는 학생에게 무력감을 느끼는 교육 현실에 하나 둘씩 교단을 떠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8.22 18:01

새만금, 지역이기주의 먹잇감이 아니다

새만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유치하기 위한 범도민 운동이 확산일로에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차전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도민은 물론 경제계와 재경 도민회, 정치권까지 한마음으로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군산과 김제시의회가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추진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여 관할권 다툼에 이어 제2 라운드 공방을 우려하고 있다. 자치단체에 이어 의회까지 가세해 지역 이기주의 행태를 보임으로써 공분을 사고 있다. 이차전지 유치 경쟁에서 지금 한목소리를 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자치단체간 자중지란은 상승 분위기에 역행하는 꼴이다. 새만금이야말로 전북 미래 청사진을 담고 있는 만큼 소지역주의에 매몰된 자치단체의 먹잇감이 아니다. 지역 발전의 거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할 차원이 다른 전북 미래사업인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역동적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핵심 기반 시설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27개 이차전지 관련 기업과 7조 원이 넘는 투자 협약에 따라 80만 평 규모의 이차전지 클러스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투자 금액도 지난 10년간 대비 3배가 늘었으며, 면적 또한 2배로 증가하는 등 폭풍 성장세에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프라가 새만금에 고루 갖춰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투자진흥지구까지 지정됨에 따라 투자 유치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북도는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통해 전기차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선제적 인프라를 갖춘 울산이 다소 유리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후발 주자로서 전북의 뒷심 발휘가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다. 공장 신설에 따른 대규모 부지 확보와 함께 대중국 수출의 전진기지라는 지정학적 경쟁력을 감안하면 한 번 해 볼만 하다는 반응이다.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추진은 내부 개발 가속화와 동시에 군산과 김제, 부안의 협력을 통해 공동사업 효율적 추진이 목표다. 그런데 이와 달리 자기중심적 편협한 논리를 앞세워 사사건건 충돌하는 군산과 김제시의 행보는 비난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두 지역간 행정구역 분쟁은 지난 2010년 방조제 준공이 발단이 됐다. 내부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골든 타임에서도 이들의 해묵은 갈등 관계는 방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도민들 지지 여론이 높은 ’새만금 특별자치단체‘ 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건 지역이기주의 전형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자치단체장 치적 쌓기와 의원들 존재감을 겨낭한 정치적 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국적 견지의 상생 방안이 아쉬운 대목이다. 새만금의 미래지향적 움직임은 전북의 안타까운 경제 현실에서 그나마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지역소멸 위기감 속에 전북의 30년 50년 먹거리가 이곳에서 담금질 되는 모습은 큰 위안거리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청년층과 함께 저출산 후폭풍을 겪는 농촌의 피폐함을 직시하면 기업 유치는 우리 생존의 문제다. 미래 먹거리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도 입지조건 못지않게 자치단체 맞춤 유치 전략은 매력적인 요소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새만금 현장에서 보면 두 지역의 볼썽사나운 소지역주의 행태는 ‘우물 안 개구리’ 에 불과하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 이들을 견제하고 강제함으로써 지역 발전 대열로 유도하는 건 주민들 몫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새만금 개발과 전북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물론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7.04 17:37

제 역할 못하는 국회의원 그냥 놔둘 텐가

요즘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적 흐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금 300명보다 많아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국민 다수는 줄일지언정 더 이상 늘려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시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순 있지만 이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밥값’ 도 못하는 의원이 수두룩한데 무슨 염치로 숫자를 더 늘리자는 건지 정말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정치 혐오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 ‘국회 무용론’ 까지 나돌 정도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우리 국회의원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건 결코 숫자 문제가 아니라 함량미달 정치력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보다 크게 문제 삼는 건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과도한 혜택을 대폭 줄이라는 것이다. 수 차례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에 내세우고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장기간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 매달 1천285만원씩 받아간다. 공식 연봉 외에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 사무실 소모품 등으로 1인당 평균 1억153만원, 의원실마다 8명씩 보좌진 인건비로 5억원 안팎이 쓰인다. 선진국 의원보다 연봉이 높은 이들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외치면서도 2018년부터 줄곧 세비를 올렸다.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KTX도 무료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를 보니 줄잡아 186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유럽 의원과 비교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들의 위상과 역할이 우리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 수시로 야근하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쓰고 의정 활동 준비를 직접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고 다른 것은 굳이 견줄 필요가 없다. 친근한 이웃으로서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주민 신뢰도는 정말 대단하다. 부럽다기 보다는 왜 우리는 이렇게 안되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 국정 파트너로서 여야 관계는 최악이다. 거대 양당이 반사 이익만 노리고 서로 잘하기 보단 상대 잘못을 들추고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오로지 기득권 정치의 생명 연장을 위한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 정치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국민 민생,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엔 별반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 공천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 선거구 논의도 그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국회를 통하지 않는 국정 개혁 과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국회의원은 개혁 주체나 다름없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제정과 예산안 처리에 이들 의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밉다 해도 함부로 정치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거 때 정치인 옥석 고르기가 중요한 것도 맥락이 같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본인과 연계된 정치 분야 개혁엔 스스로 나설 리가 만무하다. 자기 희생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혁신 의지가 전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4류” 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당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와 권리당원 경선 폐지 등을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회의원이 바로 유권자의 정치 대리인이다. 그들의 운명은 선거 투표를 통해 좌우된다. 지난 2020년 초선 당선자 합동 연찬회에 참석한다며 국회 내 3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버스 6대가 동원됐다고 떠들썩했다. 이런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계속 봐야 하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5.23 18:37

‘복지부동 공무원’ 숨을 데가 없다

공무원을 요즘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았음에도 시대 흐름에 따른 인식 변화 때문이다. 케케묵은 얘기지만 과거엔 심부름꾼이란 뜻으로 국민의 ‘공복(公僕)’ 으로 불렀다. 주민 민원을 처리하는 이른바 해결사로 통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인허가와 단속권, 보조금 권한을 가진 그들에게 이런 사회통념이 통할지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전체 공무원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일부 직원들의 무사안일 의식과 직무 태만에 민원인들은 학을 뗀 지 오래다. 유권해석을 해도 법령이나 규정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혹 뒤탈이 날까 뭉개고 발뺌하기 일쑤다.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의 업무 처리 속도는 민원인들의 사업 성패와 함께 경제적 손실까지 좌우한다. 인허가 등 문제로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불합리한 절차를 경험한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게 공직 사회 오랜 관행과 바뀌지 않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혹독한 IMF를 거치면서 2000년대 우리 사회 ‘공시족’ (공무원시험 준비생) 열풍이 불어닥쳤다. 재벌 해체 등을 겪으며 안정된 직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자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의 인기몰이는 폭발적이었다. 공직 사회에 이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톡톡 튀는 개성까지 더해져 분위기 또한 크게 달라졌다. 지나치게 딱딱하고 엄격했던 예전과 달리 생동감 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달라진 모습과 달리 신세대의 민원 처리 방식도 과거에만 얽매여 구습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설령 업무 숙지가 미흡한 상황에서도 민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 민원인의 속을 태운다. 선배 동료뿐 아니라 전임자에게 SOS를 보내 명확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데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재작년 지인이 완주에 농촌 주택을 지을 때 일이다. 그가 은행 대출 업무를 보던 중 담당자가 도시 전입자를 대상으로 한 저리 상품의 농촌 정착 지원금이 있다고 안내했다. 곧바로 근처에 있는 행정센터 담당 공무원에게 그 사실을 확인했는데 그는 비슷한 유형의 상품은 있지만 그와 똑같은 상품은 없다고 했다. 농협 직원이 여러 차례 그 상품을 취급했다고 재차 확인을 요청했는데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해 결국 군청 직원에게 지원금이 있다는 걸 최종 확인했다. 그냥 지나쳤다면 지인 입장에서 감내해야 할 경제적 손실은 막대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민원인 불만이 가장 큰 것이 동사무소에서 등초본 등 민원서류 뗄 때다. 간혹 다른 창구는 한산한 데 이 창구만 대기자가 많은 경우 각자 업무 분담이 엄격해서 그런지 동료간 ‘품앗이’ 가 안되기 일쑤다. 직원들은 뚫어져라 모니터만 쳐다봤지 늑장 처리에 잔뜩 화가 난 민원인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업무 매뉴얼을 몰라 섣부른 판단은 불가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의 직무 태만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 시민들의 권리 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공무원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더욱이 양방향 소통이 활발해진 지금 공무원의 일거수일투족은 곧바로 온라인 피드백이 가능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가만히 있으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왜 나서 문제를 키우냐” 는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 불문율은 이미 유통 기한이 지났다. 그때 그 상황에 맞게 민원인 중심의 업무 처리를 요구하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간 무사안일함 뒤에 숨어 있던 공무원의 무소신과 무책임이 SNS를 통해 사회에 낱낱이 고발되는 추세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상황에서도 결코 바뀌지 않는 공무원의 본분이 바로 민원인의 ‘행정 도우미’ 역할이다. 인허가와 단속권을 부여한 것도 그들의 이런 책무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무원의 위상과 존재 이유를 새삼 되새겨보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11 18:53

전주을 재선거에 쏠리는 시선

4월 전주을 재선거를 둘러싼 이상 기류가 심상찮다. 선거 초반엔 민주당 텃밭서 치러지는 데다 지지 기반이 강력한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함에 따라 맥빠진 선거전을 예상했다.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상직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자 정치권에선 민주당 후보와 이곳에 공을 들인 정운천 의원의 빅매치를 점쳐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민주당 불참에 반발한 임정엽 김호서 후보가 탈당을 결행하고 선거전에 뛰어든 것. 실제 이들이 가세함으로써 선거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중반 레이스는 정운천-임정엽 양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정 의원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며 불출마를 종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경쟁 후보조차 이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며 협공하는 양상이라 정 의원 입장에선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정 의원도 최근 이같은 선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에 맞서 야권 후보가 다자 구도로 짜여진 지금의 상황에선 수세에 몰리는 흐름이다. 그런데다 당내 분위기가 3월 8일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운신의 폭도 자유롭지 못한 국면이다. 그런 가운데 20일 전주 사무소 이전 개소식을 통해 사실상 재선거 출정식을 한 셈이다. 그는 비례대표 한계를 딛고 여당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호남 가교 역할에 의미를 부여한 뒤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야당 일색인 전북 정치권에서 정부 여당과의 소통 창구는 지역 현안 해결의 마중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법 국회 통과에서 보여준 김관영 지사와 한병도 민주당 도당위원장과의 여야 찰떡궁합이 회자된 것도 그 때문이다. 전주을 지역구의 민심 동향도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낸 후보자에겐 매력적이다. 민주당이 대진표에서 빠짐에 따라 기존 지역 정서보다는 인물 경쟁력에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유권자 분포로 볼 때 대체로 아파트 원룸 중심 직장인들이 많아 이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전주의 강남’ 으로 불리는 서부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도청 교육청 경찰청 등 관공서를 비롯해 전주대 상공회의소 금융기관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민감한 편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이 지역과 거리를 뒀던 임정엽 김호서 후보가 무소속 임에도 끈끈한 인연을 내세우며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주대 총동창회장과 초창기 도의원을 지낸 임 후보는 작년 전주시장 선거 후보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해 저력을 보였다. 도의원 3선에 도의장까지 역임한 김 후보도 이 지역에서 20년 넘게 살며 잔뼈가 굵은 곳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재선거와 연계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이다. 지역구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전략적으로 한 후보자에 대한 ‘몰빵 지원’ 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후보 간 다자 구도 대결은 정 의원에게 일단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는 20대 총선 때 3자 대결에서 당선,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는 측은 먼저 임정엽-김호서 후보 단일화가 핵심 전제조건이다. 현재까지 추이로 봐선 분위기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복당 1년여 만에 탈당한 두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미운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후 지역구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입장에선 공식 불참 입장을 밝혔다고 해도 지지 기반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까지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2.21 18:45

유권자의 선거 혁명

중대선거구제 개편이 요즘 정치권의 화두다. 한 선거구에서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 2-5명까지 뽑자는 것이다. 선거구 문제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정치를 바꿔보려는 속셈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진영 논리에 따른 극단적 패권 정치가 정치 혐오증을 불러오고 이에 편승한 호영남 지역주의도 여전하다. 협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정파 이익을 내세워 국민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런 적폐들이 기득권 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됨에 따라 세대교체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우리 정치인들은 서로 잘하려고 경쟁하기 보단 상대방을 공격하고 악마화시켜 그에 따른 반사 이익만 노린다” 는 어느 교수의 일침이 의미심장하다. 전북의 경우 그간 선거 때면 ‘공천이 곧 당선’ 이라는 케케묵은 지역 정서가 민주당의 일당 독식을 고착화시켰다. 20년 이상 정치권을 쥐락펴락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퇴행적 지역주의는 새판짜기를 열망하는 유권자에게 절망감만 안겨 주고 있다.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 든 중대선거구제는 정치 개혁의 신호탄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선순환의 정치력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이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그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여야 협상을 주문하며 시한을 3월 말로 못 박았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감안하면 1년 전에 개정해야 한다는 법 규정 때문에 협상을 독려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여야 정치적 셈법이 달라 부정적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핵심 관계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국회 특위는 이번 주 가동되면서 논의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총선 득표율을 중대선거구제로 가상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가 보도돼 주목된다. 당초 예상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여야 비슷한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호영남도 마찬가지로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은 대체로 적중했지만 호남 지역만 여전히 민주당 독점으로 나타났다. 2위 득표율이 1위와 압도적 표차가 드문 수도권과 영남은 예상대로였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득표율 차이가 워낙 큰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2위에서도 밀려난 점이 흥미롭다. 기득권에 젖어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인에게 외부 충격이 필요한 시점에 선거구제 개편이 불거진 것이다. 이런 정치인도 문제이지만 더 큰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아무리 절박한 법안이라도 본인의 생사여탈권은 물론 기득권 침해 소지가 있으면 꽁무니를 빼는 게 국회의원의 본능이다. 사리사욕을 앞세워 정치 개혁을 외면하면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심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선거의 이런 순기능이 호영남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선거 자체가 무색하다. 이 때문에 입지자들은 정당 공천에만 혈안이 된 채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도 또 뽑아주고 따돌림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묻지마 투표를 한 결과다. 중대선거구제 개편도 결국 기득권 타파의 일환이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정치인과 함께 유권자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 것이다. 기득권 보호 장치가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정치 구조에서 신인들이 벽을 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권리당원 경선이라는 족쇄까지 채워 사실상 이들의 진입을 차단한 셈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일삼는 정치 세력에게 새삼 공정과 정의를 일깨워줘야 한다. 설령 정치 개혁이 국회에서 실패한다 해도 투표를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유권자 스스로가 선거를 통해 이런 명백한 진리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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