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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어머니의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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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재 시인∙전북문인협회 회원

콩이 익어가는 가을이 오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마당 한 귀퉁이/ 가마솥에 콩을 삶는 어머니/ 잘 마른 장작에 한 솥을 끓여낼 군불이 타오른다/ 한 해 내내 태풍과 뙤약볕과 함께한/어머니의 가슴속 깊이 들어찬/ 누런 메주콩/ 땀방울처럼 알알이 빛난다/ 돌절구에 푹 안겨 연해진/ 누런 메주콩/ 따뜻한 아랫목에서 곰삭으며/ 자식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함께/ 한 겨울을 난다”/

필자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농부의 고마움과 자식의 앞날을 위해 걱정하는 어머니의 은혜에 대해 표현하고자 자작시(詩) 한 편을 기고하게 되었다. 마이산에서 무주 안성 방향으로 30분 더 달려야 도착하는 구리가 나왔던 시골마을. 진안군 동향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소년시절을 보냈다. 

동향면은 옛날 구 용담군 관내로 되어 있을 때에는 지금의 대량리(大良里), 능금리(能金里), 학선리(鶴仙里)를 관할하던 일동면(一東面)과 지금의 자산리(紫山里) 성산리(聖山里) 신송리(新松里)를 관할하던 이동면(二東面)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한일합방 이후 1914년 동향면(銅鄕面)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향면은 산간 벽지이지만 무주 안성의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르는 구량천(九良川)이 중앙을 관통하고 있고, 소재지 대량리(大良里)들판은 옛부터 '굴렁이 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용담향교가 처음 세워진 곳이 바로 동향이며, 이조 태종(太宗)이 독곡 성석린에게 내린 친필 어서(御書)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필자는 농촌의 자연환경속에서 농부의 하루와 농촌의 사계절을 체험하며 성장해왔다. 그 결과 유소년에서 성인기를 거쳐 지천명이 가까워지는 지금의 이루러 고향의 자연환경, 고향의 농작물, 고향 사람들 그리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어머니의 하루를 보며, ‘메주’라는 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시(詩)는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 시(詩) 공모전에 참여하여 입선한 작품이기도하다.

먼저, 지면을 빌어 부족한 시를 좋게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수 많은 식물을 보고 관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팔순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詩)로 토해 내었다. 3년 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한 달에 한 번 고향에 가곤 하면 어머니는 밭에서 농작물을 정성스럽게 가꾸며 하루를 보내셨다. 그때 평소에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스러워 어머니의 대한 고마움과 청년시절 순종치 못한 것에 대한 회개의 마음을 전하고자 메주를 빚고 있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작품이다. 끝으로 올 한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논, 밭에서 뙤약볕과 함께한 모든 어머니 농부님들에게 ‘메주’ 시(詩)를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농업을 중시한 중농학자 다산 정약용의 글을 인용하며, 상농(上農)주의가 오는 날을 고대한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땅을 기르고, 성농(聖農)은 사람을 기른다."

 / 성민재 시인∙전북문인협회 회원

△성민재 시인은 진안 동향 출생으로 <전북문단> 신인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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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재 #어머니의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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